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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같은 범죄 다른 신상정보공개 논란...경찰청‘단일화’로 훈령 개정 추진
“신상공개위 인력풀로 일관성 보강”방침
‘부따’강훈, 피의자 신상공개 위헌訴 부담
경찰이 신상공개를 하지 않기로 한 박사방 유료 회원 중 한 명이 지난달 25일 오후 서울중앙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은 뒤 호송차에 올라 타고 있다. [연합]

경찰청이 지방경찰청별로 운영되는 신상정보 공개 심의위원회를 사실상 단일화하는 방향으로 훈령 개정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같은 범죄를 두고 내린 결정이 지방경찰청별로 차이가 난다는 비판이 일면서다.

하지만 국무총리실 산하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피의자’ 단계에서 신상공개 제도의 신중한 운영이 필요하다고 제언한 데 이어, 박사방 공범인 ‘부따’ 강훈(19)가 위헌소송까지 제기한 상태라 신상공개를 두고 경찰청이 넘어야 할 산은 첩첩산중인 모양새다.

경찰청 고위 관계자는 8일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지방경찰청별로 있는 신상공개위원들의 인력풀을 짜서 운영하는 방향으로 훈령(경찰수사사건등의 공보에 관한 규칙) 개정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행 훈령에 따르면 신상공개위는 지방경찰청 수사부장(또는 수사주무과장)이 위원장을 맡아 비상설로 설치된다. 7명의 위원중 4명 이상은 각 지방경찰청·경찰서 소속 의사, 교수, 변호사 등 외부 전문가로 위촉해야 한다.

그동안 같은 사안을 두고 지방경찰청별로 다른 결정을 내린 경우가 있어 신상공개위에 대한 비판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지난해 제주 전 남편 살인사건의 고유정(36)과 주식 전문가를 자처한 이희진(34)씨의 부모를 살해한 김다운(35) 등에 대해서는 ‘범죄의 잔인성과 범죄예방 및 공공의 이익 고려’돼 신상공개가 이뤄졌지만, 비슷한 잔혹성을 보인 속초 동거녀 살인사건, 광주 의붓딸 살인사건 등의 범인은 신상이 공개되지 않았다.

같은 사안에 대해서도 신상공개 기준이 모호할 때도 있다. ‘n번방’ 사건에 여론의 관심이 집중되던 올해 4·5월에는 ‘박사’ 조주빈(25)과 그 공범인 ‘이기야’ 이원호(20)와 강훈, n번방 운영자인 ‘갓갓’ 문형욱(25)까지 4명의 신상이 줄줄이 공개됐다. 하지만 n번방에 대한 관심이 어느 정도 잦아든 이달에 검찰로 송치된 유료 회원 2명의 신상은 공개되지 않았다. 경찰은 이들의 신상공개가 범죄 예방에 실익이 없다는 결론을 내고, 신상공개를 하지 않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청은 신상공개위원단 풀을 꾸리면서 신상공개의 일관성을 보강하겠다는 방침이지만 국책 연구기관이 신중한 운영을 강조하고 신상이 공개된 피의자가 위헌소송을 제기하는 등 피의자 신상공개를 둘러싼 논란은 더욱 커지는 상황이다. 형사정책연구원은 지난 5월 이슈페이퍼 특별호를 통해 “이미 신병이 확보된 피의자에 대해서는 특별 예방 효과가 없다”며 “국민의 알 권리는 응보 성격의 망신 주기와 호기심이 섞여 있으며, 신상이 공개되면 사실상 돌이킬 수 없다”며 신중한 운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신상이 공개된 강훈이 지난달 27일 서울행정법원에 피의자 신상공개 제도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을 낸 사실이 확인되기도 했다. 실제로 피의자 단계가 아닌, 대법원 판결인 확정 판결이 난 이후에 신상을 공개하는 제도에 대해서도 2003년 위헌소송이 제기됐는데 당시 헌법재판관 9명중 5명이 위헌이라고 판단, 4명이 합헌이라고 판단했다. 위헌 판단을 한 재판관 수가 더 많았지만 위헌 정족수(6명) 미달로 결국 헌재는 합헌 결정을 냈다. 박병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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