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헤븐] “내가 배웠던 성은 ‘불쾌·축축’…답답해서 직접 뛴다”
[제작=권해원 인턴 디자이너]

[헤븐] 성교육 강사 된 20대들…그들과 단톡방을 열다

“고등학교 성교육 시간에 낙태에 대한 동영상을 틀어줬어요. 지금은 왜곡된 영상인 것을 알고 있었지만 당시 영상을 본 반 친구들은 무섭다며 ‘아이를 아예 갖고 싶지 않다’고 얘기하기도 했죠. 학창 시절 받았던 성교육은 부정적인 측면을 강조해서 ‘성은 불쾌하고 축축하다’는 부정적인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 김윤선(29) 회사원

“어른이 되고 난 후 막상 알게 된 성은 포근하고 따뜻하고 긍정적이었어요. 그렇지만 어릴 때 성에 대해 생각했을 때는 성범죄나 부정적인 모습이 많이 기억나요. 그때부터 왜 이런 차이가 생길까에 대한 고민이 있었죠” - 김두경(29) 대안학교 교사

최근 성교육강사 교육과정을 마친 김윤선(29) 씨와 김두경(29) 씨는 자신들이 배웠던 성교육에 대해 이같이 떠올렸다.

N번방, 단톡방 성희롱, 미투 성폭력 고발 운동 등 10대들이 각종 미디어를 통해 접하는 성은 김윤선 씨와 김두경 씨가 학창 시절 성에 대해 느꼈던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헤럴드경제의 모바일뉴스 특별취재팀 ‘헤븐(헤럴드 젊은 기자들이 굽는 따끈따끈한 2030 이슈)’은 어른이 돼 10대와 우리 사회에 따뜻한 성에 대해 알리고자 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헤븐〉 헤럴드 오븐 : 헤럴드 젊은 기자들이 굽는 따끈따끈한 2030 이슈

윤선 씨가 성교육전문가가 되기로 마음먹은 것은 몇 년 전 자궁경부암 바이러스(HPV)로 인해 자궁경부 전암병소, 암일 가능성이 있다는 진단을 받은 경험이 결정적이었다. 그는 “성인 인구의 약 70%는 일생 적어도 한 번의 생식기 HPV 바이러스에 감염되고 이 바이러스는 콘돔으로도 막을 수도 없어요. 왜 이 사실을 학교 성교육시간에 가르쳐주지 않았는지 정말 화가 났어요”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현재 윤선 씨는 성교육강사 교육과정을 이수하고 여성친화적 콘돔을 제작하는 회사에서 일한다.

대안학교 교사인 두경 씨는 최악의 성교육으로 중학생 시절 ‘필요악’이라는 단어를 설명하며 성매매를 예로 든 영어선생님을 꼽았다. 그는 “성교육뿐 아니라 모든 수업에서 의도치 않게 드러나는 교사의 성 고정관념이 아이들에게 일종의 교육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아이들이 잘못된 성교육 영향으로 스스로가 잘못된 존재라고 여길 수도 있다는 생각에 두경 씨는 성교육강사 과정을 수료했다.

[제작=권해원 인턴 디자이너]
“궁금했어요” 미성년 탈출하자 성인용품점으로…

10대들이 미디어를 통해 성지식도 많이 접하지만 청소년들이 접하는 성은 ‘음습하고 쾌락에 치중해 있다’는 게 이들의 진단이다. 윤선 씨는 성교육전문가 과정을 이수하고 난 후 성인용품점에서 일했던 경험을 덧붙였다. 그에 따르면 당시 고등학교 근처에 있었던 성인용품 매장에서는 종종 고등학생들이 문을 열다가 도망가는 일이 있었다.

“올해 12월에서 1월로 넘어가는 날, 2001년생들이 우르르 매장으로 몰려들었어요. 갓 미성년자를 탈출해 성인용품점에 찾아온 아이들은 ‘정말 궁금했다’고 하더라고요.”

윤선 씨는 웃으면서 당시 경험을 전했다. 윤선 씨는 몇몇 학생이 성에 대해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모습을 보였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성인용품점을 찾았던, 성에 대해 궁금해하던 아이들이 성을 대하는 모습은 ‘호기심’ 그리고 ‘쾌락’에 가까웠다고 전했다.

“안 돼요” 강요된 순결…성교육은 인간관계 가르쳐야

학교 성교육이 생물학적 지식 위주·성폭력 예방 중심인 데에는 ‘청소년은 성적으로 무지하고, 순결해야 한다’는 어른들의 전제가 깔려 있다.

그러나 10대는 성적 주체가 될 수 있으며 가해자가 되기도, 피해자가 되기도 한다. 이런 이유로 갓 성교육강사로 첫발을 뗀 이들은 10대가 자신만의 기준을 가지고 대처할 수 있는 성교육을 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제작=신주희 기자]

두경 씨는 ‘자신만의 기준’에 대해 10대들이 불법 성 착취물 등을 접했을 때 스스로 ‘이건 뭔가 잘못된 거 아닐까’ 불편함이 생겨나는 선이라고 설명했다. 윤선 씨도 “아무리 어른들이 규제한다고 해도 인터넷방송, 유튜브 등에서 청소년들이 19금 ASMR(청각·시각·촉각 등을 이용해 뇌를 자극해서 심리적 안정을 유도하는 것) 영상, 성 착취물과 포르노를 접하는 것을 막을 수 없다”며 “아이들이 성적 쾌락만을 보여주는 미디어 환경에 노출되더라도 스스로 대처할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10대들이 자기 기준을 갖고 문제의식을 키우기 위해서는 또래나 부모, 교사와의 관계에서 인간관계를 먼저 배워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윤선 씨는 “성교육은 단순히 성지식을 습득하는 일이 아닌, 연인 등 인간관계를 배우는 일”이라고 전했다. 가령 선생님에게 평등한 연애 관계가 건강하다고 배울 때와 주체적인 연애를 하는 친구의 경험담을 들을 때 아이들의 눈빛이 다른 식이다. 두경 씨도 “주변 사람들과 관계 속에서 자연스럽게 본인에게 맞는 성인식을 키우다 보면 분별력을 갖출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신주희·주소현 기자/Heaven@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