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 “분양 보증 시장 개방해 경쟁 체제 도입해야”
정부가 주택도시보증공사(HUG)를 통한 분양가 통제로 집값 잡기에 나섰지만, 되레 청약 시장이 뜨겁게 달아올라 ‘로또판’으로 변질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서울 용산구 아파트 전경. [연합] |
[헤럴드경제=민상식 기자] 정부가 주택도시보증공사(HUG)를 통한 분양가 통제로 집값 잡기에 나섰지만, 되레 청약 시장이 뜨겁게 달아올라 ‘로또판’으로 변질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건설업계를 중심으로 현행 HUG의 독점 분양 보증 시장을 개방해 경쟁 체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부는 보증기관 추가 지정에 신중한 입장이다.
최근 집값 급등에도 분양가는 내리고 있어 수억원의 시세차익을 올릴 수 있는 새 아파트 청약으로 수요가 몰리는 현상이 더욱 심해지고 있다.
15일 부동산114 조사에 따르면 이달 12일 기준, 올해 서울 청약 경쟁률은 105대 1로 집계됐다. 2017년 12대 1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3년 새 약 8배 증가했다. 2018년 30대 1, 지난해 31대 1의 경쟁률을 보이다 올해 들어 급격히 올랐다.
정부는 분양가 상승이 집값 급등으로 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2017년 3월부터 ‘고분양가 사업장 분양보증 처리기준’을 마련해 시행하고 있다. 분양가가 인근 지역보다 지나치게 높게 책정될 경우 분양보증 발급을 거부하는 방식으로 분양가격을 통제하고 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낮은 분양가에 오히려 청약 경쟁이 격화되고, HUG와 분양가 줄다리기에 지친 건설업계와 재건축 조합 등의 불만이 확산하고 있다.
지난 2월에는 형평성 논란 등으로 단지 규모와 브랜드, 입지 조건 등을 감안해 가중치를 적용하는 새 심의 기준도 마련했지만, 조합이 기대하는 분양가 인상은 없었다. 결국 조합들은 분양일정을 늦추거나 후분양을 결정해 주택분양이 지연되고 있다.
철거가 완료된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사업 공사현장 [헤럴드경제DB] |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의 경우 조합은 일반분양가를 3.3㎡당 3500만원으로, HUG는 3.3㎡당 2970만원을 고수하고 있다. 조합 측은 후분양까지 검토하고 있지만 일반분양분만 5000가구에 달하다 보니 시공사들이 난색을 표하고 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정부의 분양가 통제로 분양가가 시세보다 싼 로또 아파트가 늘면서 투기수요가 급증했다”면서 “HUG가 보증서를 발급해주지 않으면 주택 분양까지 미뤄져 실수요자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2008년 ‘주택 공급에 관한 규칙’에서 국토부 장관이 지정하는 보험회사도 주택분양보증 발급이 가능하도록 규칙을 개정했지만 10년이 넘도록 추가 지정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정부는 HUG 공적 기능을 고려해 보증기관 추가 지정을 신중하게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현행 분양 보증의 여러 장점에도 불구하고 장기적으로 주택 분양보증 시장 개방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용만 한성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가 HUG를 통해 분양 보증을 하면 보증료를 싸게 하고 정책 지원도 할 수 있는 등 장점이 많다”면서 “그러나 독점 체제에서 시장의 여러 불만이 늘어나면 장기적으로는 분양보증 시장을 개방해 경쟁 체제로 가야한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다만, 주택 건설의 리스크를 시장에 전부 맡길 경우 중소 업체들은 분양보증 시장에서 배제되고, 주택시장 과열에 따른 분양가 통제가 힘들어지는 등 여러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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