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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WHO·WTO 흔들…국제기구 유명무실 가속도 [美中갈등…본질은 탈세계화]
코로나19 팬데믹 속 親中 논란 WHO, 개혁 목소리 ↑
자금 지원 중단·독립적 조사 결의안 승인…WHO 압박 강화
‘식물 상태’ WTO, 사무총장 중도 사임에 리더십 공백까지
WTO 몰락, ‘자유무역’ → ‘보호무역’ 전환 상징 우려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 대한 ‘중국 책임론’을 둘러싼 미·중간의 갈등이 갈수록 확전 되는 가운데, 각종 국제기구들이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강대국의 압박에 신뢰마저 무너지며 휘둘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안토니오 구테헤스 UN 사무총장의 모습. [AP]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 대한 ‘중국 책임론’을 둘러싼 미·중간의 갈등이 갈수록 확전되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과거 중재에 나서던 각종 국제기구들은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데다, 강대국의 ‘자국우선주의’에 입각한 압박에 신뢰마저 무너지며 심지어 휘둘리는 모습까지 보이고 있다.

주요 외신들은 코로나19를 계기로 각국이 협력보다는 경쟁을 택하면서 기존 세계 질서가 무너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블룸버그는 “국제기구들이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하고 물러나있다”고 지적했다.

영향력 약화가 가장 여실히 드러난 곳은 미·중 갈등의 주요 전장이 된 WHO다. 코로나19 발원지인 중국에 대한 제대로 된 조사·비판보다는 두둔만 한 데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러여수스 사무총장이 시진핑 중국 주석의 전화 한 통에 팬데믹 선언마저 늦춘 것이 드러나며 각국의 불신을 샀다.

이를 계기로 ‘WHO 개혁’에 대한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WHO가 한 달 안에 실질적 개혁을 하지 않으면 미국의 자금 지원을 영구적으로 중단하겠다”며 강하게 압박하고 나섰다. 전체 예산의 15%나 되는 금액을 담당하는 미국이 사라질 경우 대부분의 WHO 활동은 사실상 중단될 수밖에 없다.

최근 제73차 세계보건총회(WHA)에서 194개 회원국들은 유럽연합(EU)이 주도한 독립적인 코로나19 조사 결의안을 승인하기도 했다. 독립적 기구를 통해 WHO를 감시하자는 움직임이 현실화한 것이다.

2018~2019년 국가별 세계보건기구(WHO) 예산 기여 금액

무역전쟁은 가뜩이나 위상이 낮아지고 있던 WTO에 치명타를 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25년간 다자간 자유무역을 이끌던 WTO는 최근 ‘중국 편향성’에 대한 미국, 일본, EU 등의 비판을 받으며 공정성을 의심받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무역 분쟁 해결의 최종심을 담당해 WTO의 핵심으로 불리는 상소기구가 미 행정부의 신임 위원 임명 동의 거부로 지난해 말부터 마비됐다. 여기에 세계 경제 불안감이 극대화한 상태에서 미국의 압력에 호베르투 아제베도 사무총장이 지난 13일 중도 사임하며 리더십 공백까지 발생했다.

일각에선 WTO의 약화가 2차 세계대전 이후 만들어진 ‘자유무역 확대’란 세계 규범의 종말을 상징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까지도 나오고 있다. 독일 도이체벨레는 “최근 전 세계적인 보호주의 확산으로 무역 협상이 WTO를 통하는 대신 각국에서 이뤄지며 WTO의 영향력 극도로 줄고 있다”고 분석했다.

세계 경제 불안감이 극대화한 상태에서 미국의 압력에 호베르투 아제베도 사무총장(사진)이 지난 13일 중도 사임하며 세계무역기구(WTO)에는 리더십 공백까지 발생했다. [로이터]

UN 역시 존재감을 거의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안토니오 구테헤스 UN 사무총장의 발언에 대한 무게감 역시 어느 때보다 낮다는 평가다.

리처드 폰테인 신미국안보센터(CNAS)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팬데믹은 지구에 운석이 떨어지는 것과 비슷할 정도의 공통 위협이지만, 여태껏 의미 있는 협력은 없었고 또 다른 경쟁의 매개체만 됐다”고 말했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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