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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itM]주택시장의 불안은 누가 만들었나

한번 정리해보자.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첫 번째 부동산 종합대책이라고 하는 8·2대책을 발표한 직후, 김수현 전 청와대 사회수석은 “부동산 가격 문제에 대해선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2018년 9·13대책을 발표하면서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는 “투기와 집값은 끝까지 잡겠다”고 강조했다.

2019년 11월19일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과의 대화’에서 “부동산 문제는 우리 정부에서 자신 있다”고 했다. 그리고 한 달 후 12·16 대책을 내놓았다. 문 대통령은 올 1월 7일 신년사에선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에서 결코 지지 않을 것”이라고 다시 자신감을 드러냈다. 한 달 후 2·20대책이 나왔다.

정부가 때만 되면 “반드시 잡겠다”고 강조한 집값은 문 정부 내내 급등했다. 오를 때마다 더 ‘센’ 대책이 나왔다. 주택 수요는 여전히 부글부글 끓었다. 이번에 나온 6·17대책까지 문 정부는 모두 21번 의 부동산 대책을 쏟아냈다.

집값을 잡고 싶은 정부 의지가 확고하다는 것은 이제 누구나 알게 됐다. 다만 정부가 집값을 잡을 능력이 있다고 믿는 국민은 얼마나 될까. “이 정도 반복했으면 모르면 바보 아닌가” 내 말이 아니라 강남의 모 중개업자가 한 말이다.

그래서인지 이번 ‘6.17대책’에 대한 시장 반응은 이전과 조금 다르다. 늘 대책 발표 후 한동안 거래가 주춤하고 시세가 하락했는데, 이번엔 오히려 상승세가 가팔라졌다. 규제지역에서 제외된 김포와 파주 뿐 아니라 수도권 전역이 급등세로 돌변했다.

사례 두 가지. 23일 김포시 풍무동 ‘풍무푸르지오’ 전용면적 84.99㎡가 5억9000만원(3층)에 계약됐다. 이 단지의 같은 크기의 다른 층은 21일 5억5000만원(10층), 22일 5억6000만원(16층)에 각각 거래돼 계속 신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6·17 부동산 대책 이후, 이 단지의 실거래신고 건수만 이달 26일 기준 25채나 된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 전용면적 27.68㎡(5층)는 24일 11억1000만원에 계약됐다. 이 크기는 토지거래허가제 시행이 발표된 지난 17일 직전만 해도 9억원 선에 머물렀다. 그런데 제도 시행일인 23일 10억8500만원에 거래되면서 최고가를 찍더니, 하루 만에 다시 더 높은 가격으로 계약됐다.

달라진 건 ‘6·17 부동산 대책’ 말고 없다. 정부는 집값을 잡기 위한 대책이라고 강조했지만, 시장은 믿지 않고 있다. 오히려 조바심을 내고 있다.

이번주 KB국민은행 주간 아파트값 동향에 수치로도 나온다. 이달 22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0.44% 올라 전주(0.21%)보다 상승폭이 더 커졌다. 경기와 인천을 포함한 수도권 전체 평균 상승폭은 0.46%로 전주(0.21%) 보다 두 배 이상 가팔라졌다. 주간 기준 2018년 9월 두 번째주(0.65%) 이후 89주 이내 가장 높은 상승폭이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또다시 늘 해왔던 레토릭을 반복한다. “이상 징후가 나오면 조치하겠다”

김흥진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6·17대책 발표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무주택자도 대출을 통해 집을 살 경우 6개월 안에 입주해야 하는 규제를 만든 데 대한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당장 입주 계획 없이 전세 끼고 집을 사는 무주택자는 실수요자로 볼 수 없다. 집값이 오를 것 같으니 집을 사려고 몰리는 것은 시장을 불안하게 한다.”

집값이 더 오를 것이라는 불안감에, 앞으로는 집을 못살 것이란 조바심에 집을 사는 행위를 일종의 투기 행위로 보겠다는 입장이다.

그런데 사실 대한민국 중산층은 늘 그렇게 살아왔다. 우리 역사에서 언제 무주택 서민이 현금이 빵빵해서 집을 샀었나? 집값이 오를 것 같고, 주거가 불안하니 대출이든 뭐든 최대한 끌어와 일단 집을 샀다. 목돈이 없기 때문에 전세를 끼고 집을 샀고, 돈을 모아 들어가거나 아니면 그 집을 팔아 생긴 시세차익을 보태 내 집을 마련했다. 그게 지금 대한민국 중산층이 만들어진 원동력이었다.

문 정부 부동산 정책을 주도한 인물인 김수현 전 수석은 자신의 저서 ‘부동산은 끝났다’를 통해 “부동산이 우리를 겁박하고 위협하던 시대는 끝났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여전히 부동산은 우리를 두렵고 불안하게 하고 있다. 다시는 내 집 마련을 하지 못할 것이란 불안감, 지금 사지 않으면 안된다는 조바심이 지금의 주택시장을 만들었다. 21번의 부동산대책이 그 불안감을 더 키웠다. 건설부동산부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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