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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맛으로 멋으로 골라먹는 ‘시즈닝 견과’
‘허니버터 아몬드’ 대박 ‘옷 입히기 전쟁’ 후끈
호두·마카다미아·피칸 등도 다양한 맛 변신
원물의 건강함 넘어 ‘맛있는 간식’ 자리매김
이마트 매장에 진열된 시즈닝 견과류 제품들 [육성연 기자]

시작은 아몬드였다. 하얀 옷을 입고 달콤한 향까지 뿌린 아몬드는 사람들의 눈길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국내는 물론 중국 관광객들의 싹쓸이 품목이 된 ‘허니버터 아몬드’의 탄생이다. 커피나 짭쪼름한 소금밖에 입을 줄 몰랐던 견과류의 변신은 분명 흥미로웠다. 시작은 달콤한 옷이었으나 이제는 빨간색·초록색 등 각양각색의 ‘옷 입히기 전쟁’으로 바뀌고 있다. 그 종류도 아몬드를 넘어 호두나 마카다미아, 피칸 등으로 퍼지고 있다. ‘하루 한줌’이 유행했던 국내 견과류 시장은 이제 ‘시즈닝 넛츠(맛과 향을 입힌 견과류)’ 시대로 전환중이다. 단순히 섭취량을 채우는 문제에서 개인의 취향에 따라 ‘맛’을 골라먹는 시대로 넘어온 것이다.

원물 수요가 많았던 한국,

최신 트렌드는 ‘시즈닝 넛츠’

국내에서 견과류는 비교적 한정적으로만 사용돼왔다. 멸치볶음등의 반찬용 식재료로 이용되거나 맥주 안주 등 원물 자체로의 섭취가 주된 소비였다. 견과류는 건강 식품이라는 인식이 강했기 때문에 가장 건강한 원물로 ‘먹어야 하는’ 섭취량이 부각됐던 것이다. 하지만 미국이나 일본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견과류 전문 식품기업 ‘동우농산’의 조태민 영업팀 차장은 “국내에서는 시즈닝 제품 비율이 매우 적지만 일본과 미국에서는 원물과 시즈닝의 섭취 비율이 3:7 정도로, 시즈닝 제품을 훨씬 많이 먹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최근에는 국내 시장에서도 고객 요구가 다양해지면서 시즈닝 제품의 수요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이러한 분위기는 대형마트에서도 엿볼 수 있다. 서울 은평구에 위치한 이마트의 한 매장에는 시즈닝 견과류 제품들이 메인 통로 자리를 당당하게 차지하고 있다. 진열대의 세 칸 정도가 채워질 만큼 종류도 꽤 다양했다. 유명 아이스크림처럼 ‘31’ 가지는 아니더라도 골라먹을 수 있는 재미는 보장된 셈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아이들 간식까지 견과류가 이용되면서 찾는 고객이 늘고 종류도 많아졌다”며 “제품을 눈에 잘 띄는 공간에 진열하거나 할인 등의 행사도 자주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강자인 아몬드, 트렌드

반영한 다채로운 ‘맛’ 과시

가장 화려하고, 트렌디하며, 가장 많은 옷을 가진 견과류는 단연 아몬드이다. 시즈닝 견과류 ‘허니버터 아몬드’가 대박을 터트리면서 아몬드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 주인공이 됐다. ‘길림양행’은 견과류를 기름에 튀겨 시즈닝하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견과 원료를 드라이 로스팅한 후 시즈닝을 코팅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허니버터 아몬드’가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후에는 연이어 새로운 맛을 쏟아내고 있다. ‘와사비맛 ’, ‘군옥수수맛’, ‘티라미수맛’, ‘쿠키앤크림’, ‘별빛팡팡’, ‘민트초코’, ‘카라멜아몬드앤프레첼’ 등 스낵 못지 않은 다채로운 구성이다. 경쟁사 ‘머거본’ 또한 매운맛 트렌드를 겨냥한 ‘불닭볶음 아몬드’와 ‘새우몬드’ 등을 내놓았으며, 세계 최대 아몬드 전문기업인 블루다이아몬드는 ‘아몬드 코코넛 믹스’등을 선보이고 있다.

‘호두도 변했다’ 시즈닝 시장,

다양한 견과류 종류로 확산

견과류 시즈닝 시장은 지난 몇 년간 아몬드에서 머물러 있었다. 하지만 한 분야에서 ‘절대 강자’의 자리란 없다. 그동안 잠잠했던 호두가 기지개를 펴며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대표적인 전통 견과류 답게 호두의 옷은 인절미 등 전통 식재료가 강세이다.

‘동우농산’의 경우 지난 2월에 ‘인절미 맛 호두’를 출시했다. 조태민 영업팀 차장은 “아몬드에 정체됐던 기존 시장에서 벗어나 다양한 시도를 하면서 호두를 선택하게 됐다”며 “‘인절미 호두’는 일반 호두보다 가격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호평이 이어지면서 백화점과 마트, 편의점까지 유통경로를 늘릴 수 있었다”고 했다. 인절미 맛과 함께 흑임자·흑당밀크티 맛 등 다양한 시즈닝도 개발중이다. 이외에 자연원의 ‘매콤달콤 호두’ 등이 있으며, ‘카페톨릭스’의 ‘체다치즈 호두’(겨울시즌용)·‘호두 캔디’ 처럼 일반 카페에서 직접 만드는 제품도 등장하고 있다. 정신형 캘리포니아 호두협회 한국지사 부사장은 “그동안 호두는 원물로 먹어야 영양을 제대로 섭취한다는 인식이 강했으나 최근에는 간편하게 맛을 즐기려는 이들이 많아졌다”며 “지난해 서울카페쇼에서 소개된 인절미 맛, 검은깨 맛 등의 전통 시즈닝들은 베이커리 카페나 티룸 등에서 큰 관심을 보였다”고 전했다.

마카다미아와 피칸도 새로워지고 있다. 오트리의 ‘마카다미아홀릭 트러플어니언’, 리얼넛츠의 ‘코코크런치넛 시나몬피칸’ 등이 있다. 시작된 시즈닝 경쟁에서 업계들은 ‘제2의 허니버터 맛’을 찾기 위해 분주한 모습이다. 제과업계 관계자는 “건강한 견과류는 이제 맛있는 간식으로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며 “더 많은 견과류 종류와 새로운 맛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으로 전망했다. 육성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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