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1깡’ 열풍…뮤직비디오 조회 수 1200만회
-2017년 곡이지만 패션은 10년 전 감성 그대로
가수 비가 2017년 발표한 타이틀곡 ‘깡’이 화제다. 발표 당시 “망작이다” “진부하다”는 혹평을 받고 수장됐으나 2년 만에 화려한 조명을 받으며 부활했다. 유튜브 공식 뮤직비디오 조회 수는 무려 1200만회(5월 30일 기준)를 넘어서며 역주행 신화를 기록하고 있다. ‘하루 한 번씩 깡 뮤직비디오를 감상해야 한다’는 ‘1일1깡’이라는 말까지 생겼다.
깡의 인기는 유튜브에서 시작됐다. 작년 말부터 조롱 댓글이 달리기 시작하더니 거대한 놀이문화로 발전했다. 깡을 패러디 하는 영상, 깡 안무를 따라하는 ‘깡 챌린지’ 등이 인기를 끌며 전 국민이 1일1깡을 즐기기 시작했다. 깡의 곡·가사·안무 등은 하나같이 “촌스럽다”는 애정 어린 평가를 받고 있다. 그중에서도 비의 패션은 2000년대 유행을 그대로 재현한 것으로 주목받고 있다.
RAIN모자
RAIN모자는 깡의 상징과도 같다. 뮤직비디오가 시작할 때부터 끝날 때까지 끈질기고 집요하게 등장한다. 비를 뜻하는 영문 로고 RAIN은 커도 너무 커서 촌스럽다는 평가를 받는다. 여기에 특유의 각진 글씨체와, 정성스럽게 새긴 자수까지 더해져 10년 전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2000년대에 가장 유행했던 모자는 ‘본 더치’ 모자다. 앞부분에 새겨진 화려한 자수 로고로 유명했던 이 모자는 국내 유명 연예인들은 물론 브리트니 스피어스, 저스틴 팀버레이크 등 헐리우드 스타들까지 착용했던 인기 상품이었다.
방탄조끼
비는 밀리터리룩을 즐겨 입는다. 그중에서도 방탄조끼는 비가 과거부터 애용해온 패션 아이템으로 꼽힌다. 2010년 발표한 ‘널 붙잡을 노래’에서 나왔던 방탄조끼는 7년 후 깡에서 재등장했다. 그러나 7년이라는 세월이 흐르면서 대중의 보는 눈도, 패션 트렌드도 변했다. 그대로인 것은 비의 열정과 노력, 그리고 안목뿐이다. 어깨 뽕이 들어간 방탄조끼는 이제 촌스럽다는 평가를 받는다. 일각에서는 비가 고릴라의 움직임을 묘사한 안무를 강조하기 위해 방탄조끼를 착용했다는 주장이 나와 안타까움을 더했다.
마스크
깡 뮤직비디오의 백미는 단연 ‘마스크’가 나오는 장면이다. 비가 검은 마스크를 쓰고 격렬하게 춤을 추기 시작하는데 영화 ‘베놈’의 주인공과 흡사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마스크를 유행시킨 장본인은 따로 있다. 벨기에 디자이너 마틴 마르지엘라는 2012년부터 오트쿠튀르 컬렉션에 베일을 착용한 모델을 등장시켰다. 옷을 입은 모델을 익명으로 만들어 일반 대중을 위한 의복을 제안하자는 의미에서였다. 세계적인 래퍼인 칸예 웨스트는 2013년 발매된 앨범 ‘이저스(Yeezus)’의 투어 의상으로 마틴 마르지엘라의 크리스털 가면을 착용하기도 했다.
박로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