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국립극장 70년] 전·현 극장장이 꼽는 국립극장 ‘인생작’

국립극장 첫 작품인 ‘원술랑’ [국립극장 제공]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1950년 4월 29일, 서울 태평로에서 문을 연 국립극장의 개관 기념 공연 ‘원술랑’. 초대 극장장인 유치진이 극본을 쓴 작품이다. 해방 공간에서 애국주의를 고취하는 ‘원술랑’이 거둔 성과는 놀라웠다. 4월 30일부터 일주일간 진행된 공연에 극장은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서울 인구가 40만 명이던 시절, 불과 일주일 공연 동안 5만여 명의 관객이 국립극장을 찾았다. 한 달 뒤 선보인 두 번째 작품 ‘뇌우’는 앙코르 공연까지 7만 5000여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원술랑’의 흥행을 이었다. 해방 5년 후, 각박한 삶 속에서도 문화 예술을 향한 열망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서울 국립극장에서 현 국립극장장 김철호(왼쪽), 전 국립극장장인 배우 겸 연출가 김명곤이 담소를 나누고 있다. 박해묵 기자

올해로 70주년을 맞은 국립극장은 시대와 함께 울고 웃었다. 국립극장과 각별한 인연을 맺으며 지난 70년사를 함께 지켜본 배우 겸 연출가 김명곤 전 국립극장장과 김철호 현 국립극장장에게도 잊지 못할 작품들은 수도 없이 많다.

김명곤 전 극장장은 “어린시절 명동 국립극장 시절에 국립극단의 작품들을 많이 봤고, 지금도 기억에 남는 작품이 많다”고 말했다. 1970년대 초반 국립극장의 대표작은 국립극단 작품들이 주를 이뤘다. 김 전 극장장은 “명동 국립극장 시절엔 연극 쪽에서 최고의 작품들이 올라갔다”며 “특히 연극하기에 너무나도 좋은 극장 환경에서 작품이 올라가니 인상적인 작품들이 유독 많았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그는 대학시절에 본 ‘꽃상여’를 가장 먼저 꼽았다. ‘꽃상여’는 고인이 된 원로 극작가 하유상의 작품이다.

1998년 김명곤 전 극장장이 대본을 쓴 ‘완판창극 춘향전’ [국립극장 제공]

국립극장의 작품 중엔 창극도 빼놓을 수 없다. 배우이면서 연출가이자, 소리꾼이기도 한 김 전 극장장은 판소리 스승인 박초월(1917~1983) 명창이 출연한 ‘대춘향전’도 잊을 수 없는 작품으로 꼽았다.

“그 때 조상현 선생이 몽룡을 했고, 안향연 명창이 춘향, 박초월 선생이 월매를 했죠. 대극장(현재의 해오름극장)을 쩌렁쩌렁 울리는 조상현 선생의 노래는 지금도 가슴에 남아 있어요. 박초월 선생의 월매 연기와 안향연 선생이 하얀 소복을 입고 절규하며 ‘옥중가’를 부르던 장면도 최고였고요. 그 당시 국립창극단은 인간문화재 급의 최고 명창들이 모였어요. 창극을 한 편 올리면 전국에서 소리를 들으려는 팬들이 올 정도로 최고의 기량을 가진 명창들의 공연이었죠.”

최근 국립극장 70주년 기념으로 공연한 김명곤 연출의 ‘춘향’ [국립극장 제공]

창극 ‘춘향전’으로 받은 감명은 김 전 극장장의 창작으로도 이어졌다. 김 전 극장장은 1998년 국립창극단의 6시간짜리 완판창극 ‘춘향’의 대본을 맡았고, 2000년 개봉한 임권택 감독의 영화 ‘춘향뎐’의 시나리오도 썼다. 최근 공연을 마친 국립극장 70주년 기념 ‘춘향’에서도 대본과 연출을 맡아 시대마다 달라지는 춘향의 모습을 재창조하고 있다. ‘춘향’ 이외에도 김 전 극장장은 국립창극단의 ‘백범 김구’, ‘완판창극심청전’, ‘완판창극수궁가’의 연출을 맡아 시대와 호흡했다.

정통 국악인으로 작곡과 지휘 활동에도 활발했던 김철호 현 국립극장장도 국립극장과의 인연이 깊다. 학생 때는 명동 국립극장에서 많은 작품을 접하며 추억을 쌓았고, 1980년대부턴 국립극장 작품에 직접 참여하며 동시대를 보냈다. 지휘와 연주를 맡았던 국립무용단의 ‘도미부인’, 연극 ‘어떤날’, ‘눈꽃’, ‘꿈하루’ 등이 대표적이다.

국립국악관현악단은 오는 6월 17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2020 겨레의 노래뎐’을 선보인다. [국립극장 제공]

그중에서도 김철호 극장장은 국립국악관현악단의 ‘겨레의 노래뎐’도 빼놓을 수 없는 작품으로 꼽았다. ‘겨레의 노래뎐’은 2000년 3월 김명곤 전 국립극장 시절 레퍼토리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지금은 국립국악관현악단의 대표 브랜드 공연으로 자리잡았다. 작품은 한민족의 삶과 역사가 담긴 음악을 소개한다. 해방 직후의 창작 가요와 국내에 발표되지 않은 북한의 민족음악 등을 발굴해 연주해왔다. 특히 오는 6월에는 국립극장 창설과 6·25 70주년을 맞아 ‘전쟁과 평화’라는 주제로 한민족의 지난 70년을 풀어낼 예정이다.

김철호 극장장은 “지난 70년 동안 국립극장의 많은 작품들은 늘 시대의 분위기, 시대의 흐름과 소통해왔다”며 “미래의 30년도 국민 속에서 함께 사랑받는 제작극장으로의 역할을 하기 위해 좋은 작품을 만들며 소통하겠다”고 말했다.

shee@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