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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기업 CVC 15개뿐…금 간 금산분리 장벽, 투자성과는 ‘글쎄’
공정위 지주사 ‘제한적 허용’ 검토
현대차·LG 등 없어 전망 엇갈려

대기업집단 내 기업주도형 벤처캐피털(CVC)이 15개 밖에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벤처투자가 저조한 원인으로 꼽힌다. 결국 정부는 낡은 규제인 금산분리 원칙을 깨고 대기업 지주회사도 CVC를 보유할 수 있도록 허용키로 했다. 다만 실제 대기업의 벤처투자가 얼마나 늘어날지에 대해선 전망이 갈린다.

5일 공정거래위원회와 벤처투자업계에 따르면 자산 5조원 이상의 대기업집단 59개 중 CVC를 보유하고 있는 곳은 14개(23.7%)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래에셋그룹이 미래에셋캐피탈, 미래에셋벤처투자 2곳을 소유하고 있고 나머지 13개 대기업이 각 1개씩 두고 있다. 삼성벤처투자, 카카오벤처스, 한화인베스트먼트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대부분 일반 기업집단 소속으로 지주회사로 전환한 SK나 현대차, LG 등에는 CVC가 없다.

공정거래법상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상호 개입을 차단하는 ‘금산분리 원칙’ 규정 탓이다. 이 때문에 대기업 지주회사는 금융업으로 분류되는 CVC를 보유하지 못하고 있다. 일반 기업집단에 머무는 삼성, KT, 네이버 등 일부만 보유하고 있다.

CVC는 대규모 자본을 가진 대기업이 벤처캐피털(VC)을 설립해 유망 벤처에 투자하는 금융회사다. 구글은 자체 CVC인 구글벤처스를 두고 우버나 블루 보틀 등에 투자하며 빠르게 성장해왔다.

정부는 이러한 규제가 벤처투자를 막고 있다고 보고 21년 동안 지켜온 금산분리 원칙을 깨기로 했다. 기획재정부, 중소벤처기업부의 완강한 요구에 주무부처인 공정위는 ‘제한적 허용’으로 입장을 선회하고 법 개정을 준비 중이다. 검토에 막 착수한 만큼 실제 발의까지는 수개월 소요될 전망이다.

규제를 풀면서도 금산분리 원칙을 최대한 훼손하지 않는 게 목표다. CVC의 타인자본 조달 비율과 투자 대상을 제한하고 투자 내역, 특수관계인과의 거래내역 등을 공정위에 신고하도록 하는 방안 등이 언급된다.

벤처투자업계는 CVC 보유 규제 완화를 환영한다면서도 실제 대기업의 벤처투자가 얼마나 활성화될지에 대해선 전망이 엇갈렸다. 이기대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이사는 “CVC를 설립할 수 있는 환경이 열리면 대기업들은 유망한 스타트업에 먼저 투자해 미래 비즈니스 파트너를 찾게 되고, 공공자금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투자 시장에는 민간 자본이 늘어나는 긍정적 효과가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10% 이상의 지분을 보유해야 한다는 식으로 투자 대상 인수 지분율을 제한하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반면, 정성인 벤처캐피탈협회 회장은 “대기업의 벤처투자는 수익성보단 향후 인수합병(M&A)을 염두에 둔 전략적인 목적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수익성을 우선하는 금융사들이 과연 대기업이 얼마나 CVC에 투자할지는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공정위 내부에서도 여전히 대기업이 벤처투자에 나서지 않은 것이 정말 규제 때문인지에 대해 의문을 갖고 있다.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지 않은 대기업집단 36개은 현재도 제약을 받고 있지 않지만 CVC를 설립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정경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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