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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K팝팬, ‘노쇼’로 트럼프 유세를 망쳤다?”
SNS로 ‘참가 신청 후 불참’ 전략 공유
100만 참가 홍보하더니 실제론 빈자리↑ 
캠프 측 “시위대가 지지자 막은 탓”설명
“투표권 없는 10대, 트럼프에 맹렬 타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오클라호마주 털사시 BOK센터에서 대선 유세 발언을 하고 있다. 지난 3월 이후 처음 하는 대규모 선거 유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중단됐던 것이다. 선거 캠프 측에선 100만명이 참가 신청을 했다고 홍보했지만, 2층 객석은 텅빈 모습이다. 이 곳의 수용인원은 1만9000명이다. [EPA]

[헤럴드경제=홍성원 기자]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오클라호마주(州) 털사시(市)에서 진행한 대선 유세는 홍보했던 것과 달리 텅빈 객석이 많았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중단했던 유세를 3개월여만에 재개하는 마당이어서 열광적인 지지가 필요했는데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이다. 행사 전 트럼프 대통령 재선 캠프 측에선 100만명이 유세 참가신청을 했다고 밝혔는데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K팝팬 등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노쇼(No show·예약을 하고 실제론 나타나지 않음)’를 하기로 암암리에 약속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아직 투표권이 없는 10대를 중심으로 정치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소리없는 대중’이 있다는 점을 보여준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 캠프의 팀 머터프 대변인은 유세장인 BOK센터 밖 시위대 때문에 지지자가 운집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1만9000석 규모의 실내경기장은 한 눈에 봐도 2층 객석은 빈자리가 많았다. NYT 측은 객석의 3분의 1은 비어 있었다고 전했다. 현장 취재를 했던 기자들의 전언에 따르면 시위대도 많지 않았다고 한다. 참석하기로 했던 지지자가 유세장 안으로 들어오지 못할 이유가 없었단 얘기다.

한 트위터 사용자가 “K팝팬이 트럼프 유세를 망쳤다”는 글과 함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유세를 진행한 오클라호마주 털사시의 BOK센터 내부 모습이 담긴 동영상을 공유했다.

NYT는 틱톡(Tik Tok·짧은 동영상 공유 플랫폼) 사용자와 K팝 팬에 주목했다. 트럼프 대통령 캠프 측은 휴대폰을 이용해 유세 참가 무료 티켓에 등록하라고 지난 11일 트윗을 올렸다. 이런 사실을 소셜미디어 사용자 수십만명이 공유, 장난으로 유세에 가겠다고 등록한 뒤 ‘노쇼’ 했다는 것이다.

한 틱톡 사용자는 지난 15일 자신의 계정에 “트럼프 유세에 가기로 서명했는데, 아파서 갈 수 없게 됐다”고 가짜 기침을 하는 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수천명의 다른 틱톡 회원도 비슷한 트윗과 영상을 올렸다고 NYT는 전했다.

이들의 행동을 치기어리다고 보기에도 무리인 정황이 있다. 가짜 이름과 전화번호를 통해 참여 등록을 한 것으로 파악된다. 구글 음성 번호와 다른 인터넷 연결 전화를 통해서다. 상당수 소셜미디어 이용자는 ‘노쇼’를 의도한 게시물을 24~48시간 안에 삭제했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 캠프 측이 낌새를 차리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다. 유튜브 사용자인 엘리자 대니얼은 “아이들은 똑똑하고, 모든 걸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 코르테스 뉴욕주 하원의원(민주당)은 트위터에 “틱톡하는 10대들에게 흔들린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 캠프의 브래드 파스케일 선대본부장이 “급진적 시위대가 지지자의 유세 참여를 방해했다”고 한 걸 비꼰 것이다.

매리 조 라우프(51)는 “이 나라엔 ‘노쇼’ 시위로 참여한 10대가 있다”며 “당장 투표권은 없지만 정치 시스템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알고 있다”고 했다.

뉴욕에 거주하는 에린 호프먼(18)도 유세 소식을 인스타그램을 통해 접한 뒤 지인들에게 참가 신청을 하자고 독려했다고 한다. 그는 “트럼프는 여러 방법으로 수백만명의 미국인의 선거권을 박탈하려고 적극적으로 노력해왔다”며 “이게 내가 할 수 있는 시위였다”고 말했다.

NYT는 아울러 K팝팬이 최근 몇달새 미국 정치에 크게 관여하고 있다고 했다. 방탄소년단(BTS) 등 한국 가수를 좋아하는 K팝팬이 백인우월주의자의 소셜미디어 활동·시위를 막기 위한 댈러스 경찰의 제보 앱을 마비시키는 등 소셜미디어를 통한 인종차별 항의시위에 동참한 걸 거론했다.

오랜기간 공화당 전략가로 활동한 스티브 슈미트는 트위터에 “미국의 10대들이 도널드 트럼프에게 맹렬한 타격을 줬다”고 했다.

ho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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