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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수첩]보험설계사 고용보험…누구를 위한 제도인가
피고용자 개념, 소득 계량화 난제
설계사들 사이에도 찬반 엇갈려

[헤럴드경제=한희라 기자] “탁상행정의 결정판이다”

40만 보험설계사에 대한 고용보험 적용 방안에 대해 최근 만난 한 설계사가 내린 평가다.

정부는 최근 21대 국회 개원 직후 고용보험법을 개정할 방침을 분명히했다. 이르면 내년부터 시행이다. 하지만 과연 현실의 벽을 넘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이 문제는 지난 10여년 간 꺼진 불씨가 되살아나듯 수차례 거론됐지만 현실화되진 못했다. 그만큼 난관이 많다는 얘기다.

우선 보험설계사를 근로자로 볼 수 있느냐에서부터 걸린다.

삼성생명 명함을 내미는 설계사를 만났다고 치자. 실제로 이 사람은 삼성생명 직원이 아니다. 설계사는 회사와 계약을 체결하고 상품을 판매하는 영업사원 격이지만 개인사업자에 속한다.

자발적 실업과 비자발적 실업을 어떻게 구분할 지도 문제다.

현실에서는 보험설계사들이 먼저 계약을 해지하고 그만두는 게 대부분이다. 설계사는 40여 개 보험사 5000개 보험대리점(GA)을 자유롭게 선택하고 이동할 수 있다.

설계사는 소속이 자유로운 대신 성과는 철저한 실적기반이다.

월급이 수 천만원인 사람도 있지만 몇 십만원 안되는 사람도 있다. 이마저도 실적이 좋은 달과 안 좋은 달의 편차가 클 수 있다. 그렇다면 고용보험료를 계산할 때 이들의 소득을 어떻게 계량화할 지도 문제다. 실업 급여액 수준을 실직 직전 3개월 평균 임금의 60% 계산하는데, 이를 노리고 보험 실적을 잔뜩 올린 후 자발적으로 그만두는 도덕적 해이에 대한 우려도 나오는 이유다.

설계사들 사이에서도 고용보험 도입 찬반이 극명하게 갈린다.

고능률 설계사는 반대 입장이다. 소득세 부담이 크고, 굳이 가입해야 할 필요성도 못 느낀다. 반면 저능률 설계사는 실업 급여에 대한 기대감이 있다.

하지만 이보다 더 우려되는 것은 고용보험료 부담으로 보험사가 저능률 설계사를 대거 내보낼 수 있는 것이라고 얘기한다.

보험사와 GA의 고용보험료 부담 비용을 추산해보니 연간 930억원에 달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보험사 입장에서 거액의 비용을 대면서까지 저능률 설계사를 붙들고 있을 이유가 없다. 더욱이 고용보험을 시작으로 산재·건강·연금보험 등 4대보험 가입이 확장되면 연간 부담 규모가 수천억원으로 증가한다.

월소득 100만원 이하 저능률 설계사는 30% 가량이다. 육아와 병행하는 경력단절 여성이나 고령 설계사가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가장 크다.

보험사나 설계사의 고용보험 비용이 결국 고스란히 소비자의 보험료 부담으로 이어진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된다. 서비스 제공자가 감소한다는 점 역시 소비자에게 불리하다.

법이 통과됐다고 하루아침에 시행하기에는 이처럼 넘어야할 산이 너무 많다. 선택적 적용이나 업권별 차별화 등 대안을 마련해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법을 고려해봐야 한다. 수혜자인 설계사마저 달가워 하지 않는다면 문제가 있는 것 아닐까.

hanir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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