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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사심의위’ 건너뛴 구속영장 청구에 법조계 “검찰의 자기부정” 지적
검찰개혁 방안으로 수사심의위 도입하고도 절차 건너뛰어
제도 도입 관여 위원도 “제도화된 위원회 이용은 보장돼야”
전문적인 내용 검토 어려워 심의위 부적절하다는 반론도
서울 서초구 삼성 서초사옥. [연합]

[헤럴드경제=좌영길·서영상 기자] 이재용(52) 삼성전자 부회장이 기소 적절성과 구속 필요성을 따지는 ‘수사심의위원회’ 개최를 요청했지만,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사실상 이 절차는 무의미해졌다. 법조계에서는 위법성 판단과 별개로 검찰이 스스로 만든 제도를 건너뛰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중앙지법 원정숙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8일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청구된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 여부를 심사한다. 구속 여부는 이날 밤 늦게, 혹은 이튿날 새벽 판가름날 전망이다.

수사심의위원회 중요 안건은 기소 적절성, 구속영장 청구 필요성이 꼽힌다. 하지만 위원회가 열리기 전에 이미 영장청구를 한 이상 이 두가지 논의를 할 필요가 없어졌다. 법원이 구속영장을 발부하거나 기각하면 검찰의 외부 기구인 수사심의위원회 판단은 의미가 없다. 구속영장을 청구한 이상 수사팀의 기소 방침도 정해진 셈이다.

수사심의위원회는 각계 외부 전문가들이 참여해 검찰의 처분 적절성을 검토하는 기구다. 2018년 문무일 검찰총장 시절 검찰 개혁방안의 하나로 도입됐다. 사회적으로 이목을 끄는 중요 사건을 처리하는 데 있어 외부 시민의 의견을 반영해 정당성을 확보하자는 취지였다. 기소 단계에서 시민이 참여하는 미국식 ‘기소 대배심제’를 모델로 삼았다.

제도 도입 당시 검찰개혁위원회 위원으로 참여했던 김한규 변호사는 검찰이 스스로 만든 절차를 부정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이재용 부회장의 소집요청에 대해 묘수니 지연책이니 말이 많지만, 어쨌든 사건관계인이 제도화된 위원회를 이용하고자 하는 것은 당연히 보장되어야 한다”며 “더욱 우려되는 것은 일반인들도 위원회 소집요청을 감히 염두에 둘 수 없도록 강력한 메시지를 던진 것”이라고 했다. 그는 “검찰도 수사가 완벽하지 않다는 반성적 고려에 의해 외부 전문가들의 검증을 받겠다며 자신의 권한을 내려놓는 차원에서 심의위를 만들었다”며 “외부 전문가들도 설득을 못한다면 기소하면 안되는 게 아니냐”고 말했다.

수사심의위 도입 당시 검찰개혁위원회 위원으로 이 안에 반대했던 김종민 변호사는 “변호사와 교수, 회계, 기업 전문가가 (기록을) 보고 맞느냐 틀리느냐를 따지는 취지는 나쁘지 않다. 삼성이 억울하다고 다투는 상황이면 심의위 판단을 받아보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수사심의위 결론이 검찰의 결론과 다르게 나올 경우 무리하게 구속영장청구, 기소했다는 비판이 있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반면 자본시장법 전문가인 김정철 변호사는 “이 제도가 검찰개혁의 일환으로 부당한 기소 통제하기 위해서 한 것은 맞다”면서도 “이 사건은 너무 전문적이어서 검사들도 아무나 이해 할 수 없을 텐데, 대한민국에서 가장 복잡한 사건을 가져다 놓고 어떻게 판단을 하겠느냐”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전문가라 해도 기록 검토하는데 최소한 한달 가량은 꼬박 봐야 할 사건을 잠깐 만나서 자료주고 심의위에서 판단해라 하는 것은 최고 난이도의 외과 대수술을 해야 하는데 가정의학과 의사들을 데려다 놓고 수술할까 말까 고민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이 부회장 변호인단은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한 4일 “서울중앙지검 시민위원회의 안건 부의 여부 심의절차가 개시된 상황에서, 전격적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전문가의 검토와 국민의 시각에서 객관적 판단을 받아 보고자 소망하는 정당한 권리를 무력화하는 것 같아 안타까운 심정”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법원은 피의자가 도주 우려가 있는지, 혐의가 중대한지,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는지를 따져 구속영장 발부 여부를 판단한다. 이 부회장의 경우 이른바 ‘국정농단’ 사건 재판을 불구속 상태에서 받아왔기 때문에 도주 우려 판단에서는 유리한 상황이다. 반면 삼성바이오 관계자들이 증거인멸 혐의로 기소돼 실형을 선고받은 점은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혐의의 중대성을 따지기 위해서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간 합병 비율이 부적절했는지, 삼성바이오 회계분식이 합병비율과 연관된 것인지를 살펴 봐야 한다. 검찰 기록이 수만 페이지를 넘어가기 때문에, 일단 이 부회장을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 충분한 심리 시간을 확보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구속기소된 사건 1심 재판에서 피고인의 신병을 확보할 수 있는 기간은 6개월이다.

jyg9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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