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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난지원금이냐 세일이냐…'극과 극'으로 치닫는 소비
동행세일 첫 주말, 백화점 사람들로 북적
백화점 빅 3 매출 두자릿 수 신장세
그간 주춤했던 패션 매출 상승 돋보여
28일 서울 롯데백화점 영등포점은 동행세일을 맞아 많은 사람들로 매장이 북적였다. [사진=박재석 기자]

[헤럴드경제=박재석·김빛나 기자] “재난지원금 뿌리던 그때로 돌아가고 싶다”(서대문구에서 닭강정 가게를 운영하는 왕근현(56)씨)

“평소에 비해 두 배 정도 사람들이 많이 온 것 같아요”(현대백화점 직원 김모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소비의 칼춤이 ‘극과 극’으로만 치닫고 있다. 재난지원금이 풀렸을 당시에만 해도 모처럼 생기가 돌았던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은 재난지원금 효과가 사라지자 금새 바닥으로 주저 앉았다.

재난지원금에 되려 매출 하락을 고민했던 백화점과 대형마트는 ‘동행세일’과 함께 코로나19 이후 최고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반값 재고 명품에 이른 아침부터 장맛비를 뚫고 백화점 앞으로 달려가는가하면, 아예 꼭두새벽부터 돗자리를 피고 기다리는 이들도 생겨날 정도로 ‘세일’은 소비자들을 백화점과 대형마트로 불러 들이고 있다. 긴급재난지원금이냐 세일이냐에 따라 소비가 춤을 추고 있는 것이다.

‘소비 심리’ 바로미터 패션·잡화가 움직였다

대한민국 동행세일을 시작한 첫 주말인 28일, 현대백화점 직원 김모 씨는 평소보다 많이 몰리는 고객들로 하루 종일 바삐 움직였다. 그동안 코로나19 여파와 더불어 재난지원금을 사용할 수 없어 손님이 크게 줄었던 백화점이 오랜만에 활기를 띤 것이다.

같은 날 오후 1시께 롯데백화점 영등포점 역시 리빙관이 들어선 9층이나 여성 의류를 판매하는 3층은 할인 제품을 사려고 들른 고객들로 북적였다. 지하 1층 역시 쇼핑 후에 간단히 한 끼를 해결하려는 사람들로 가득차 있었다. 박모(76·여) 씨는 “주말동안 사람들이 많은 편이었다”며 “나도 소파를 50만원 가량 저렴하게 구입했다”고 말했다.

길 건너 신세계백화점 타임스퀘어점도 패션관 지하 1층 고메스트리트는 쇼핑백을 옆에 두고 끼니를 해결하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1층 명품관 티파니앤코 매장에는 사람들이 일렬로 길게 늘어서 입장을 기다리기도 했다. 신세계백화점과 이어진 타임스퀘어도 코로나19 확산 이후 모처럼 활기를 띠었다. 유니클로, 스파오 등 각종 패션 브랜드들은 할인 안내를 내걸었고, 폐점을 앞둔 GU는 최대 70% 세일을 내걸자 많은 사람들이 운집했다.

특히 소비심리 개선의 척도로 여겨지는 패션 및 잡화, 명품 등의 매출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롯데백화점의 경우 여성패션의 매출은 같은 기간 2% 가량 올랐다. 지난 4, 5월 각각 26%와 16% 역신장했던 점을 고려하면 처음으로 플러스로 반등한 모양새다. 남성패션 역시 매출이 13% 늘었다. 신세계백화점도 지난 주말 여성패션이 지난해 같은 기간(0%) 수준으로 올라왔고, 남성패션은 8.6% 더 팔렸다.

반갑 재고 명품에 동행세일까지…백화점, 코로나19 이후 최고 매출

실제로 주요 유통채널들은 지난 주말 코로나19 이후 처음으로 함박웃음을 지었다. 백화점의 경우 3사가 모두 두자릿 수 매출 성장세를 보였다. 롯데백화점의 지난 주말(26~28일)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6% 신장했다. 신세계백화점과 현대백화점 역시 각각 20.9%와 15.2% 매출 신장률을 기록했다. 백화점 3사 모두 코로나19 이후 가장 높은 매출 신장세를 기록한 것이다.

