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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권분운동.암행어사.항통’…인문경영에 빠진 순천시장
순천시가 시민 민원수렴을 위해 도입한 ‘항통’.

[헤럴드경제(순천)=박대성 기자] 허석 전남 순천시장이 ‘권분(勸分)운동’과 ‘암행어사’ 제도에 이어 시민 의견수렴을 이유로 생소한 명칭의 ‘항통(缿筩)’ 제도를 운영키로 해 안착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항통’의 사전적 의미는, ‘조선시대 관아에 두고서 백성의 투서(投書)를 받는 (대나무)통’이라고 설명돼 있다.

조선 세조2년(1456) 사인 이극감(李克堪)이 영의정 정인지(鄭麟趾)와 도적을 그치게 하는 방법을 논의하던 중 “관청에 항통을 설치해 백성이 익명 투고를 넣되 꺼내지는 못하게 하자”고 제안한 내용이 조선왕조실록에 실렸으며, 실제 연산군 3년에는 항통을 사용했다는 기록도 남아 있다.

허 시장은 2018년 7월 민선7기 시작과 함께 시민의 다양한 의견수렴을 이유로 ‘시민 암행어사’ 제도를 도입하고 ‘갑질 신고함’ 등을 운영하고 있지만 현재까지는 유명무실하다는 안팎 평가다.

검찰청 지청을 둬 가뜩이나 투서와 고소·고발이 많다고 알려진 순천에 투서를 장려하는 듯해 소모적 갈등잉태 지적도 일부 있다.

디지털 시대를 맞아 ‘국민신문고’나 ‘국민청원’, 시청 홈페이지 ‘청렴신문고’, ‘갑질행위신고’ 등의 고발란과 어떠한 차이점이 있는지 구분키 힘들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허 시장은 이들 민원창구가 담당 공무원이 선별해서 보고하던 방식과 달리 시청공무원 손을 거치지 않고 직접 시민의견을 수렴한다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허 시장은 앞서 조선 고을수령이 관내 부자들에게 권하여 굶주리는 사람을 구제하자는 뜻에서 빚어낸 ‘권분(勸分)운동’을 제안하는 등 인문경영을 주도하고 있다.

국내 최고학부를 졸업한 허 시장은 시장 취임 전까지 논술학원 등을 운영한 ‘일타강사’로 알려져 있으며, 지금까지 인문학 책 20여권을 펴낸 다작가이다.

그는 선거운동과 시장 재임 중에도 틈틈이 자신의 이름으로 책을 펴내 왔으며, 본인 스스로를 “글감을 보면 (글을)쓰지 않고는 못 배긴다”고 주변에 토로하곤 했다.

시에서는 읍·면·동사무소(주민센터)에 설치된 항통을 매주 월~수요일까지 3일씩 비치하고 목요일 회수해 시민들의 다양한 민원을 수렴키로 하고 1차적으로 오는 8월31일까지 운영키로 했다.

시청 자치혁신과는 “항통함 열쇠는 시장님에게만 있어 다른 사람은 볼 수 없고, 항통에 투입된 민원사항을 개봉해 내용확인 후 회신하게 된다”고 했다.

시에서는 항통을 이용해 시민과 소통방법을 다양화하고 시민들의 건의, 민원, 제안, 고충, 칭찬 등 의견을 수렴하는 직접 소통창구로 활용할 예정이다.

허 시장은 “항통제도는 백성이 억울하거나 소외받지 않도록 조상들이 운영해 온 전통적인 제도”라며 “모든 시민이 공정하고 공평한 행복을 누리는 새순천을 만들어 가는 디딤돌이 되길 바란다”고 시민 참여를 당부했다.

parkd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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