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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적중' 21대 총선 여론조사…뭐가 달라졌을까 [여론조사를 조사하다]

  • 지난 2016년 제 20대 총선서는
    여론조사 전망 크게 빗나가 ‘망신’
    이번 총선서는 지역구 조사 ‘적중’…
    ‘가상번호’ 도입으로 ‘무선비중↑’ 덕분
  • 기사입력 2020-05-23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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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기획취재팀] 제 21대 총선을 앞두고 실시된 여론조사는 지난 2016년 제 20대 총선 여론조사와 비교해 상당히 높은 적중률을 보였다.

더 정확히 말하면 20대 총선 여론조사는 실제 결과와 너무 크게 빗나가서 ‘적중률’이란 말로 비교하기는 어렵다.

20대 총선에서 여론조사기관들은 당시 새누리당이 150~170석을 얻어 더불어민주당에 압승할 것으로 예측했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더불어민주당이 123석을 얻어 원내 1당, 새누리당은 122석으로 2당이 됐다.

지역구 조사에서부터 크게 빗나갔기 때문이다.

당시 서울 종로에서 맞붙은 정세균·오세훈 후보 대결의 경우 여론조사 기관이 파악한 '여론'은 오세훈 후보가 오차범위를 넘어 압승을 거둘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정세균 후보의 승리였다. 관심이 큰 주요 지역구에서부터 완전히 빗나간 마당에 전국 판세 예측을 기대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헤럴드경제 기획취재팀은 이처럼 21대 총선 여론조사의 적중률이 20대 총선 대비 훨씬 높았다는 전제 아래 두 총선의 여론조사 방식이 ‘어떻게’ 달라졌는지에 초점을 맞춰 분석했다.

이번 총선의 개별 지역구 여론조사가 과연 얼마나 잘 들어 맞았는지를 따지는 것보다, 지난 두 총선 여론조사의 변화를 짚어보는 것이 훨씬 의미있다는 판단에서다.

이를 위해 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 등록된 20~21대 총선 여론조사 가운데 공표금지기간(선거 전 7일) 전에 등록된 여론조사를 전수조사했다.

20대 총선 1404건, 21대 총선 1117건의 여론조사가 분석 대상이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변화는 조사방식에서 ‘유무선전화 비율’의 현저한 차이다.

20대 총선 여론조사 1404건 중 오로지 유선전화 방식만 활용한 조사는 817건으로 전체의 58.2%를 차지했다.

반면 21대 총선에서 ‘유선전화 100%’로 조사한 여론조사는 전체 1117건 중 25건(2.2%)에 불과했다.

즉, ‘집전화’만으로 여론을 조사하던 경향은 4년만에 사실상 자취를 감춘 것이다.

 

대신 20대 총선 전체 여론조사 중 15% 비중이던 유·무선 혼합 조사가 21대 총선에는 대세로 떠올랐다.

전체 여론조사 중 대다수인 86.2%가 유·무선을 모두 활용해 여론을 살폈다. 오로지 무선전화만을 활용한 조사도 20대 때 15건(1%)에서 21대 때는 123건(11%)까지 올라 상당한 비중을 차지했다.

유무선 조사방식 비중이 각각의 조사 내에서 얼마나 늘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각 여론조사들이 공표한 ‘조사방식 비중’을 평균냈다.

20대 여론조사에서는 할당된 표본을 채우기 위해 사용된 조사방식의 90.2%가 유선전화 조사로 나타났다.

무선전화는 6.0%, 인터넷조사는 3.8%에 머물렀다.

얼핏 보기엔 대부분의 여론조사들이 유·무선 혼합, 유선·인터넷조사 혼합 방식을 사용하며 유선의 한계를 극복하려 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표본 조사의 90% 이상은 ‘유선전화’로 이뤄졌다는 것이다.

 

 

반면 21대 총선 여론조사에서는 유선전화 비중이 22.8%로 급감하고, 무선전화 비중이 77.1%로 올라갔다.

유무선 조사 비중도 ‘유선 9 : 1 무선’(20대)에서 ‘유선 2 : 8 무선’(21대)로 완전히 뒤집혔다.

통상 유선전화 조사 비중이 높으면 보수성향 여론이 높게 나오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선거 여론조사는 주로 주간에 이뤄지는데, 낮에 집에서 전화를 받을 수 있는 응답자는 보수 성향이 높다고 여겨지는 자영업자·주부·노인·무직자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20대 총선 여론조사가 크게 빗나갔고, 21대 때는 여당의 압승 판세를 비교적 정확하게 맞출 수 있던 배경의 핵심은 결국 ‘유무선 비율’인 것이다.

이처럼 21대 총선 여론조사에서 무선전화 조사 비중이 급격히 늘어날 수 있었던 건 바로 ‘가상번호(안심번호)’ 덕분이다.

