46만명의 구독자 보유…누적 조회 수 3500만회
시각적·청각적 즐거움 극대화한 ASMR로 차별화
유튜브 채널 뷰티포인트의 ‘힐링 타임즈 핑크 특집편’ |
[헤럴드경제=박로명 기자] 블러셔의 부드러운 표면을 막대기로 찌르고 긁고 부순다. 쿠션 파운데이션은 스펀지 부분만 빼내 스테이크를 썰 듯 칼로 자른다. 클렌저는 큰 그릇에 가득 짜내 생크림 휘핑기로 수십 번 젓는다. 화장품을 정성스럽게 망가뜨리는 이 영상은 아모레퍼시픽의 사내벤처 팀이 만든 ‘힐링 타임즈 핑크 특집편’으로로 유튜브 공개 한 달 만에 1100만 조회 수를 기록했다.
아모레퍼시픽이 화장품 회사의 공식을 파괴한 ‘유튜브 실험’으로 주목받고 있다. 화장품을 직접적으로 광고하거나 권유하는 기존 대기업의 공식에서 벗어나 젊은 고객들이 선호하는 콘텐츠로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어서다. 화장품을 감각적으로 부수는 ‘ASMR’(뇌를 자극해 심리적인 안정을 주는 소리) 영상으로 새로운 콘텐츠를 발굴해 차별화를 시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아모레퍼시픽의 유튜브 채널 ‘뷰티포인트’는 46만명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이 채널에 게시된 영상은 10개에 불과하지만 누적 조회 수는 3500만회에 이른다. 10~30대 구독자가 전체의 87%를 차지할 정도로 젊은 층에게 인기다. 사람 한 명 등장하지 않고 말 한 마디 나오지 않지만 해외에서까지 입소문을 탔다. 전체 구독자의 40%가 한국인 나머지 60%가 외국인이다. 미국·일본·러시아·프랑스 등 국적도 다양하다.
아모레퍼시픽은 뷰티포인트 채널을 지난 2018년 11월 개설했다. 유튜브에서 여러 콘텐츠 실험을 이어가던 중 뷰티포인트의 성장 가능성을 확인, 집중적으로 키우기 위해 사내벤처 팀인 ‘NGI 디비전 린 스타트업 8팀’을 신설해 맡겼다. 린 스타트업 8팀은 “화장품을 직접 발라보지 않고 영상만으로 질감을 느낄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해 화장품을 부수는 힐링 타임즈 영상으로 발전시켰다.
힐링 타임즈는 생생한 소리를 잡아내 청각적 쾌감을 자극하는 ASMR 영상이다. 귓전을 간질이는 소리와 감각적인 영상으로 금방 유명세를 탔다. 그동안 음식을 먹거나 상황을 연출하는 ASMR 영상은 있었지만, 화장품만 집요하게 부수고 망가뜨리는 ASMR 영상은 없었기 때문이다. 구독자들 사이에서는 ‘그야말로 화장품 회사만 찍을 수 있는 ASMR’, ‘시각과 청각 모두 만족시키는 영상’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올해 5월 중순 공개한 힐링 타임즈 핑크 특집편은 구독자를 늘리는 기폭제 역할을 했다. 아모레퍼시픽의 화장품 브랜드 마몽드·에스쁘아·아리따움 등의 핑크색 상품만 모아 망가뜨리는 이 영상은 한 달 만에 1000만 조회 수를 돌파했다. 대기업이 운영하는 채널로는 이례적으로 ‘메가 히트’ 영상을 배출했다. 이로 인해 4월 16만명이던 구독자 수는 핑크 특집편이 게재된 5월 37만명, 6월 46만명으로 급증했다.
유튜브 채널 뷰티포인트의 ‘힐링 타임즈’ |
린스타트업 8팀은 힐링 타임즈의 인기 비결로 “심미적 즐거움을 극대화”를 꼽았다. 영상 한 편을 제작하기 위해 기획에서부터 촬영·편집까지 한 달을 투자한다. 화장품이 화면에 아름답게 담길 수 있도록 최적의 색감과 분위기를 조성하고, 제품의 질감을 섬세하게 표현하기 위해 소품을 활용해 생생한 소리를 잡아낸다.
린스타트업 8팀 관계자는 “기존 화장품 채널들이 제품의 장점을 부각하는 데 집중했다면, 힐링 타임즈는 화장품을 부수는 역발상으로 쾌감을 주고자 했다”며 “구독자들의 긍정적인 반응 덕분에 앞으로도 새로운 시도를 이어나갈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dodo@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