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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아동학대 근절, 대책 필요하나 원활한 작동이 더 중요

문재인 대통령은 25일 “위기아동 대책은 그간 많이 마련했지만, 문제는 잘 작동이 안 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경남 창녕에서 9세 아동이 부모로부터 학대받은 사건과 관련해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관련 공무원들에게 “행정사무 다루듯 하지 말고 엄마 같은 마음으로, 자기 일처럼 챙겨달라”고 당부했다. 고질적인 아동학대 근절을 위한 제도적 장치도 필요하지만 세밀한 관심과 원활하게 작동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지적인 셈이다. 아동학대가 사회적 문제로 비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당연하고 적절한 언급이다.

아동 학대 사건이 끊이지 않는 것은 관련 장치가 부족해서가 아니다. 프라이팬으로 아동의 손을 지지고 여행용 가방에 가둬 숨지게 한 최근의 충격적 아동학대 사건만 해도 그렇다. 2018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e아동행복지원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됐다면 미연에 막을 수도 있었다.

이 시스템은 영유아 건강검진과 장기결석 여부 등을 조사해 보호가 필요한 아동을 추정하고 이들에 대해 해당 지자체에서 양육 상황을 확인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코로나 사태로 방문을 할 수 없게 되고 출결 확인도 안 되는 사이 이런 끔찍한 일들이 벌어진 것이다. 물리적으로 시행이 어렵다고 제도를 방치했기 때문이다. 이제야 학대 고위험 아동 2만5000명을 대상으로 지자체가 가정 방문 점검을 한다지만 뒷북일 뿐이다. 문 대통령이 ‘행정사무’가 아닌 ‘내 일처럼’ 챙겨달라고 한 것은 이런 맥락이다.

최근 아동학대 사건을 계기로 법무부는 민법상 ‘친권자의 자녀 징계권’ 조항을 삭제하고 체벌 금지를 명문화하기로 했다. 이 조항 때문에 훈육을 이유로 사실상 아동 학대가 자행되고, 법원에서도 이를 일부 받아들여 감형하는 사례도 빈번했다. 지금이라도 손 보기로 한 것은 다행한 일이다.

하지만 이 또한 마찬가지다. 법을 개정하는 것만으로 아동학대의 뿌리를 뽑을 수 있는 건 아니다. 도를 넘는 아동 체벌을 근본적으로 근절하는 관리와 감독 체계가 마련돼야 실효성이 있다. 경찰과 학교는 물론, 아동보호기관이나 시민단체, 종교기관까지 망라된 촘촘한 시스템이 유기적으로 작동돼야 가능하다는 얘기다.

정부는 아동학대와 관련한 합동 대책을 다음달 중순까지 마련할 방침이라고 한다. 아동학대는 범죄행위로 제도적 장치 강화가 절대 필요하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는 것이다. 아울러 주변의 따듯한 애정과 관심이 아동학대를 막을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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