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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혜원의골프 디스커버리]다시 시작한 PGA투어, 선수들은 ‘경쟁’을 기다렸다

지난주 91일만에 다시 재개된 PGA투어는 선수들의 많은 기대를 샀다. 선수들이 어찌나 대회를 기다렸는지, 세계 톱랭커들이 연달아 대회에 출전 중이다. 예전 같으면 상위 랭커들이 잘 출전하지 않았을 대회에도 선수들이 몰려 메이저 대회를 연상케했다.

이언 폴터는 선수생활 20년간 이렇게 길게 집에 있었던 적이 없었다는 고백을 했다. 여기저기 시합장을 찾아 다니는 떠돌이 생활 덕이다. PGA투어 선수들은 한국처럼 동계훈련을 가지않는다. 대회가 없는 주가 거의 없어 집에 오랫동안 머무르는 시간은 길지 않은데 올해는 많은 선수들이 한달 여동안 클럽을 잡지 않았다고 한다. 실컷 휴가를 즐긴 셈이다.

그러나, 이번 코로나 사태로 선수들이 느낀 건 그들이 바로 경쟁과 긴장감을 즐긴다는 것이었다. 아무리 필드에 나가서 실전과 같이 연습을 한다고 해도, 진짜 대회에서 느끼는 긴장감과 경쟁 그 자체가 너무 그리웠다고 선수들은 말했다. 저스틴 토머스는 연습 때 공이 해저드에 들아가면 쿨하게 다시 치겠다고 얘기하고 할 수 있지만, 대회에서는 그럴 수가 없다며, 정말 한 샷, 한 샷을 의미있게 치고 싶었다고 말했다. 케빈 나도 그와 일맥상통하는 말을 했다. 1m 퍼팅이 정말 중요하게 느껴지는 그 순간이 짜릿하다는 것이다. 일반인들은 선수들이 운동을 좋아하고 잘해서, 또는 돈과 명예를 좇아 스포츠를 직업으로 선택했다고 생각하기 쉽다. 골프가 그들의 직업이지만, 기술과 퍼포먼스를 떠나 그들이 정말 원하는 건 경쟁 그 자체인 것 같다.

관중없이 대회를 치른 선수들의 반응은 제각각이었다. 선수들은 아무래도 관중없이 대회를 하는게 좀 이상하다고 말했다. 뭔가 끓어오르는 에너지를 느낄 수 없다는 견해가 지배적이었다. 연습라운드를 하는 느낌이라고, 버디를 성공시키거나 굿샷을 했을 때 같이 환호해주는 팬들이 없어서 아쉽다는 얘기였다. 저스틴 토마스는 드라이버를 잘 못쳤을때, 공이 러프로 가면 갤러리들을 더 가까이에서 보게 되는데, 미스샷이 났는데도 그럴 일이 없었다. 리키 파울러 등 몇몇 선수들은 팬들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일부러 손을 흔들거나 모자에 손을 올려 인사하는 모습도 보였다. TV로 보는 팬들을 위한 서비스이자 팬들을 그리워하는 걸 보여주는 행동이었다.

또 다른 반응도 있었다. 잘 치면 팬들이 기뻐해주지만, 잘 못 치면 야유를 보내는게 팬들도 있는데, 그걸 듣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얘기였다. 선수들도 팬들의 관심과 사랑은 좋지만, 사기를 떨어뜨리는 반응은 별로 달갑지 않은 법이다.

조던 스피스는 지난주 대회가 시작하는 첫날, 12시 티오프인데 7시에 일어났다. 첫날 무척 긴장이 되었다고, 마치 메이저 대회를 시작하는 기분이었다고 했다. 수없이 경기를 치른 선수들이지만, 오랜만에 시합을 하는 설레임은 좋은 날씨에 필드에 나서는 주말 골퍼와 비슷한 느낌일까. 오랜만에 대회를 보는 팬들도 설레이기는 마찬가지다. 대회 코스를 둘러싸고 있는 집에 사는 사람들이 마당에 나와 선수들을 응원하는 모습이 TV에 포착되기도 했다.

전반적으로 다른 스포츠는 선수들과 신체적인 접촉이 많아서 사회적 거리두기가 어려운 반면에 골프는 플레이 자체로 사회적 거리가 유지되는 운동이기 때문에 다른 어떤 스포츠보다 먼저 시즌을 재개할 수 있었다. 스포츠는 어떻게 보면 레저의 한 부분으로, 레크리에이션으로만 치부될 수 있지만, 막상 스포츠가 없어졌을 때 느끼는 부재감은 생각보다 무척 컸다. 골프가 주는 즐거움이 삶을 더 건강하고 풍요롭게 만들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비록 코로나 시대라고 해도 그 에너지와 즐거움과 감동을 골프팬들이 계속해서 느낄 수 있기를 희망한다.

KLPGA 프로·PGA투어 한국콘텐츠 총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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