가상번호란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이용자의 실제 휴대전화 번호 대신 이동통신사에서 임의로 생성한 일회성 번호를 뜻한다. 여론조사 기관이 조사에 필요한 성별, 연령, 지역의 휴대전화 번호를 이통사에 요청해 가상번호 데이터베이스(DB)를 구입하는 방식이다.

지난 2017년 2월 선거법이 개정되면서부터 여론조사 기관들이 이 가상번호를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실제 21대 총선 여론조사에서 무선전화 조사를 활용한 1091개 조사 중 86%가 이 가상번호를 사용해 조사 대상자를 추출했다.

 

반면 가상번호 사용이 불가했던 20대 총선에서는 조사기관들이 무선전화 조사 자체를 많이 시도하지 않았다.

기존 무작위전화걸기(RDD) 방식은 무선전화 조사에서 특정 지역구 거주 표본에게 전화가 닿을 확률이 현저히 떨어지기 때문이다.

20대 총선에서 무선전화 조사를 활용했던 일부 여론조사들도 대부분 △지역구 특정이 필요없는 전국조사(비례대표,정당지지도) △당시에도 가상번호를 활용할 수 있던 정당(후보자)이 의뢰한 조사 △자체구축패널 무선전화DB를 보유한 일부 기관의 조사 등에 국한됐다.

무선전화조사 비중이 비약적으로 높아졌다는 것 외 다른 지표들은 유의미한 변화가 없었다. 할당 표본 수를 맞추기 위해 가중치를 두는 ‘가중법’의 경우 20대 때 셀가중 사용 74.3%, 림가중 사용 25.3%였고, 21대는 셀가중 75.4%, 림가중 24.5%로 큰 차이 없이 엇비슷했다.

 

평균 오차범위는 오히려 21대 총선 여론조사가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0대 총선 1404개 여론조사의 평균 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 ±3.84%포인트였는데, 21대 총선 1117개 여론조사의 평균 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 ±3.95%포인트로 집계됐다.

‘잘 맞춘’ 21대 총선 여론조사의 평균 오차범위가 ‘크게 틀렸던’ 20대 총선 여론조사의 오차범위보다 오히려 0.11%포인트 더 높아진 것이다.

 

여론조사업계 관계자는 “20대 때는 조사비용이 전화면접보다 저렴한 ARS 비중이 높았는데, 그 덕분에 할당된 표본 수를 초과하는 조사들이 많아 표본오차가 오히려 21대보다 낮았던 것으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전화를 받은 응답자가 여론조사에 응해 응답을 마친 ‘응답률’은 21대 총선에서 조금 올라갔다.

유선전화 조사 응답률이 20대 8.5%에서 21대 6.4%로 떨어졌고, 무선전화조사 응답률도 20대 37.7%에서 21대 12.8%로 떨어졌지만, 21대의 무선전화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아 전체 응답률 평균은 9.2%(20대)에서 10.0%(21대)로 소폭 상승한 수치다.

 

통상 응답률이 높을수록 민의를 잘 반영한 것으로 업계는 본다.

20대 총선 여론조사에선 공표되지 않던 ‘접촉률’ 지표는 21대 총선 여론조사에서 처음 공표됐다. 정확히는 규정이 바뀐 지난해 10월1일부터 공표된 여론조사다.

규정이 바뀌기 전 여론조사 247건(본지 기자들이 직접 계산)을 포함 총 1117건의 21대 총선 여론조사 평균 접촉률은 42.7%였다. 유선전화조사 접촉률은 42.1%, 무선조사는 43.3%였다.

유무선 모두, 10명에게 전화를 시도하면 4명 이상은 전화를 받았다는 의미다.

 

국제기준(미국여론조사협회) 응답률은 한국 기준 응답률에 이 접촉률을 곱해 산출하는 만큼, 앞으로 여론조사기관들은 접촉률을 더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할 전망이다.

제 20~21대 총선 여론조사를 비교분석하며 여론조사업계 관계자들이 털어놓은 말은 “20대 총선 여론조사는 애초에 ‘해서는 안되는 조사’였다”는 것이다.

지난 2010년 지방선거에서 ‘집전화(유선전화)’ 위주의 조사가 여론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것을 경험하고도, 6년이 지난 2016년 총선에서 똑같이 집전화 위주의 조사를 했다는 설명이다.

즉, 20대 총선 조사는 한계가 분명히 드러난 유선전화 위주 조사방식에서 탈피하지 못한 ‘예견된 참패’ 였고, 21대 총선 여론조사는 가상번호 도입으로 지역구 적중률이 꽃을 피웠다고 볼 수 있다.

한 메이저 여론조사업체 관계자는 “결국 핵심은 가상번호 사용과 그를 통해 높아진 무선전화조사 비율이다. 20대 총선 때는 제대로 된 무선전화 조사를 할 수 없었지만, 선거를 앞두고 데이터가 필요한 언론과 수익을 내야하는 여론조사 기관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기획취재팀 = 배두헌·김성우·김지헌 기자

badhone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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