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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몇시간만에 호가 5000만원 올려”…개발호재 잠실 매도-매수자 치열한 신경전”[르포]
잠실 MICE 개발사업 본격화 소식에 집주인들 호가 올려
“몇년 전부터 호재 반영돼 반짝 상승에 그칠 것”
정부, 과열시 주변지역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 방침
서울 송파구 잠실동 잠실엘스 아파트 모습 [사진=이민경 기자]

[헤럴드경제=민상식·이민경 기자] “잠실 마이스 사업이 속도를 내면서 매물 가격을 올려야 하지 않냐는 집주인들의 문의가 많아요. 주말 동안 한 매수 예정자가 리센츠 아파트 전용면적 85㎡ 19억5000만원 매물을 계약할 의사를 보이자 집주인이 몇 시간 만에 5000만원을 올리고, 다음날에는 또 5000만원을 올려 거래가 성사되지 않았습니다.”(서울 송파구 잠실동 A공인중개소 사장)

서울시가 지난 5일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부지에 스포츠 복합시설과 전시·컨벤션 공간 등을 조성하는 ‘잠실 스포츠·마이스(MICE) 민간투자사업’에 대한 적격성 조사를 마쳤다고 발표하면서, 직접적인 영향권에 있는 송파구 잠실동 인근 단지가 뜨겁게 달아올랐다.

▶잠실 마이스 본격화 소식에 ‘문의 빗발’= 잠실동 공인중개업소들에 따르면 5일 오후부터 주말 동안 집주인과 매수 예정자들의 문의가 빗발쳤지만, 집주인들이 급히 호가를 올리면서 상당수 매물이 거래로 이어지지 못했다.

집값을 둘러싼 매도자와 매수자간 치열한 신경전이 나타나는 모양새다. 잠실동 B공인 대표는 “(절세를 위한) 이달 말 잔금 납입이 조건인 급매 물건은 2~3주 전부터 모두 소진되고 매물 가격이 1억~2억원 정도 뛰면서 최근 상황을 지켜보는 매수 예정자들이 많다”면서 “앞으로 가격이 1억원 이상 떨어진 급매물이 또 나올 가능성은 없다”고 밝혔다.

잠실동 C공인 대표는 “잠실 마이스는 5년 전부터 호재로 반영됐던 사업으로 이번 발표가 특별히 집값 상승 요인이 되지는 않는다”면서 “이번 마이스 발표 이후 거래가 반짝 늘어날 수는 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확산으로 인한 경제 전망이 불확실해 가격이 크게 상승하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시 강남구 삼성동 청구아파트 모습 [사진=민상식 기자]

잠실운동장에서 탄천 건너편 강남구 삼성동에서도 현대차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등 강남권 대규모 개발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지만, 이런 분위기가 실제 거래로 이어지지는 않는 상황이다.

삼성동 소재 D중개업소 관계자는 “마이스 개발 소식을 듣고 매물을 문의하는 전화가 여러 건 왔다”면서 “그러나 몇년 전부터 대규모 개발 호재가 가격에 반영돼 많이 오른 상태라 거래가 많지는 않다”고 했다.

▶용산 정비창처럼 들썩…집중조사 영향 크지 않을듯=정부의 송파·강남구 집중 조사 발표에 대해서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잠실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잠실은 작년 말부터 매도·매수를 전수조사를 해온 상황에서 이번에 집중조사 발표로 규제가 더 심해지거나 그 영향으로 집값이 빠지지 않을 것”이라면서 “단, 정부 실거래 집중조사로 매수자가 자금조달계획을 완벽히 만들어야 하는 게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지난달 미니신도시급 아파트 계획이 발표된 용산 정비창 부지 일대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이면서 허가구역에 속한 지역은 ‘거래절벽’ 현상을 겪고 있고, 구역 지정을 피한 곳은 호가가 급등하고 있다.

허가구역으로 지정된 이촌동 중산1차시범아파트는 거래가 끊겼지만, 허가구역 밖 아파트는 호가가 5000만∼1억원가량 오르며 값이 뛰었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 얘기다.

국토교통부는 이날 잠실 MICE 개발사업과 관련해 주변 지역의 부동산 불법행위를 강력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미성년자 거래와 업다운 계약 의심 사례 등 기존 조사대상에 더해 자금출처가 불분명한 거래, 투기성 법인거래, 소득·잔고증명 등 증빙자료 부실제출 의심거래 등에 대해 집중조사를 벌일 계획이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 아파트 모습 [사진=이민경 기자]

▶잠실,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될까=특히 잠실 MICE 개발사업이 과열될 경우 사업 대상지와 주변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즉각 지정하겠다는 방침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잠실 MICE 개발사업지 일대에 시장 과열과 불법행위가 성행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하고 주변 지역에 대한 고강도 실거래 기획조사에 착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서울 집값의 하락세가 멈출 조짐을 보이자 상승세를 주도해온 강남권에 경고 신호를 보낸 것으로 보고 있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용산구 정비창 부지에 8000여가구 공급 계획을 내놓은 뒤 용산 일대가 들썩이자 곧바로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다”면서 “이번 잠실 마이스 개발 사업으로 집값이 다시 상승세로 돌아설 것을 우려하는 정부가 잠실과 삼성동 주변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m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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