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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너네 거 안 사” 국민감정도 美-中 갈등
두 경제대국 간 탈동조화 커져
양국 소비자 ‘서로의 제품’ 불신
정치지도자도 연일 부추기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심해지면서 일상 소비생활에서도 상대방 나라의 제품을 사지 않겠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코로나19 사태로 텅 빈 중국 베이징의 쇼핑거리 모습. [AP]

미국과 중국 간 갈등이 일상 소비생활까지 번지고 있다. 미국과 중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책임론을 놓고 공방을 주고받으면서 산업생산 의존도를 줄이려는 노력이 잇따르는 가운데 소비생활 역시 변화가 예상된다.

20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도이체방크의 빅데이터 플랫폼 dbDIC가 실시한 최근 조사에서 미국인의 41%는 ‘중국산(made in China)’을 사지 않겠다고 답했다. 중국인의 35% 역시 ‘미국산(made in USA)’을 구매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미국의 경영자문사인 FTI컨설팅이 미국 소비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또 다른 설문조사를 보면, 응답자의 78%는 만약 어떤 회사가 공장을 중국 밖으로 이전하면 더 많은 돈을 지불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또 55%는 중국이 지난 1월 합의한 1단계 무역합의를 이행할 것이라고 믿지 못한다고 답했다.

이 같은 현상은 코로나19 사태로 무역과 운송이 심각한 차질을 빚으면서 전 세계 공급망이 붕괴될 수 있다는 공포가 퍼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SCMP는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두 경제대국 사이 탈동조화(디커플링)가 심해지면서, 미국과 중국 소비자들이 서로의 제품에 대한 불신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2001년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뒤 빠르게 ‘세계의 공장’으로 성장하면서 미국이 꼭 필요한 제품생산을 지나치게 중국에 의존해왔다는 지적이 잇따르며 미국인들의 불안심리를 자극했다.

앞서 영국 싱크탱크인 헨리잭슨소사이어티는 보고서를 통해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거나 최근의 코로나19 같은 세계적 전염병 확산기에 외부 공급망에 의존하는 것은 국가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중국처럼 주요 공급망이 지정학적 경쟁자로 부상할 경우 특히 위험하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미국과 중국 정치지도자들이 이 같은 흐름을 부추기고 이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11월 대선을 앞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코로나19 발병 책임을 들먹이며 중국을 연일 맹폭하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역시 코로나19 위기에서 지도력 강화를 위해선 외부로 불만의 시선을 돌릴 필요가 있다.

아프지트 와리아 도이체방크 연구원은 “소비자 대부분이 상대국 제품을 하나도 사용하지 않을 순 없는데도 일종의 ‘상업적 민족주의’가 증가한 반면 세계화에 대한 혐오감은 커졌다”면서 “미국과 중국 국민 모두 감정이 격앙돼 있고 정치인들은 이를 잘 알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런 편협한 민족주의 혹은 더 악화된 형태의 국수주의가 스스로에게 도움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 강하다. 미국 터프츠대 외교안보전문대학원 플레처스쿨에서 중국외교관계를 가르치고 있는 술만 칸 교수는 “중국은 국가안보를 지킨다는 명목으로 벌인 외교활동 탓에 자국 기업에 대한 불신을 가중시켰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수주의는 한 번 머릿속에 들어가면 멈춰야 하는 때를 모른다”며 “그 후폭풍은 언제 몰려올지 모르고, 알았을 땐 이미 늦었다”고 강조했다.

김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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