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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대건설이 한남3구역 시공사 총회에서 정주영 회장 영상을 튼 이유 [부동산360]
정례화된 큰절 세례…‘조합원 마음 잡자’ 총력전 펼치는 건설사들
시공사 선정 뒤엔 갑을관계 바뀐다?…‘끝까지 을로 남겠다’ 호소
21일 한남3구역 시공사 선정 총회가 열렸던 코엑스 전시홀 현장 모습. [한남3구역 조합원 제공]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올해 정비사업 실적으로 건설사 순위를 나열했을 때 가장 첫머리는 일찌감치 정해졌다. 1위는 총 공사비 1조8881억원, 총 사업비 약 7조원 규모로 예상되는 서울 한남3구역 재개발사업을 따낸 현대건설 몫이다. 재건축·재개발사업은 수백억원, 많게는 1000억여원이 넘는 이익을 거둘 수 있어 건설사마다 사활을 걸고 수주경쟁에 나선다. 이 때문에 시공사 선정 총회 등에서는 건설사 임직원들이 선택권을 쥔 조합원들에게 큰절을 하는 광경이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총회 단골메뉴는 ‘조합원께 큰절’

지난 21일 오후 6시55분 한남3구역 시공사 선정 총회가 열린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A전시홀에서 조합장이 투표 결과를 발표했다. 1차 투표에서 1위인 현대건설과 2위 대림산업 간의 107표 차이 접전이었다. 2차 결선투표 용지 개표 결과 현대건설이 1409표로, 1258표를 얻은 대림산업을 누르고 최종 선정됐다. 발표 순간, 현장에 있던 현대건설 임직원들은 외마디 함성을 질렀다. 서로 부둥켜안고 뛰어올랐다.

시공사 선정 직후 미리 마련한 플래카드를 걸고 축하하는 현대건설 임직원들[이민경 기자]

이날도 몇시간 전만 해도 현대건설 임직원들은 경쟁사인 대림산업과 GS건설과의 경쟁 PT를 치르면서 눈물 섞인 호소를 했던 차였다. ‘디에이치(The H)’ 브랜드 수주를 담당하는 신국현 부장은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미로 ‘일동 차렷, 큰절’”을 외쳤다. 이어 “조합원님들 입주하시는 그날까지 제 얼굴을 기억해주십시오. 한남3구역 지키겠습니다”라면서 울먹였다. 윤영준 현대건설 주택사업총괄 대표를 비롯한 임직원 10명이 다같이 조합원을 향해 큰절을 했다.

다른 회사도 마찬가지였다. 대림산업은 배원복 대표이사가 현장을 찾아 큰절을 했다. GS건설은 김규화 건축부문 대표를 포함해 큰절부터 올리고 회사 홍보를 시작했다.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업계를 잘 아는 한 인사는 “시공사 선정 전 단계에서 건설사들은 ‘완전한 을’, 조합원은 ‘슈퍼갑’”이라며 “조합원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 큰절 또는 그 이상도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얼마 전 삼성물산 ‘래미안’을 선택한 반포3주구에서도 이영호 삼성물산 대표와 김형 대우건설 사장이 직접 설명회에 나타나 반포3주구 조합원들에게 큰절을 했다.

정주영 명예회장 영상부터 ‘영원한 을(乙)’ 호소까지

각 사의 홍보 영상에서도 조합원 표심을 사로잡으려는 고심이 느껴졌다. 현대건설은 홍보 영상 말미에 정주영 명예회장의 영상을 꼭 넣는다. 현대건설 측 관계자는 “조합원들이 대체로 중장년에서 노년층이 많은데, 고객의 취향을 분석해서 정한 것”이라며 “정 명예회장이 갖는 이미지는 현대그룹을 대표하는 정신과도 같고, 현대건설이 건설명가로서의 정통성을 표현하는 데에도 알맞다”고 설명했다.

‘갑질’을 하지 않겠다는 걸 강조한 회사도 있다. GS건설은 다른 지역 재건축사업장 조합장들의 인터뷰를 틀었다. GS건설은 조합과의 관계에서 ‘영원한 을’로 남겠다고 공언했다. 영상에 출연한 조합장들은 ‘보통 시공사가 선정된 다음엔 갑과 을이 뒤바뀐다고 하는데, GS건설은 끝까지 을로 남았다’거나 ‘건설사들이 해주겠다고 한 걸 빼겠다는 경우는 봤어도 GS처럼 뭘 더 자꾸 해주겠다는 것은 처음 봤다’고 전했다. 재건축 분야 사건을 주로 맡는 한 중견 변호사는 “시공사 선정 순간, 시공사가 갑이 되는 것은 100%”라며 “그 사실을 전제로 하고 차별점을 두려 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민경 기자]
‘아크로’ ‘디에이치’ 하이엔드 브랜드 전면에

건설사들은 공통으로 초고가 아파트를 대표하는 하이엔드 브랜드를 전면에 두고 강조했다. 대림산업은 ‘평당 1억 신화’를 기록한 ‘아크로리버파크’를 이을 아파트를 한남3구역에 짓겠다고 말했다. 홍보 영상 내내 ‘ACRO’ 로고가 대림산업보다 더 자주, 더 크게 등장했다. 현대건설도 ‘디에이치’ 브랜드에 부여한 무게를 강조했다. GS건설은 “대한민국 주거문화 유산에 걸맞은 ‘한남자이헤리티지’로 탄생시키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남3구역은 2003년 뉴타운 지정 이후 2009년 정비구역 지정, 2012년 조합 설립 인가, 2017년 서울시 건축 심의 통과, 지난 3월 말 사업 시행 인가를 받았다. 시공사 선정 총회까지는 또 1년2개월이 더 걸렸다. 이수우 조합장도 이날 “조합원들의 열정과 성원 덕에 여기까지 왔다”며 마찬가지로 큰절을 했다.

th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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