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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국과수 ‘개구리소년’ 유류품서 단서 발견 못해…유가족 ‘심란’
경찰청장, 작년 9월 재수사 지시했지만
경찰 “국과수 등 수사에 진전 없는 상황”
유족 “암매장터 인근 공원 건설중…착잡”
지난해 3월 대구 달서구 와룡산에서 추도제를 지내고 있는 ‘개구리소년’ 유가족들. [연합]

[헤럴드경제=박병국 기자] 경찰이 ‘대구 개구리소년 실종사건’에 대한 재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용의자 DNA 확보를 위해 보낸, 실종아동들의 유류품에 대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어떠한 흔적도 찾지 못했다는 답을 전한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DNA 수사로 또 다른 장기 미제사건인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진범 이춘재가 붙잡히면서, 타살로 결론 난 ‘개구리소년’ 사건의 진범에 대한 단서도 나올 것으로 기대됐지만 재수사는 8개월째 답보 상태다. 소년들의 유골이 발견된 사고 현장 인근에는 생태공원까지 조성되고 있어 유가족들은 심란하기만 하다.

3일 경찰에 따르면 대구지방경찰청 미제수사팀은 숨진 초등학생들의 옷 등 유류품 수십점을 지난해 10월 국과수에 보내 정밀 감정을 의뢰했지만 국과수가 유류품에 남은 어떠한 용의자의 흔적도 발견하지 못했다는 답변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구지방경찰청 관계자는 이날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국과수로부터 의미 있는 결과를 받지 못했다”며 “현재 사건 기록을 다시 살펴보는 중이다. 수사에 진전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개구리소년 실종사건은 지난 1991년 3월 26일 당시 9~13세이던 성서국민학교(현 성서초) 학생 5명이 대구 달서구 와룡산으로 도롱뇽 알을 주우러 간다고 나간 뒤 집단 실종된 사건이다. 당시 경찰은 연인원 50만명을 동원해 수색에 나섰지만 단서를 찾지 못했다. 개구리소년들은 실종 11년 6개월 만인 2002년 9월 26일 와룡산 중턱에서 암매장된 유골로 발견됐다. 이들은 법의학 감정 결과, 타살로 판명됐다.

개구리소년 실종사건에 대한 재수사는 화성연쇄살인의 진범인 이춘재가 33년 만에 붙잡히면서 시작됐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지난해 9월 실종소년들의 유해가 발견된 와룡산을 찾아 유족들을 만나며 실종사건 원점 재수사를 지시했다. 그러나 수사가 진전을 보이지 않으면서 경찰청장의 재수사 의지 표명으로 유가족들이 가졌던 희망의 빛도 바래고 있다.

다섯 소년 중 한 명인 우철원 군 아버지로, 유족 대표인 우종우 씨는 통화에서 “민 청장이 여기까지 오셔서 ‘꼭 해결하겠다’고 했지만 안 되는 걸 어떡하나”라며 “정부에 매달리다시피 해도, 애원을 더 하고 싶어도 정부가 여기까지 관심을 갖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같은 동네에 살아 함께 실종아동들을 찾아 헤매던 부모들은 이제 70대 노인이 됐다. 우씨는 “예전에는 부모들이 자주 모이고 얘기도 많이 했지만, 요즘에는 다들 몸이 안 좋아서 잘 모이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창궐로 대구시와 사건 현장에 추모비를 건립하는 논의도 중단된 상태다. 우씨는 “대구시 공무원들과 코로나 창궐 직전에 만나 회의를 하기로 했는데 공무원들이 코로나에 전념하기로 하면서 연기됐다”며 “현재 논의에 진전은 없다”고 말했다. 해마다 3월 26일이면 열리던 ‘개구리소년 추도식’도 올해에는 열리지 않았다.

특히 소년들의 유골이 발견된 터 인근에 생태공원이 조성되고 있어 이를 지켜보는 유족들의 마음은 착잡하기만 하다. 우씨는 “지난달 말일(31일)에 그냥 가보고 싶어서 암매장 터에 갔다”며 “그곳은 지금까지 차가 올라가지도 못하는 공간이었는데, 생태공원 조성을 위해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이어 “아이들이 발견된 곳에서 공원까지 10m 정도 떨어진 거리다. 공사가 완공되면 아이들도 공원에 많이 올 텐데 ‘그래도 되나’ 라는 생각도 든다”고 덧붙였다.

coo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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