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연대, 5주동안 평화의 소녀상 앞 집회 자리 선점
충돌 예상한 경찰, 소녀상 주위 2m 폴리스라인 설치
작년 ‘서초동 집회’ 때도 보수·진보단체 간 ‘자리 다툼’
[헤럴드경제=신주희 기자]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 촉구 수요시위(수요집회)가 매주 열리던 서울 종로구 옛 주한 일본대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 자리에 보수단체가 집회 신고를 선점했다. 이에 따라 일본군성노예제문제해결을위한정의기억연대(정의연)는 시위 장소를 뺏기게 됐다. 수요시위 지점을 옮기는 일은 28년만으로, 정의연과 보수단체의 충돌이 예상된다.
22일 경찰과 보수단체인 자유연대에 따르면 수요일인 오는 24일부터 7월 22일까지 자유연대는 매주 수요집회가 열리던 평화의 소녀상 자리에 5주간 집회 신고를 해놓은 상태다. 김상진 자유연대 사무총장은 이날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이날 자정에도 한 달 뒤에 있는 집회 신고를 마쳤다”며 “물리적 충돌이 발생하지 않도록 경찰의 지시에 따를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경찰은 충돌을 우려해 소녀상 2m 반경으로 폴리스라인을 설치해 ‘완충지대’를 확보할 예정이다. 두 단체 모두 폴리스라인 내 완충지대에서는 시위를 할 수 없다.
서울 종로경찰서 관계자는 “24일 두 단체의 충돌이 예상돼 경비 인력을 보강하고 폴리스 라인을 설치해 시위 장소를 분할할 것”이라며 “소녀상을 마주본 방향에서 좌측에는 자유연대, 우측에는 정의연이 집회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현행법상 집회 신고는 최장 30일 전부터 경찰에 접수할 수 있으며 서로 다른 단체가 중복된 장소·시간에 집회를 신고하면 원칙은 먼저 신고한 단체로 집회에게 우선권이 돌아가지만 관할 경찰서장은 시간이나 장소를 분할하여 개최하도록 조정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러나 이해관계가 충돌되는 단체가 한쪽을 방해할 목적으로 집회를 신고하는 경우라면 조정이 쉽지 않다.
집회 장소 선점은 집회 주최 측에 반대하는 측에서 집회 개최를 저지하기 위해 종종 사용해 오던 방식이다. 2016년에는 서울 서초구 현대자동차 본사 앞에서 사측이 ‘성숙한 집회문화 만들기’ 집회로 장소를 선점하자 대법원이 노조 측의 집회의 자유를 침해했다고 판단한 바 있다.
집회 시간·장소 선점은 지난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수호하는 진보단체의 시위와 이를 규탄하는 보수단체의 ‘맞불시위’가 서초동에서 개최되면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지난해 10월 5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진보단체 개싸움국민운동본부(개국본)는 오후 6시부터 ‘제8차 검찰개혁 촛불문화제’를 예고했지만 보수단체의 집회가 오후 5시로 알려지자 행사 시간을 오후 4시로 앞당기기도 했다. 이에 보수단체들은 다시 오후 3시로 행사 시간을 변경하는 등 집회 자리와 시간을 선점하기 위해 단체들이 기싸움을 벌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