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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호에 이스타까지 업었는데…산은, 아시아나 딜레마
현산, 사실상 최후통첩에
받으면 자금부담 더 커져
안 받으면 매각결렬 뻔해
[사진=현대산업개발 본사][연합]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배짱이냐 실리냐’

HDC현대산업개발(현산)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조건 전면 재협상’을 요구함에 따라 산업은행 등 채권단의 고민이 깊어졌다. 현산의 요구는 결국 추가지원와 가격 재조정이 뻔한데, 이를 받을 경우 상당한 부담이 생긴다. 그렇다고 이를 거부할 경우 매각 자체가 무산돼 금호그룹 정상화와 이스타항공 매각에까지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래도 저래도 지금보다는 부담이 더 드는 상황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10일 산은은 현산이 전날 보내온 ‘아시아나 인수조건 전면 재협상’ 요구 공문에 대한 입장을 밝힐 계획이다. 당초 6월27일로 돼 있는 인수 종료 시점을 연말까지 일정 기간 미루고 협상에 나서겠다는 내용이 담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채권단 관계자는 “현산 측이 재협상이 필요한 당위성에 대해서는 구구절절 나열했지만 재협상 조건으로 무엇을 원하는지는 밝히지 않았다”며 “현산 측의 진의가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산 측은 재협상 이유로 ▷코로나19 사태로 기업가치가 하락한 점 ▷인수가 산정 근거인 제무재표 신뢰성이 불투명한 점 ▷현산 동의 없이 차입을 진행한 점 등을 꼽았다.

현산 측은 “인수 의지에 변함이 없다”고 밝혔지만, 전체적인 뉘앙스가 사실상 ‘인수 포기 명분’이라고 해도 무리가 없을 정도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사진=산업은행]

산은에게 아시아나항공 매각은 그 자체를 넘어 다른 구조조정 기업들까지 얽혀 있는 실타래를 풀 실마리다. 금호그룹은 현산이 납입할 아시아나 항공 구주 대금 3228억원으로 그룹을 재건할 계획인데 현산이 인수를 포기하면 이 같은 계획이다 틀어지게 된다. 구주 대금은 지난해말 계약 당시 주당 4700원으로 적용됐는데 코로나19 여파로 주가가 급락하면서 4000원대 초반으로 떨어진 상태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산이 인수 의지가 있다면 구주 대금을 깎으려 할텐데, 산은이 이를 수용하고 금호를 설득하기 위해서는 금호 측에 추가적인 자금지원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스타항공 매각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스타항공 매각은 현재 아시아나 매각과 거의 비슷한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다. 거래종결 시한이 3주 앞으로 다가왔는데 인수하기로 한 제주항공이 해외 결합심사가 끝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인수 일정을 미루면서 425억원의 대금을 납입하지 않고 있다. 제주항공은 인수를 진행할 지, 포기할 지 여부를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현산이 인수를 포기하건, 일정 정도의 지원을 추가로 받아내건 이스타항공 협상의 선례가 될 수 있다”며 “산은 입장에서는 인수를 성사시키면서도 특혜 논란을 비껴갈 지점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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