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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기 속 마이웨이…정지선의 ‘뚝심 경영’
유통업계 구조조정 풍파에도
“중장기 사업 전략 계획대로”
현대아울렛·백화점 연이어 출점
새벽배송·화장품 시장도 출사표
계열사별 신사업 진출 가속도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위치한 현대백화점그룹 신사옥. [현대백화점 제공]

정지선(사진)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이 조용하고도 과감한 ‘뚝심 경영’으로 재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국내 유통업계가 전례 없는 대규모 사업 구조조정 진통을 겪는 와중에 나온 행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끌고 있다.

이는 대내외 불확실성에도 그룹의 중장기 전략을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는 정 회장의 강한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백화점이 최근 신규 출점을 비롯해 새벽배송, 한섬의 화장품 진출, 케어푸드 브랜드 론칭 등 굵직굵직한 행보를 보이는 것도 이의 연장선상이다.

▶백화점·아웃렛·면세점 전방위 확장…정 회장의 ‘정중동’=예상에 없던 코로나19라는 변수에도 현대백화점은 올 들어 연이어 외형을 확장하고 있다. 기존 투자 스케줄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

현대백화점은 오는 6월 현대프리미엄아울렛 대전점을 시작으로 현대프리미엄아울렛 남양주점(11월), 현대백화점 여의도점(2021년 1월) 등을 열 예정이다. 경쟁사인 롯데와 신세계가 부실 점포를 정리하며 몸집을 줄이는 것과 대조적이다.

업계는 신중하게 출점하는 정 회장의 보수적인 경영 스타일 덕분에 현대백화점이 기존 점포 효율화에 집중했고, 그만큼 출점 여력이 남아 중장기 사업계획을 차근차근 실행해나갈 수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아웃렛 영토를 광역상권으로 확장한다. 현대프리미엄아울렛 대전점은 영업면적 5만3586㎡(1만6210평)로, 중부권 아웃렛 가운데 최대 규모다. 지리적 접근성이 뛰어나 대전 이외에도 세종·청주 등 충청권 수요까지 흡수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프리미엄아울렛 남양주점도 구리IC·남양주IC·북부간선도로와 인접해 서울과 수도권의 원정쇼핑객 방문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백화점 여의도점은 서울 지역 최대 규모로 조성될 예정이다. 백화점 규모는 지하 7층∼지상 9층으로, 영업 면적만 8만9300m²(약 2만7000평)에 이른다. 현대백화점은 첨단 기술과 유통 노하우를 집약한 ‘미래 백화점 모델’을 제시하겠다는 구상이다.

면세점사업도 확대한다.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11월 현대백화점면세점 무역센터점을 열며 면세점사업에 진출했다. 올 2월에는 두산이 포기한 서울 동대문 두타면세점 자산을 인수해 두 번째 매장인 동대문점을 냈다. 이어 인천공항 면세점사업권까지 획득하며 공항면세점에 진출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점포 확장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 사업을 안정화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새벽배송부터 화장품까지…신(新)사업 ‘착착’=현대백화점은 기존 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신사업 진출도 가속화하고 있다. 정 회장은 이를 위해 중장기적인 사업전략을 세우고 차근차근 실행해나갈 것을 주문했다. 계획한 신사업의 큰 줄기는 따라가되, 시장 상황에 따라 신축적으로 사업을 축소하거나 확장하는, 신중한 경영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새벽배송시장 문을 다시 두드린다. 현대백화점은 식품 전용 온라인몰 ‘e슈퍼마켓’으로 2018년 식품 새벽배송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배송시간과 품목 등이 제한적이어서 큰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최근 새벽배송시장이 팽창함에 따라 현대백화점은 오는 8월 선보이는 신선식품 배송 전문 온라인몰 ‘현대식품관 투 홈’을 통해 새벽배송에 재도전한다. 배송 주문 마감시간을 기존 오후 8시에서 오후 11시로 늦추고, 품목도 2018년(1500개)보다 3배 늘린 5000개로 확대했다.

현대그린푸드는 올해 3월 케어푸드 전문 브랜드 ‘그리팅’을 출시했다. 케어푸드는 고령자나 환자가 섭취하기 쉽고 소화하기에도 좋게 가공된 식품을 뜻한다. 현대그린푸드는 5년 전부터 케어푸드를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정하고 이를 위한 사전 준비작업을 진행해왔다. 2016년 연화식 브랜드 ‘그리팅 소프트’를 선보인 데 이어 올해 3월 833억원을 투자한 ‘스마트푸드센터’를 완공했다. 현대그린푸드 관계자는 “이번 신사업 추진을 통해 기존 단체급식 서비스 중심의 사업구조에서 탈피해 기업 소비자 간 거래(B2C) 식품 제조사업으로 영역을 확장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섬은 화장품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5월에 기능성 화장품기업 ‘클린젠 코스메슈티칼’의 지분 51%를 인수했다. 내년 초 스킨케어 브랜드를 출시하고, 이후 색조화장품과 향수 등 제품군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난 1년간 패션 브랜드 ‘타임 옴므’에서 증정용 화장품을 시범 제조하는 등 시장 반응을 조사하는 준비작업을 거쳤다. 화장품사업에서 기회를 본 한섬은 패션사업에 편중된 사업구조를 다각화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한섬이 패션 외 사업에 진출한 것은 1987년 창사 이후 처음이다.

비주력 계열사는 매각해 주력 계열사에 집중한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지난 3월 케이블업계 6위인 현대HCN을 매물로 내놓았다. 매각이 성사될 경우 매각대금을 인수·합병(M&A)과 신사업 진출에 활용할 방침이다. 현대백화점그룹 관계자는 “매각대금은 기존 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분야에 재투자하는 발전전략을 구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대백화점그룹 관계자는 “대내외 경영 환경 변화에 일희일비(一喜一悲)하기보다 3~5년 단위의 중장기적인 사업전략을 세워 이를 바탕으로 신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고 고용창출 등으로 국내 경제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로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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