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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성 보란듯’ 美에 반도체 공장 짓는 TSMC, 창업주 모리스 창에 쏠린 눈
‘대만 반도체 아버지’…파운드리 사업모델 창시자
‘제2고향’ 미국에 5나노 첨단공장…고객확대 탄력
2030년 시스템반도체 1위 목표 삼성 ‘험로’ 예고
대만 TSMC 창업주 모리스 창 전 회장 [연합]

[헤럴드경제 천예선 기자] 대만의 TSMC가 지난 15일 미국에 반도체 공장 건설 계획을 발표하자 TSMC의 창업주인 모리스 창(張忠謀)에 관심이 쏠린다. 이번 TSMC의 결단을 두고 업계에서는 최대 고객이 위치한 미국에서 정치적 리스크를 회피하기 위한 목적과 함께 모리스 창이 ‘제2의 고향’인 미국으로 금의환향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모리스 창은 ‘대만 반도체의 아버지’로 불린다. 1987년 TSMC를 설립해 2018년 86세의 나이로 은퇴하기까지 약 30년간 TSMC를 이끌며 반도체 수탁생산(파운드리) 글로벌 절대강자(올 1분기 시장점유율 54.1%)로 키웠다.

반도체 산업은 크게 메모리반도체, 시스템반도체, 파운드리 세 분야로 나뉜다. 메모리반도체는 데이터저장용 반도체로 한국의 삼성전자가 세계 1위이다. 시스템반도체는 연산·처리를 담당하는 ‘두뇌’격으로 미국의 인텔이 최강자다. 파운드리는 팹리스 업체(반도체 생산라인이 없는 설계전문 회사)로부터 시스템반도체 생산을 수주받아 설계 도면대로 양산해주는 사업이다. TSMC는 파운드리 세계 1위로 삼성전자, 인텔과 함께 글로벌 반도체 3강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파운드리 사업 모델의 창시자가 바로 모리스 창 TSMC 전(前) 회장이다. 창 전 회장은 그의 나이 56세에 TSMC를 설립했다.

1931년 중국 저장성 닝보시에서 태어난 창 전 회장은 2차 세계 대전 중 일본의 폭격을 피해 광저우와 홍콩을 거쳐 미국으로 건너갔다. 1949년 미국 하버드대학에 입학했지만 공학도의 꿈을 품고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으로 옮겨 기계공학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스탠퍼드 대학에서 전기공학 박사학위도 받았다.

창 전 회장은 반도체 산업의 여명기인 1958년 미국의 유수 반도체 기업인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에 입사해 20년간 근무했다. 미국을 ‘제 2고향’으로 여기는 이유다. 이 기간 창 전 회장은 반도체가 사회를 바꾸는 것을 목도하고 TI에서 실력을 인정받아 부사장까지 올랐다. 이후 제너럴인스트루먼트(GI)에서 최고운영책임자(COO)를 지냈다.

[니혼게이자이신문 자료]

창 전 회장이 대만행을 택한 결정적인 계기는 대만 정부의 권유 때문이었다. 대만공업기술연구원(ITRI)에서 “반도체 산업의 선도 역할을 맡아주지 않겠느냐”는 제의를 받고 1985년 대만으로 향했다.

창 전 회장은 반도체 산업의 설계와 생산을 분리시킨 인물로 평가된다. 그는 반도체 생산공정 개발과 생산설비의 비용이 급증하는 것을 지켜보며 미래에는 반도체 설계와 생산이 분업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당시 이같은 사업 모델이 실효성이 있을 것이라고 이해하는 사람은 없었다”고 훗날 창 전 회장은 회고했다. 반도체 산업의 맹주인 인텔 조차도 반도체 수탁생산 모델에 부정적이었다.

새로운 사업모델을 개척한 것 외에도 TSMC의 성공비결로는 ‘고객 제일주의’가 꼽힌다. 창 전 회장은 “고객과는 결코 경쟁하지 않는다”는 경영철학을 바탕으로 반도체 위탁 ‘생산’에만 집중했을 뿐 ‘설계’ 분야에는 진출하지 않았다. 이것이 자체 설계(시스템LSI)를 하는 삼성전자와 다른 점이다.

TSMC의 이같은 '제조업인 동시에 서비스업'이라는 모토는 고객사들에 신뢰를 심어줬다. 작년 기준 TSMC는 전 세계 499개로부터 1만761개의 각기 다른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특히 여기에는 삼성전자와 경쟁관계에 있는 애플, 소니를 비롯해 퀄컴, 엔비디아 등 IT 큰 손들이 대거 포함됐다.

2020년 1분기 매출 추정치 기준. [트렌드포스 자료]

일각에서는 이번 미국 반도체 신규 공장 건설을 계기로 TSMC가 향후 미국 IT 고객사 확대에 한층 탄력을 받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미국 정부가 ‘반도체 자급’에 집중하며 리쇼어링(기업의 본국 회귀)에 강공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상황에서 TSMC가 미국 서부에 최첨단 반도체 제조공장을 짓는 것은 향후 고객 수주전에서 더욱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게 할 것이란 판단에서다.

앞서 TSMC는 지난 15일 미국 애리조나주에 120억달러(약 15조원) 규모의 첨단 반도체 제조 공장을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2021년부터 2029년까지 5나노(㎚·1나노는 10억분의 1m) 공정이 가능한 공장을 짓겠다는 목표다. 5나노 공정은 현재 반도체 업계에서 양산가능한 최첨단 공정이다. 5나노 공정을 개발한 파운드리 업체는 전 세계에서 TSMC와 삼성전자가 유일하다.

또한 TSMC의 미국 공장 건설 발표에는 미중 무역분쟁도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 기업과 거래하고 있는 TSMC는 그동안 미국 정부로부터 자국 제품 보안을 위해 미국 내 공장 건설을 요구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TSMC는 이날 발표에서도 미국 정부를 의식한 듯 “반도체 생태계에 1600개 첨단 전문직 일자리가 창출되고, 간접적으로 수천 개의 일자리를 만들어 낼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che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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