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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이너스의 덫’ 경제 탈출구는…
경제 DNA엔 끝없는 성장 열망
퇴보 의미는 ‘존재 소멸’ 공포심
수출·성장률…경제지표 잇단 ‘-’
하반기부터 서서히 회복 전망속
돌출변수 대비 정부대책 등 필수

17세기 프랑스의 위대한 철학자이자 수학자였던 블레즈 파스칼은 “아무 것도 없는 것(0)은 빼도 줄어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만큼 수(數)의 역사에서 음의 영역은 오랫동안 인정받지 못했고, 지금도 학문을 위한 개념일 뿐 실존하진 않는 수라고 주장하는 학자들이 많다.

경제에서도 마이너스는 수학자들이 오랫동안 음수를 받아들이지 못한 것 못지 않게 거부감이 큰 영역이다. 인류 역사에서 발전과 번영을 누리고 있는 경제의 DNA 속에는 성장에 대한 그치지 않는 열망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마이너스란 곧 퇴보를 가리키고 이의 연속은 존재의 소멸로까지 이어질 수 있단 공포심도 내재돼 있다.

연초만 해도 글로벌 경기 개선으로 작년보다 국내외 경제 여건이 우호적일 것이란 분위기가 우세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코로나19란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강타했다.

코로나19 확산이 우리나라를 포함, 일부 지역에만 진행된 2~3월까지만 해도 내수 위축만 빠르게 회복하면 되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4월부터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면서 글로벌 경기가 발작 증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수출로 먹고 사는 우리나라로선 1분기보다 2분기에 더 큰 경기 충격을 받을 수 밖에 없었다.

이후 하나 둘씩 공개되는 경제지표들은 모두 마이너스였다. 예상은 했지만 막상 성적표를 확인해보니 경제 주체들이 느낀 심정은 더 처참했다. 1분기 경제성장률도 -1.3%를 기록,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은 성장세를 보였다. 2분기엔 이보다 더 낮은 -2%대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4월엔 코로나19 쇼크를 겪은 신흥국을 중심으로 교역 조건이 악화되면서 경상수지가 30억달러 넘게 적자를 보였다. 2011년 이후 9년여 만의 최대 적자다. 아무리 성장이 더뎌도 흑자 행렬을 이어가던 경상수지는 우리 경제가 자랑할 만한 펀더멘털(기초체력) 중 하나였는데, 일순간에 마이너스로 고꾸라진 것이다. 경상수지의 추세적 악화는 국외 자본의 이탈 요인으로 작용한다.

지속되는 저물가 상황도 국제유가 하락까지 더해져 우리 경제의 디플레이션(경기침체를 동반한 물가하락) 진입 우려감을 가중시키고 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4%를 기록, 작년 9월 사상 처음 마이너스를 보인 이후 다시 8개월 만에 감소 전환됐다.

경기 진작을 위한 추가경정예산 편성으로 올해 국채 발행 규모는 167조원가량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작년보다 무려 65%나 증가한 수준이다. 국채 확대는 결국 나랏빚이 늘어나는 것으로 결국 미래 세대가 떠안아야 될 부채가 그만큼 증가하는 것이다.

현재 정부와 국책기관들은 코로나19 확산이 2분기 정점을 찍고 하반기부터 경기가 서서히 회복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를 장담할 수 없기 때문에 유사시 활용할 추가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강성진 고려대 교수(경제학)는 5일 “상반기가 코로나19가 어느정도 해결되면 소비는 늘어날 것이지만, 급격한 V자 반등은 없을 것”이라며 “이미 경제·문화적으로 코로나19의 후유증이 남아있고 부채도 많이 쌓인 상태여서 서서히 회복되는 모양새로 봐야한다”고 분석했다.

하준경 한양대 교수(경제학)는 “선진국은 어느 정도 회복이 된다 하더라도 다른 나라에서 외환위기가 터지거나 미·중 갈등이 심화되면 원하는 만큼 경기회복이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며 “앞으로 수요·공급이 돌아가는 상황을 주목해야 하고 중앙은행의 조치도 추후 기업들의 상황을 보고 충분한 보완 조치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준모 성균관대 교수(경제학)는 “아직 최악의 상황은 오지 않았다”며 “금융 참가자 시각에서 보면 경기 반등을 예상해 볼 수 있겠지만 밸류체인 속 소비도 시원한 상황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서경원·홍태화·박자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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