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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19’ 쇼크로 더욱 짙어진 디플레 그림자…성장률-물가 동반 하락 가능성
유가하락-정책효과-수요위축 등 3박자에 마이너스 물가 현실화
경기후퇴→수요부진→물가하락→생산위축 악순환 가능성 커져

[헤럴드경제=이해준 기자] 통계청이 2일 발표한 ‘5월 소비자물가 동향’은 ‘코로나19’ 쇼크로 실물경기가 극도로 위축된 가운데 물가까지 하락하면서 우리경제에 최악의 디플레이션(deflation) 그림자가 더욱 짙어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9개월만에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국제유가 하락 ▷공공서비스 등의 정책 효과 ▷코로나19로 인한 개인서비스 물가 상승세 둔화 등 3박자가 복합돼 나타난 것이지만, 그 근저엔 경기위축에 따른 수요부진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물가 하락 또는 물가 상승세 둔화가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적인 현상이라며, 물가 하락에 따른 생산 위축 등 악순환이 현실화하지 않도록 총수요 확대 등 정책적 노력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코로나19의 불확실성과 인구 및 고용 감소에 따른 총수요 감퇴 압력은 더 심화할 가능성이 많다. 실제 디플레는 아니더라도 디플레 초입단계에 진입하는 양상이 뚜렷해지는 셈이다.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하락한 데에는 무엇보다 국제유가 하락이 큰 영향을 미쳤다. 1년 전 배럴당 60~70달러 선에서 거래됐던 원유가격은 코로나19가 터지면서 수요가 위축돼 한때 마이너스로 추락하는 등 급락세를 보였다. 최근에는 30달러대에서 거래되고 있으나, 하락 압력은 여전한 상태다.

이로 인해 지난달 국내 석유류 가격은 1년 전보다 18.7% 하락해 전체 물가를 0.82%포인트 끌어내리는 역할을 했다. 물가하락에 결정적 역할을 한 셈이다. 유종별로 경유 가격이 23.0% 하락했고, 휘발류(-17.2%), 자동차용 LPG(-14.4%), 등유(-16.3%) 등 모두 두자릿수의 큰폭 하락세를 보였다. 석유류를 포함한 공업제품 전체 물가는 2.0% 하락해 전체 물가를 0.65%포인트 끌어내렸다.

이와 함께 정부와 지자체의 공공요금 인하와 복지확대 등으로 인한 공공서비스 물가의 하락도 큰 영향을 미쳤다. 지난달 공공서비스 물가는 1.9% 하락해 전체 물가를 0.27%포인트 끌어내렸다. 고등학교 무상교육 확대, 유치원 납입금 지원, 지자체의 상하수도 요금 감면 등이 이어진 때문이다.

가격이 큰폭 하락한 석유류와 공공서비스의 전체 소비자물가 영향은 -1.09%포인트에 달했다.

여기에다 코로나19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로 개인서비스 물가 상승세가 크게 둔화된 것도 큰 영향을 미쳤다. 지난달 외식 물가는 0.6% 올랐다. 예년의 외식 물가 상승률이 2% 안팎이었던 점에 비춰 볼 때 3분의1 수준에 머문 것이다. 공공·개인서비스를 포함한 전체 서비스 물가는 0.1% 오르는데 그쳐 외환위기 당시인 1999년 12월(0.1%) 이후 약 21년 4개월만의 최저 상승폭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들 요인을 다시 분해해보면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총수요 위축이 자리잡고 있다. 국제원유 가격이 하락한 것은 글로벌 원유 수요 위축 때문이며, 외식 등 서비스 물가 상승폭이 둔화된 것도 수요가 위축됐기 때문이다. 국내외 수요 위축이 다양한 경로를 통해 물가 하락 압력을 높인 셈이다.

경제 내부의 인플레 압력을 측정하기 위해 변동성이 큰 석유류와 농식품 등을 제외하고 산출하는 근원물가도 0%대 초~중반에 머물고 있다. 농산물·석유류 제외지수는 지난달 0.5% 올랐고, 여기에서 축산물·가공식품을 제외하고 산출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근원물가는 0.1%에 머물렀다.

경기침체 속의 물가하락을 의미하는 디플레에 처하면 경기후퇴→총수요 위축→물가하락→기업수익 감소→생산위축의 악순환에 빠져들게 되며, 통화·재정정책의 효과도 급격히 감퇴한다.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우리경제가 디플레 초입에 접어든 양상으로, 경제상황에 대한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

hj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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