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대 보직 교수 ‘혈서 발언’ 놓고 갈등
서울대·연세대·이대는 비대면 시험 원칙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대면 시험에서의 감염 우려 탓에 1학기 기말고사를 목전에 둔 학생들과 학교 측과의 갈등이 점화되고 있다.
수도권 중심의 소규모 감염과 대학 내 확진자 발생으로 인해 기말고사의 원칙을 ‘비대면 시험’을 원칙으로 전환한 학교가 속속 생겨나고 있다. 반면 대면 시험을 강행하는 일부 학교에서는 학생과 학교 측이 갈등이 커지고 있다. 서울의 한 대학에서는 한 보직 교수의 ‘혈서 발언’에 반발해 붉은 글씨의 대자보까지 등장했다.
9일 대학가에 따르면 서울대·연세대·이화여대·한국외대는 비대면 시험이 원칙이다. 연세대의 경우 대면 시험은 교수와 학생과 동의 하에 실시할 수 있으며 이화여대도 교수 재량에 따라 대면 시험을 예외적으로 허용한다. 당초 대면 시험 원칙을 내세웠던 서울대도 지난 1일 학생회 연석 회의를 거쳐 기말고사를 비대면 시험으로 보는 것으로 기조를 전환했다.
한편 대면 시험 원칙을 고수하고 있는 고려대·한양대에서는 학생들의 반발이 커지는 모습이다. 한양대의 경우 지난 5일 서울 성동구 한양대 서울캠퍼스 내 신본관에서 총장 면담을 요구하며 농성하던 학생에게 학교의 한 보직 교수가 “혈서라도 쓰라”는 극단적 표현을 사용하면서 갈등이 촉발됐다. 실제로 지난 8일 성동구 지하철 한양대역 2번 출구에서는 학교 관계자의 혈서 발언을 규탄하는 붉은 글씨의 대자보가 붙었다.
한양대 학생회에 따르면 한양대 교직원노조도 지난 8일 학생들을 지지하는 성명을 냈다. 한양대 학생회 측은 10일까지 이틀간 릴레이 피켓 시위를 개최, 비대면 시험을 학교 측에 건의할 예정이다. 한양대 국어국문학과 재학생인 박모(23)씨는 “학교 측이 ‘절대평가나 비대면 시험 등은 대외적인 학교 평가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혔다고 한다”며 “그런 이야기를 들으니 학교가 학생을 보호해 주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 것 같아 안타깝고 실망스럽다”고 했다.
고려대의 경우 다수의 학생이 비대면 시험을 요구하고 있으나 학교 측은 커닝 등 부정행위 등을 이유로 대면 시험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고려대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코로나19에 따른 대면 시험 여부에 관한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기말고사 시행 방침 수정을 지난 5일 교무처에 권고했다.
고려대 비대위에 따르면 재학생의 30%가 응시한 설문에서 84.2%가 대면 시험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려대 비대위는 “지방에 거주하는 학생들은 기말고사 기간에 서울로 올라와 시험을 치러야 하고 이 과정에서 감염 위험이 커진다”며 대면 시험에 반발했다.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4학년 남모(24)씨도 “대면 시험에 대한 구체적인 지침은 좌우 앞뒤로 띄어 앉도록 하는 것이 전부”라며 “학교 측에서 의사 결정을 할 때 학생들의 의견을 듣지 않고 ‘임팩트가 없다’고 일갈하는 등 일방적으로 대처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고려대 교무처 측은 “온라인 시험 공정성에 대한 민원 제기로 기존대로 대면 시험을 진행한다”며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주소현·신주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