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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르포] ‘후원금 논란’ 나눔의집 ‘정중동’…“할머니들 의견 들어봐야 편가르기일 뿐”
노래·손뼉 소리…여섯 명의 할머니 일상은 그대로
직원들은 야근…안신권 소장 “감사, 결과 나와봐야”

지난 14일 오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생활하고 있는 경기 광주시 퇴촌면 나눔의집 생활관. 2층의 불이 켜진 방에서 할머니들의 노랫소리가 들렸다. 주소현 기자/addressh@heraldcorp.com

[헤럴드경제(경기 광주)=박상현·주소현 기자] 지난 14일 오후 6시. 경기도 광주시 퇴촌면에 위치한 생존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 후원 시설 나눔의 집. 불 켜진 생활관 2층에서 “할머니”를 부르는 높은 목소리 뒤에 작고 나직한 소리가 길게 이어졌다. 낮은 소리에 다른 목소리들이 얹히고 커져 함께 부르는 구성진 노랫소리가 됐다. 군데군데 요양보호사들의 손뼉 소리와 “아이고, 참 잘했어요!”하는 말소리가 뒤섞였다.

분주하면서도 즐거워 보이는 할머니들의 일상이 유지되고 있는 생활관 2층과 달리 같은 건물 1층 직원 사무실의 모습은 사뭇 달랐다. 직원들은 카트에 문서 보관 상자 예닐곱 개와 A4 용지 더미를 실어 생활관 1층 실무진 사무실에서 운영진 사무실로 날랐고, 외출했던 직원들은 저녁 식사 거리를 손에 들고 오후 7시께 돌아와 ‘야근 대열’에 합류했다.

마당을 오가는 직원들과 취재진을 제외하고는 나눔의 집에 다른 인적은 없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생활관 입구는 손 소독제, 알콜 솜, 체온계, 출입 명부만 놓여진 채 잠겨 있었다. 교육관·역사관의 문도 굳게 닫혀 있었다.

인권운동가로 오래 활동한 이용수 할머니와 윤미향 전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의 진실 공방이 일주일가량 이어지면서, 논란은 나눔의 집으로 번졌다. 경기도는 지난 13일부터 나눔의 집에 대해 특별지도점검을 하고 있다. 지난 3월 국민신문고에 나눔의 집 후원금은 건물 증축 용도로, 할머니 식대로 나온 보조금은 직원 식대로 쓰고 있다는 내용의 민원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같은 날 경기 광주경찰서도 후원금 횡령 등의 혐의로 나눔의 집 직원 A 씨를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할머니들의 안부를 묻는 질문에 나눔의 집의 한 실무진은 “할머니들은 잘 계시고 최근 상황을 다 아신다”며 “정신 또렷하신 이옥선(94) 할머니, 초기 치매 증상이 약간 있으신 강일출(92) 할머니도 아신다”고 답했다. 그러나 안신권 나눔의 집 소장은 “할머니 여섯 분 중 네 분은 누워 계시고 두 분은 거동하시지만 (이용수 할머니의 최근 문제 제기에 대해) 어떻게 알겠냐. 이옥선 할머니는 아실지도 모르지만 ‘아시냐’ 묻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안 소장은 “똑같은 피해자라도 각자 목소리는 다 다를 수 있다. 여기서 끝내고 싶다는 분, 명예를 위해서 더 투쟁하겠다는 분, 일본이 주는 돈을 ‘받겠다’, ‘받지 않겠다’는 분들이 다 계신데 그걸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없다”며 “윤 전 이사장과 이용수 할머니 두 사람만의 일일 수 있는 데다, 논란은 조사해서 밝히지 않으면 모를 일이다. 진위 파악을 해야지, 잘못하면 할머니들 간에 싸움이 난다”고 했다.

같은 날 경기도 측 공무원이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나눔의 집에 머물며 감사를 진행했다. 나눔의 집의 한 운영진은 “보시다시피 감사 중이라 확인할 게 많고 바쁘다. 지금으로서는 딱히 결정된 내용이 없어 뭐라 입장을 말하기 어렵다”고 털어놨다. 이어 “결과가 나와 봐야 안다. 15일로 감사가 끝날지는 당일에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안 소장은 이에 대해 “3년에 한 번 하는 정기적 감사인데 1년 당겨 하는 것뿐”이라며 선을 그었다.

광주(경기)=박상현·주소현 기자/address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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