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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팀장시각] 잘못없는 어린이가 또 왜…

‘올 초 경기 부천에서 일어난 사건은 더 엽기적이었다. 몸무게가 90㎏이나 되는 아버지는 16㎏밖에 안 되는 일곱 살짜리 아들을 때려 숨지게 한 뒤 아내와 시신까지 훼손했다. 그것도 모자라 이사 가서 4년 가까이 쉬쉬하며 살았다. (중략) 아동학대의 대물림을 어떻게 끊을 수 있을까. 교육당국·복지당국·수사당국·행정당국이 긴밀히 협조, 아동학대를 막기 위한 사회안전망을 구축하는 것이 우선이다.’

2016년 2월 3일 기자가 썼던 칼럼 일부다. 당시에는 전국 곳곳에서 아동학대사건이 연이어 드러나던 때였다. 하루가 멀다 하고 관련 뉴스가 나올 때마다 많은 사건기자가 현장으로 달려갔다. 그들은 현장에서 경찰과 피해 아동의 친지·이웃 등 주위사람들을 취재할 때마다, 피의자인 피해 아동의 부모나 계부·계모 등이 현장검증을 할 때마다 함께 슬퍼하고, 때로는 시민들과 함께 욕도 했다. 당시 “(피해를 당한) 아이들이 생각나 한동안 밤잠을 이루기 어려웠다”는 한 후배의 말도 떠오른다.

그 후배를 포함한 많은 사건기자는 자신이 다시는 그런 사건을 접하지 않기를 바란다. 취재 자체가 너무 가슴 아픈 일이기 때문이다. 기자도 그렇다. 그런데 아동학대사건 관련 칼럼을 4년이 지나 또 쓰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이달 초 있었던 ‘의붓아들 가방 감금사건’ 이야기다.

충남 천안 환서초등학교 3학년이었던 A군은 이달 1일 저녁 천안 서북구의 한 아파트에서 의식을 잃은 채 심정지 상태로 119에 발견됐다. 경찰 조사 결과, A군은 물 한 모금 마시지 못하고, 7시간 넘게 여행용 가방 2개에 감금됐다. A군 친부의 동거녀로 사실상 계모였던 B(43)씨는 애초 A군을 같은 날 정오께 여행용 가방에 들어가게 하고, 3시간가량 외출까지 했다. 첫 번째 가방에서 용변을 봤다는 이유로, B씨는 더 작은 가방에 A군을 다시 가뒀다.

B씨가 구속된 이달 3일 A군은 끝내 짧은 생을 뒤로하고 숨을 거뒀다. 뒤주에 갇혀 8일 만에 숨졌다는 조선시대 사도세자만큼이나 엽기적인 죽음이 아닐 수 없다. 광증에 걸려 살인했다는 설(說)이 있는 세자도 아닌 만 9세밖에 안 된 어린이가 무슨 잘못을 했길래 컴컴한 여행용 가방 속에서 죽어가야 했을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발호하지 않아 정상적인 학기 중이었다면 A군은 지금 살아있었을 것이다. A군이 숨진 날은 공교롭게도 A군의 첫 등교개학일이었다. 아니 올해 어린이날에도 살릴 기회는 있었다. 당시 A군은 머리를 다쳐 천안의 한 대학병원에서 치료받았다. 병원 측이 아동학대 징후를 포착했지만 아동보호전문기관과 경찰은 사실상 방치했다. 학교 등 교육 당국도 아동학대 정황을 제대로 포착하지 못했다. 이들 기관이 선제조치를 취했다면 A군이 그렇게 잘못됐을까.

4년 전에도, 아니 관련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관계 당국은 그렇게 “재발 방지”를 부르짖었다. 그러나 돌아온 것은 달라지지 않은, 또 다른 어린이의 희생이었다. 4년 전 이야기했던 것처럼 사회안전망의 구축도 중요하다. 이와 함께 관계 당국은 방심하지 말고 A군 같은 ‘아동학대 위험아동’에게 꾸준히 관심을 기울여야 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A군의 명복을 빈다.

신상윤 사회부 사회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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