[사진제공=백화점 3사]

교외형 아웃렛이나 대형마트 역시 호조세를 이어갔다. 롯데백화점의 교외형 아웃렛 6곳은 같은 기간 매출이 40% 신장했다. 여성과 남성 패션이 각각 15%와 32% 더 팔려 두자릿 수 성장세를 보였고, 잡화와 명품 역시 15%와 98% 더 팔렸다. 의무휴업일이라는 복병을 만난 롯데마트도 동행세일 이후(25~27일) 매출이 지난주 같은 요일과 비교해 7.2% 증가했다. 유통업계 관계자 “그간 재난지원금 사용 대상에서 제외된 유통업체들이 대규모의 세일에 나서자 고객들이 그간 사지 못했던 패션, 가전, 명품 등을 중심으로 소비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동행세일이 뭐예요”…손님 발길 다시 뚝 끊긴 재래시장

지난 28일 오후 12시 서울 중구 남대문 시장. 장을 보러 나온 사람들을 찾아보기가 힘들 정도로 한산하다. 곳곳에 휘날리고 있는 ‘대한민국 동행세일’ 플래카드가 무색할 정도로 남대문 시장은 썰렁했다. 이곳에서 불과 500여m 가량 떨어진 신세계백화점과 롯데백화점 본점이 쇼핑 나온 이들로 문전성시를 이룬 것과는 180도 다른 세상이다. 주말 동안 동행세일 효과가 없냐는 기자의 질문에 “전혀 없다. 점심이나 먹으러 간다”는 한 상인의 목소리엔 생기가 사라진지 오래였다.

지난 28일 서울 중구 남대문 시장은 곳곳에 휘날리고 있는 ‘대한민국 동행세일’ 플래카드가 무색할 정도로 인파가 드물었다. [사진=김빛나 기자]

같은 날 오후 5시. 서울 서대문구 영천시장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몇몇 음식점에만 사람들이 모여있을 뿐 한산한 편이었다. 영천시장 A축산 사장 강선모(51)씨는 “5월 초 재난지원금 풀렸을 때 사람들이 고기를 많이 샀는데…이제는 다시 예전 수준으로 돌아왔다”고 하소연했다.

대형 유통업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전통시장 특성상 파격 할인행사를 진행하기 어려운 탓에 정부의 ‘동행세일’은 남의 집 잔치라고 한다. 여기에 홍보도 미흡해 고객들은 물론 물건을 파는 상인들도 동행세일에 대한 이해가 낮았다.

“긴급재난지원금 뿌리던 때로 돌아가고 싶다”…할인여력 없어 동행세일은 남의 잔지

무엇보다 재난지원금 효과가 떨어진 상황에서 동행세일이 이뤄지다 보니 전통시장 상인들과 소상공인들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고 한다.

상인들은 전통시장의 경우 나라에서 세일 행사를 주관한다고 해서 추가 할인을 해주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지적한다. 남대문시장 D 안경점 매니저는 “남대문 시장 자체가 저렴한 편이라 동행세일 기간이라고 파격적으로 가격을 내릴 수 없다”며 손님들에게 세일 안내 문자를 보내도 효과가 없었다고 말했다.

지원도 미흡한 실정이었다. 영천시장 A축산 강씨는 “상인회 차원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할인을 진행해야 하는데 차마 어떻게 하냐”며 “여기서 더 깎을 수 없다”고 하소연했다. D 안경점 매니저도 “코리아 세일 페스타 때도 외국인이 많이 와서 괜찮았지. 세일이라고 특별히 싸게 팔거나 하진 않았다”며 “지금은 소비 심리가 다시 죽었는데 세일해도 무슨 소용이냐”고 지적했다.

시장 내 일부 상인은 동행세일 취지는 물론이거니와 내용 자체를 모르기도 했다. 동행세일 플래카드 바로 옆에서 모자를 판매하는 남대문시장 B모자 사장은 “동행세일 하는지도 몰랐다. 저 플래카드는 또 언제 건 거냐”며 “세일한다는 건 대충 알았지만 홍보가 안 되고 있다”고 말했다. 영천시장 C 베트남칼국수 직원도 “평소 주말에 오는 수준으로 손님이 있었다. 세일 기간인지도 몰랐고 특별한 점도 없었다”고 했다.

상인들은 현 동행세일보다 지난 5월 재난지원금 효과가 더 낫다고 입을 모은다. 사람들이 부담없이 돈을 쓸 수 있는데다 사용처도 전통시장이나 지역상권 위주로 제한했기 때문이다. 서대문구에서 닭강정 가게를 운영하는 왕근현(56)씨는 “재난지원금 뿌리던 그때로 돌아가고 싶다. 세일보다 재난지원금이 우리에게 피부로 와닿는 정책이다”고 말했다.

js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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