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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가조작 수법 다양해지는데…부당이득액 산정은 난항
판결문으로 본 작전세력 범죄사례
‘매크로’로 초당 3.3회 초단타 매매
1심서 23억원 추징금 산정했지만…
“주가상승요인 존재” 결국 환수못해
현행 법체계선 정확한 산정 어려움
범죄수익 환수 위한 입법개선 절실

코스닥, 코스피 시장을 교란하는 이른바 ‘작전세력’이 주가를 조작하는 수법이 다양화되고 있다. 이를 통해 거액을 챙기더라도, 범죄수익을 환수하지 못하는 사례가 많아 입법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법원에 따르면 의정부지법 형사13부(부장 이영환)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해 징역 5년에 벌금 80억원, 추징금 23억원을 선고했다.

A씨 일당은 ‘초단타 매매’ 수법을 활용했다. 2013년부터 2018년까지 금융당국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주식계좌 81개를 동원했다. 의정부부터 분당까지 자리를 옮기며 주식을 거래했다. 104개 은행 ATM에서 현금을 인출하며 자금 추적을 피했다. 주가조작의 대상으로 삼은 회사는 실적·재무상황과는 관련 없이 주가가 급등락 하는 테마주였다. 18명의 아르바이트를 동원, 지매크로(G-macro)라는 프로그램 통해 초당 3.3회 자동 매수·매도 주문을 체결했다. 총 534만회, 2억7800만주를 사고 팔아 38억원의 시세 차익을 얻었다.

또 다른 B씨 일당은 허위 매수 주문을 넣어 시장을 왜곡, 주가를 조작한 사례다. B씨 일당은 자본잠식 상태인 상장사의 유상증자가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되자 직원과 부인, 조카, 아들, 며느리 증권 계좌까지 18명 명의 20개 계좌를 동원했다. 이들은 5000주에서 1만주 단위의 대량으로 허위 매수 주문을 넣어 매수세 강세의 분위기를 만들었다. 2013년 1월~2월 한달 사이에만 모두 656만주를 시세 조종하며 투자자들을 유인했다. 여기에는 코스피 상장사 대표와 공인회계사, 증권회사 직원등이 연루됐다.

호재성 허위 공시를 활용해 가격을 왜곡하다 적발된 사례도 있었다. C씨 등은 2015년 초 언론을 통해 사실상 진전이 없던 중국 정부의 투자 및 공장 설립과 관련한 풍문을 유포했다. C씨는 2015년 1월부터 2016년 3월까지 “중국 국영기업으로부터 파격을 넘어 충격적인 수준의 혜택을 받는다”는 등의 언론 인터뷰를 하고,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이와 함께 일반투자자의 매수세를 유입하기 대량 매수 주문을 하며 시세 차익을 얻었다.

문제는 이들이 주가조작을 통해 이득을 얻어도 부당이득액 산정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점이다. A씨 일당이 주가 조작 대상으로 삼은 테마주 등이 대표적이다. 1심 재판부는 A씨에 대한 추징금을 23억원으로 산정했다.

그러나 항소심의 판단은 달랐다. 서울고법 형사2부(부장 차문호)는 “시세조종행위가 있었던 기간 동안 주가상승분에는 A씨 등의 행위로 인한 주가상승 외에 주식시장에서의 정상적인 주가변동요인에 의한 주가상승분이 상당부분 존재한다”며 추징을 선고하지 않았다.

B씨 일당에 대해서도 검찰은 120억원의 부당이득을 얻었다고 봤으나 법원은 인정하지 않았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1부(부장 이환승)는 “당시 언론 등에서 해당 회사의 실적 개선이 예상된다고 보도되는 등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시세조종행위로 인한 주가상승분과 그와 관계 없는 다른 요인으로 인한 주가상승분에 의한 이득액을 분리해 산정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C씨 일당도 검찰은 189억원의 부당이득을 봤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인정하지 않고 징역 5년에 벌금 5억원만 선고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2부(부장 오상용) 는 “중국을 테마로 한 기업들에 대한 일반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았고, C씨 소유의 회사 역시 중국 진출 사업을 추진하고 있었기에 부정거래 행위 기간 주가 상승에는 이러한 사정이 영향을 미쳤다고 보인다”고 했다.

법무법인 한결의 김광중 변호사는 “자본시장법의 양형기준은 1억원, 5억원, 50억원 등 범죄 행위로 인해 얻은 이익, 또는 회피한 손실액을 기준으로 정해진다. 정확한 액수를 산정해야 징역형 및 벌금, 추징 금액 등을 산정할 수 있는데 현행 법 체계에서는 어려움이 있다”고 했다.

불공정거래 부당이득 산정기준을 담은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2018년 10월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대표 발의로 국회에 올라갔으나 제대로 논의되지 못한 채 정무위원회에 계류중이다. 개정안은 불공정거래 행위로 얻은 부당이득을 전액 환수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으나 5월 말 20대 국회가 종료되면 자동 폐기된다. 김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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