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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주사 전환 권장했던 공정委, 이젠 규제 '덕지덕지'
국무회의서 시행령 개정…지주사의 공동출자 막아
포기 사례도…"권장하더니 20년 만에 왜 다시 규제하냐" 불만

[헤럴드경제=정경수 기자] 정부가 20년 동안 유지해온 지주회사 체제 유도 정책을 포기하면서 각종 규제를 쏟아내고 있다. 이미 지주회사로 전환한 기업들 사이선 볼멘소리가 나온다. 기업 지배구조 규제에 집착하는 정책을 포기해야 할 때라는 지적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9일 오전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서 공정거래법 시행령 일부 개정령안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지주회사 체제에서 손자회사에 대한 공동출자를 금지하고, 50억원 이상의 내부거래 시 이사회 의결을 거치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러한 지주회사 옥죄기는 지난해부터 강화되고 있다. 지난해 기획재정부는 지주회사 전환을 유도하기 위해 20년 넘게 유지했던 이연과세 특례를 2022년부터 없애기로 했다. 공정위는 대기업집단 현황 공시 대상에 지주회사와 자·손자·증손회사 간 경영컨설팅 및 부동산 임대차 거래 현황 항목을 신설했다. 이달 중에는 공정거래법 전면개정안 재발의를 통해 지주회사가 의무적으로 보유해야할 자회사·손자회사 최소 지분율을 높이는 방안을 추진한다. 지금은 상장회사 20%, 비상장회사 40%인데 이를 각각 30%, 50%로 끌어올리는 내용이다.

재계서는 "정부만 믿고 지주회사를 설립했는데 이제와서 규제를 강화한다"며 볼멘소리를 내놓는다. 정부는 1999년 외환위기를 계기로 그간 금지됐던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허용했다.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하고 구조조정을 촉진하기 위해서다. 이를 권장하기 위해 규제 유예, 세제 혜택 등을 제공했다. 그 영향으로 지주회사의 수는 20년 사이 0개에서 173개로 불어났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정부의 입장이 바뀌면서 각종 지주사에 대한 규제가 쏟아져 나왔다. 지주회사 체제가 총수일가의 지배력 강화를 심화시키는 부작용이 나타났다는 이유 때문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그간 지주사에 여러 혜택을 줬지만 막상 소유-지배 일치 측면에선 일반 대기업과 큰 차이가 없었다"며 "이에 따라 지주사와 일반 대기업을 동등하게 대하기 위해 관련 규정을 정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지주회사를 포기하는 사례까지 나타났다. 이커머스 기업인 인터파크는 지난 4월 자회사 통합을 통해 15년 동안 이어온 지주회사 체제를 청산했다. 각종 지주회사 규제에 막혀 신사업 진출이 어려웠다는 점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재계 관계자는 "이미 지주회사는 출자 단계 제한을 받고 있고, 금융사도 갖지 못하는 등 촘촘한 규제를 받고 있다"면서 "부작용이 있다는 이유로 규제를 더 늘리면 이제 지주회사로 전환하지 마라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완벽한 제도는 없는 만큼 여러 선택지를 열어주고 기업들이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게 하는 게 옳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이제 대기업집단 정책의 한계를 직시하고 시장의 자정작용에 맡겨야 한다고 조언한다. 홍대식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공정위는 이제 어느 기업 지배구조 체제를 좋다고 얘기하는 시대가 지났다는 걸 인정해야 한다"며 "정답을 정해놓고 규제를 만들다보면 기업들의 혁신이 더 어려워진다"고 지적했다. 이어 "빠르게 변하는 시대에 정부의 방향성은 언제든 틀릴 수 있기 때문에 기업이 시장서 경쟁하면서 스스로 바람직한 지배구조를 찾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kwat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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