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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대마다 다른 긴급재난지원금 사용법…4050은 ‘생활비’, 2030은 ‘공돈’
40·50대 ‘식재료’ 20·30대 ‘주류’ 구매
사용처도 전통시장 vs 카페·편의점으로 양분

[헤럴드경제=이상섭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코로나19)의 긴급재난지원금 사용과 관련한 ‘착한 소비운동’으로 지역 상권이 활기를 띠고 19일 오후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이 장을 보는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babtong@heraldcorp.com

[헤럴드경제=김빛나 기자] 김소은(27, 가명) 씨는 최근 엄마로부터 뜻밖의 선물을 받았다. 세대주인 엄마가 재난지원금 100만원을 받았는데, 그중 20만원을 쓰라고 하신 것이다. 재난지원금이 세대주인 엄마 카드로 한꺼번에 나오다 보니 엄마는 휴대폰에 카드를 저장한 ‘00페이’를, 김씨는 엄마의 실물카드를 쓰기로 했다.

그날 저녁 엄마와 얘기를 나누다 김씨와 엄마가 지원금을 쓴 곳이 각자 다르다는 점을 발견했다. 엄마는 집 근처 용문시장에 가 장을 보고 동네 미용실에서 파마를 하셨는데, 김씨는 근처 커피 전문점에서 간만에 친구들에게 커피와 케잌을 쐈다. 김씨 엄마는 “지원금 쓰는 것도 세대 차이가 나네”라며 웃으셨다.

정부가 지급한 긴급재난지원금 소비가 본격화한 가운데 세대별로 지원금 소비 패턴이 달랐다. 40대 이상의 중장년 층은 지원금을 ‘생활비’로 인식, 전통시장 등에서 식자재·생필품을 사는 데 썼다. 반면 20~30대 젊은층은 예상치 못하게 생긴 ‘공돈’으로 여겨 평소에는 사지 않았던 물건을 사거나 미뤘던 소비를 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40·50대 “전통시장에서 신선식품·생필품 구매”
19일 오후 6시께 방문한 서울 용산구 용문시장. 평일 오후인데도 식재료나 반찬을 사는 중장년층이 많았다. [사진=김빛나 기자]

40·50대는 대형마트나 백화점에서 지원금 사용이 불가능하자 평소 가지 않던 전통시장·편의점으로 발길을 옮겼다. 19일 오후 6시께 서울 용산구 용문시장에는 평일 오후인데도 식자재나 반찬을 사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농산물을 파는 ‘우리농산물’ 가게에는 사람들이 3~4명씩 줄지어 서 있었다. 손님 대부분이 중장년층이었다.

용문시장 우리농산물 가게 주인은 “지난주부터 손님이 크게 늘었다”며 “재난지원금 카드나 제로페이처럼 정부지원금을 사용하는 손님이 60% 이상은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편의점에서도 이들의 적극적인 생필품 소비가 나타났다. BGF리테일이 최근 편의점 CU의 연령대별 매출을 분석한 결과 40대에서 식재료는 35.2%, 과일·채소는 31.6% 가량 매출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50대도 전주 대비 식재료와 과일·채소 매출이 각각 29.4%와 27% 늘었다.

이마트24에서도 같은 기간 생필품 매출이 54.1% 증가했다. 이마트24 관계자는 “기저귀처럼 소량으로 판매해 평소 소비자들이 편의점에서 사지 않는 생필품도 매출이 뛰었다”고 말했다.

20·30대 “카페·편의점에서 소확행”

반면 20~30대는 지원금으로 카페나 편의점을 자주 가거나 예전에 미뤘던 소비를 하는 경향을 보였다. 선동철(28)씨는 “원래 용돈을 받아서 그런지 재난지원금이 갑자기 떨어진 ‘공돈’인 면이 있다”며 “스터디카페 등록비 13만원을 사용하고 나머지는 신발을 구매하거나 미용실에서 썼다”고 말했다. 최지원(25)씨도 “직장인이라 생활비에 보태기보다 카페에 가거나 편의점 가서 맛있는 걸 사 먹었다”고 했다. 평소 고정 수입에 추가로 생긴 ‘공돈’으로 재난지원금을 인식하는 것이다.

편의점 매출에서도 이같은 경향은 나타났다. 지원금 지급 이후 CU의 20대 매출을 보면 전주보다 아이스크림 34.5%, 디저트 24.2%, 와인 24.2% 등으로 매출이 증가했다. 30대는 와인 30%, 육가공류 25.9%, 디저트 17.6% 더 소비했다. 한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지난주 매출 분석을 보면 소비자가 편의점에 한 번 갈 때 지출하는 비용인 객단가 자체도 늘었다”라고 말했다.

카페나 편의점을 가는 이유로 20대는 접근성을 꼽았다. 평소보다 다른 소비를 할 수 있으면서도 어느 가게에서 재난지원금 사용이 가능한지 찾는 번거로움을 줄 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우현(26·가명)씨는 “편의점에 가면 삼각김밥부터 케이크까지 있어 선택지가 많다”며 “경기도에서 주는 지원금과 재난지원금 모두 편의점 아니면 카페에서 사용했다”고 했다.

binn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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