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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홍석의 시선고정]인천대학 3대 총장 선거 막바지 단계서 ‘혼탁’
상대 후보 ‘흠집내기’ 전락… 총장 탈환 향한 후보들 간 과열 양상
정치 논리가 아닌 ‘정책 논리’의 선거가 돼야
세계 명문대학 대열을 향한 인천대의 품격·위상 실추시키는 일
후보의 인격을 존중하는 ‘선의의 경쟁’ 선거가 되길
인천대학3대 총장 후보 최종 3명으로 압축된 최계운·이찬근·박인호 교수〈사진 왼쪽부터〉

국립 인천대학교 제3대 총장 선거가 막바지 단계에서 혼탁해지고 있다. 상대 후보 ‘흠집내기’가 돌연 튀어나오면서 마치 총장 탈환을 향한 후보들 간의 과열 양상으로 치닫는 모양새를 느끼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학은 물론 시민들에게까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총장 선거는 지난 7일 최계운 명예교수, 박인호 명예교수, 이찬근 교수 등 3명의 후보로 압축됐다. 오는 26일 대학 이사회에서 ‘총장 임용 후보자’ 1명을 최종 선정하는 절차만을 남겨두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최근 언론보도를 통해 총장 후보 최계운 명예교수가 ‘친박’인데다가, 한국수자원공사 사장 시절 친형이 대표이사로 있는 건설업체에게 100억원 상당의 공사가 발주됐다는 의혹의 기사가 실렸다.

국립대학의 총장은 전문성 뿐만 아니라 높은 도덕성 등이 요구되는 자리이기 때문에 총장 자격에 대한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 이 기사의 핵심 내용이다.

갑자기 튀어나온 이 기사로 인해 최계운 후보를 지지하는 사람들의 모임은 발끈했다. 대학 총장 선거를 의혹의 ‘진흙탕 싸움’으로 변질시키고 있다며 왜곡보도에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강하게 표출하고 나섰다.

최 후보는 이번 총장 선거 과정에서 대학 구성원 투표와 총장추천위원회의 평가를 합산한 결과,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아 1순위 후보자가 된 상태이다. 다음으로 2순위 박인호 명예교수, 3순위 이찬근 교수 순이다.

지난 7일 총장 후보 3명이 결정·발표된 바로 며칠 후 최 후보에 대한 기사가 나왔다. 최초 총장 예비후보 5명으로 시작할 당시도 아니었다.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아 1순위를 차지하면서 최 후보에 대한 기사가 돌연 실린 것이다.

류권홍 원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역 일간지에서 ‘편파적 언론에 휘둘리는 인천대 총장선거’라는 제목의 기고를 통해 “인천대 총장을 선출하는 과정에서 내부도 아닌 외부에서 그것도 명확한 증거가 없는 의혹만으로 특정 언론이 특정 후보를 비난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의혹 내용은 후보가 ‘친박’이라는 것이고 과거 공기업 사장일 때 가족이 근무하는 업체에 100억원에 이르는 규모의 사업을 밀어줬기 때문에 후보의 도덕성에 문제가 있다는 것인데 지난 총선거에서 당선된 국회의원들 중 많은 당선인들이 과거 정권에서 공무원을 하거나 공기업 임원을 했던 인물들이다. 이 논리를 적용하면, 이들 모두 다 ‘친박’이다. 공무원 출신 현직 장·차관들은 거의 모두 ‘친박’이고 도덕성에 문제가 있다. 옳은 주장인가”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친인척 일감 몰아주기 여부가 사실이라면, 해당 공기업은 내부, 감사원 감사 등을 통해 그 사실이 확인되고 징계를 받았어야 한다”며 “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언론 본연의 역할이지만 상대방의 반론 기회를 주지 않거나, 반론 내용을 무시한다면 공정하지 못하다는 비난을 받기에 충분하다. 총장선출에 대한 최종 결과를 불과 한 주 앞에 둔 시점이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다”고 주장했다.

류인모 국립 인천대학교 법학부 교수도 지역 일간지 ‘국립 인천대 총장선거에 대한 상념’에 대한 기고를 통해 “언제까지 대학이 정치논리에 흔들려야 하는가, 대학총장 선거는 대학 내에서 정책 중심의 논의가 중심이 돼야 한다. 외부에서 후보를 재단하고 폄하하는 것은 미래세대이자 학교의 주인인 학생들에게도 좋은 본보기가 되지 못한다”라며 “근거도 명확하지 않은 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특히 학교 구성원 직접선거를 통해 다수가 지지하고 1위를 한 후보를 ‘친박 인사’라고 규정하고 친박 인사가 총장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것은 악의적인 정치논리로서 국립 인천대의 품격을 떨어뜨리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더욱이 그는 “한국수자원공사 사장은 정치적으로 혜택을 누리는 자리가 아니다. 수공학이 전공인 대학교수가 전에 연구원으로 일했던 수자원공사의 공모절차에 응모해 사장으로 재직한 것은 국가를 위해 봉사한 것일 뿐 정치적인 단물을 빨아먹은 것이 아니다”라며 “대학교수가 전문가로서 공직에 나아가 지역사회의 발전과 시민을 위한 행정과 환경문제에 참여하고 국가와 사회를 위해 봉사하는 일은 오히려 고유의 업무로써 당연한 책무이며 바람직한 일”이라고 말했다.

대학총장 선거는 정치적 논리에 의한 선거가 아니다. 대학 발전을 위한 ‘정책 선거’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민 선거가 아닌 대학 선거이기 때문이다.

총장 후보들은 모두 20년 이상 인천대에 몸담은 교수들이다. 인천대가 시립대학에서 국립대학으로 전환되기까지 등 그 누구 보다도 학내 내부 사정을 잘 알고 있다.

국립 인천대는 ‘동북아 경제중심’ 인천경제자유구역 송도국제도시로 이전하면서 연구 중심 대학으로의 위상을 높이고 더 나아가 세계 10대 명문대학으로 발전하기 위해 브랜드 제고 전략 등 어느 때보다도 많은 과제들을 헤처나가야 하는 중요한 시기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역 거점 대학으로 한 단계 도약을 앞둔 인천대의 차기 총장에 대한 기대와 관심이 상당히 높다. 인천대의 장기적 발전을 그릴 수 있는 차기 총장 선거는 그 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대 후보의 ‘의혹 제기’로 명예를 손상시키는 것은 세계 명문대학을 향한 인천대의 품격과 위상을 실추시키는 일이기 때문에 남은 선거 기간만이라도 20년 이상 한솥밥을 먹은 상대 후보들 간의 인격을 존중하면서 ‘선의의 경쟁’ 선거가 됐으면 하는 바램이다.

[헤럴드경제 기자 / 인천·경기서부취재본부장]

gilber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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