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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쩍 늘어난 금융 소비자 경보…실제 도움은?
코로나로 올해 역대 최다…‘위험’ 등급 경보도
교육·정보 제공 역할 속 제도개선 긍정효과
일부에선 예방보단 대부분 ‘사후약방문’ 지적
사모펀드 사태 무용지물…금감원 “역할 강화”

코로나19로 요즘 휴대폰을 울리는 재난예방 경보가 지겨울 정도다. 금융권에서도 ‘경보’가 잇따르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발령하는 ‘소비자 경보’는 올해 이미 역대 최대 수준이다. 불황과 초저금리가 겹쳐 자산관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각종 금융관련 사고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예방’ 보다는 ‘사후약방문’인 경우가 많고, 정작 소비자 피해가 큰 사건에는 별다른 효과를 내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2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금감원은 올해 들어 소비자 경보를 열한 차례 발령했다. 2012년 제도가 도입된 이후 2014년(20회)을 제외하고 가장 많은 수치이며, 지난해(4회)의 세 배에 가깝다. 이같은 속도라면 2014년 기록도 뛰어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소비자 경보는 소비자의 피해 예방과 확산을 막기 위해 주의, 경고, 위험 3단계로 발령되는데, 여지껏 한번도 발령되지 않았던 ‘위험’ 등급의 경보도 올해 들어서만 두차례나 있었다.

▶금융 경보도 절반은 코로나19 탓=올해 발령된 11건 중 6건은 코로나19 사태와 관련이 있다.

3월에는 마스크, 손소독제 구매를 사칭한 보이스피싱에 대한 경보가, 뒤이어 코로나19로 급전이 필요한 사람들을 이용해 공공기관을 사칭한 불법 대출광고나 소상공인 대상 금융지원을 가장한 보이스피싱에 대한 경보가 울렸다.

4월에는 원유값이 급락하자 조만간 다시 반등할 것이라는 투자자들이 서부텍사스유(WTI) 원유 선물 ETN에 대거 몰리면서 가격이 급등해 괴리율이 커짐에 따라 ‘위기’ 경보가 두차례나 발령됐다.

5월에는 코로나19 사태로 급전이 필요한 사람들의 심리를 악용해 고액 일당 지급 등을 내세워 보험사기를 유도하는 사례에 대한 주의보가 있었다.

▶제도개선으로 이어지기도=소비자 경보는 금융 교육·정보 제공의 역할을 하고 피해를 예방하는 1차적 효과 외에도 제도 개선으로까지 이어지는 긍정적 효과가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가령 대학생 대출 사기를 막기 위해 대출금을 사용처로 직접 송금하게 하는 등 자금 사용 용도 관리가 보완됐다. 대출모집인의 불법행위를 막기 위해 금융사의 대출모집인에 대한 관리·감독도 강화했다. 카드사별로 제각각 표시하는 리볼빙 결제방식의 명칭은 ‘리볼빙 결제’로 일원화해 소비자 혼란을 줄였다. 즉시연금보험의 사업비와 납입보험료 대비 수익률 등을 비교할 수 있도록 보험상품 비교공시시스템도 개편했다.

▶일 터진 후에야…‘뒷북’ 경보=이달 초 발령된 온라인 사설 FX마진거래에 대해 소비자 경보가 발령됐다. 이미 지난달에 한 방송에서 해당 문제를 다뤄 세간의 화제가 된 뒤였다.

얼마 전에는 카카오톡 등에서 ‘주식 리딩방’(주식 전문가가 일정한 돈을 받고 주식을 매수·매도하는 타점을 알려주는 대화방)이 성행하고 있어 소비자 피해 및 주가조작 우려가 있다는 경보가 있었다.

이미 지난 3월부터 이른바 ‘동학개미운동’으로 개인의 주식투자가 급증하며 ‘리딩방’도 활개를 쳤는다. 석달이나 지나서야 경보가 울린 셈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소비자 경보는 민원이 일정량 이상 접수돼야 발령돼 사고가 발생한 뒤 울리는 한계가 있기는 하다”며 “사후적이기는 하지만 추가 피해를 막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올해부터는 금감원 자체적으로 시장을 모니터링해 민원량이 아닌 정성적 요소를 평가함으로써 선제적으로 발령하려 하고 있으며,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등 첨단기술을 활용해 시장을 모니터링하는 기능도 추진된다”고 설명했다.

▶잇따르는 사모펀드 사태…경보는 무용지물(?)=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나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는 피해자 수와 액수가 엄청나다. 하지만 경보는 없었다.

금감원 측은 상품의 특성상 DLF와 사모펀드에는 경보 제도가 맞지 않다고 주장한다. DLF의 경우 상품이 이미 모두 팔린 상태여서 경보를 울려봤자 효과가 없다는 것이다. 정상적으로 운용되는 사모펀드가 더 많은 상황에서 섣부르게 경보를 울릴 경우 시장에 혼란을 줄 수 있다는 점도 강조한다.

DLF 사태의 경우 판매 과정의 문제도 있지만, 기초자산인 선진국 국채 금리의 급락으로 촉발됐다. 해당 상품이 조(兆) 단위로 팔린 사실을 금감원이 파악하고 있었다면 변동성 주의에 대한 경보 발령도 가능했을 수 있다. 서부텍사스유(WTI) 원유 선물 ETN에 발령된 4월의 경보가 그랬다.

라임펀드나 이탈리아 헬스케어 펀드, 디스커버리 펀드, 아름드리자산 펀드, 그리고 최근의 옵티머스자산펀드 사태는 사모펀드란 이유로 환매 중단 정보가 해당 투자자들에게만 통보됐다. 이들 펀드는 형태는 ‘사모’지만 실질적으로는 ‘공모’처럼 다수에게 팔린 상품들이다. 유사한 유형의 구조나 기초자산에 투자한 이들에게 아무런 경보도 없었다.

가령 라임자산운용의 환매중단 펀드 중 크레디트 인슈어드(CI) 펀드는 지난해 8월까지 팔렸다. 이미 라임 펀드의 부실 의혹이 언론을 통해 제기된 때였다. 라임자산운용 경영진과 운용역들에게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 사건임에도 라임자산운용 관련 금감원 경보는 없었다.

금감원 관계자는 “소비자 피해를 막는 방법은 검사, 감독, 제재 등 여러 수단이 있으며, 소비자 경보는 그 중 한 수단이다”라며 “사모펀드는 현재 규제 미비로 시장을 모니터링할 수 없어 경보 제도로는 한계가 있으며 다른 방안을 강구 중이다”라고 말했다.

최근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사모펀드에 대한 전수조사 방침을 밝혔다. 하지만 금감원 내부에서는 현재의 인력으로 1만여 개가 넘는 사모펀드에 대한 전수조사, 특히 해외투자 사모펀드에 대한 조사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분위기다.

김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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