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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5G '먹통' 신고에 공정위 "문제없다"…속 터지는 소비자
5G 약관에 서명했다는 이유로 피해 보상 외면
소비자, 5G 약관 "불공정하다" 공정위에 신고
공정위 "문언상 문제 없다" 판단
시민단체 반발 "약관 통해 중요사항 고지 안됐다"

[헤럴드경제=정경수 기자] 지난해 4월부터 SK텔레콤의 5G(5세대) 이동통신 서비스를 이용 중인 강모 씨는 이른바 '먹통 5G'로 애를 먹기 일쑤였다. 실내나 지하철 등 벽이 있는 곳에선 5G 연결이 되지 않았고, 수시로 LTE(4세대)로 바꿔야 하는 탓에 배터리가 빨리 닳는 불편함을 겪었다.

SK텔레콤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민원을 제기했지만 가입 당시 서명한 '5G 가용지역 확인 동의' 약관이 발목을 잡았다. 약관을 통해 일부 지역에선 5G 서비스가 어려울 수 있다고 고지했기 때문에 피해를 보상할 의무는 없다는 것이다.

결국 강씨는 이달 12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불공정 약관 심사를 청구했다. 해당 약관이 소비자에게 불리한 조항이라는 취지였다.

26일 헤럴드경제의 취재를 종합하면 공정위는 지난 18일 SK텔레콤의 5G 가용지역 확인 동의 약관에 대해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5G 가용지역 확인 동의 약관 [참여연대 제공]

문제 약관은 지난해 4월 5G 상용화와 동시에 처음 만들어졌다. 5G 전국망이 구축되지 않은 만큼 이용이 제한될 수 있다는 점을 충분히 고지해야 한다는 방송통신위원회의 권고가 있었다. 이에 따라 SK텔레콤은 가입신청서에 별도 칸을 만들어 "5G 가용지역은 전국망 구축 전까지 변경될 수 있고, 일부 지역에선 LTE로 제공될 수 있다"는 약관을 추가하고, 고객의 서명을 받았다.

공정위는 문언적 의미를 따져봤을 때 약관 문구가 불공정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전국망 구축 기한과 서비스 제한에 대해 충분히 고지되지 않았다는 주장에 대해선 법원 민사소송을 통해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봤다. 고객에 대한 신의성실의 원칙을 위배했다는 의견에 대해서도 SK텔레콤 측이 5G 전국망 구축을 전혀 도외시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백광현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개별 계약 관계에 따라 불공정성 여부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공정위의 심사대상이 되기 어렵다고 본 것 같다"며 "부당한 결정으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소비자가 법원에 심사 청구를 하는 것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5G 이동통신이 코로나19 사태에도 불구하고 서비스 1년여 만에 가입자 600만명을 넘어서는 등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사진은 이달 8일 서울 용산구의 한 쇼핑몰 내 휴대전화 판매점. [연합]

이번 공정위 결정에 대해 소비자들은 분통을 터트렸다. 강씨는 "각 부처는 서로 책임을 떠밀고, 통신사는 가입자 선점에만 몰입된 사이 소비자 피해는 계속 발생하고 있어 답답하다"고 말했다.

한범석 참여연대 변호사는 "상식적으로 소비자들은 길어야 1년 이내 5G 전국망 구축이 이뤄질 것이라고 보고 서비스에 가입했다"며 "지금처럼 1년이 훌쩍 지나도록 정상적인 서비스가 어려울 수 있었다면 약관을 통해 서비스 가능 지역, 전국망 구축 시한 등 중요 사항을 고지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공정위는 지나치게 형식 논리에 치중하고 있다"며 "불합리한 약관 조항이 통신사의 만능 면책 수단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우리나라 5G 서비스 가입자는 상용화 1년 만에 600만명을 돌파했다. 이동통신 사업자는 연말까지 1500만명을 목표로 내걸고 있다. 이 같은 가입자 유치 경쟁은 결국 ‘서비스 품질 불만’이라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고 있다. "금방 서비스가 개선될 것"이란 기대를 갖고 비싼 5G 요금제를 선택한 고객들의 불만이 점점 더 커져 분쟁으로 이어지고 있다.

kwat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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