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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해자엔 105만원, 장학금은 200만원…정의연의 이상한 ‘기금사용’
2019년 피해자지원기금, 할머니 1명당 약 105만원
같은 해 ‘김복동 장학금’ 학생 1명 당 200만원이나 돼
정의연 “金할머니 ‘공부하고 싶었지만 못했다’ 하셔서”
이나영 이사장 “외부 회계사 감사 후 공개할 것” 밝혀

회계 투명성 논란에 휩싸인 정의기억연대가 기자회견을 연 지난 11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의 모습. [연합]

[헤럴드경제=박상현 기자] 후원금 회계 논란에 휩싸인 정의기억연대(정의연)가 시민단체 활동가 자녀 25명에게 200만원씩 장학금을 지급한 지난해, 피해자 지원 기금으로 사용된 금액은 1인당 105만원 수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장학금 수혜 학생이 피해 할머니보다 2배가량 돈을 더 받은 것이다.

이에 대해 정의연은 “피해자 지원 사업은 후원금을 할머니들께 전달하는 사업이 아닌 그 외 다양한 활동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지속되는 후원금 논란과 관련해 ‘국세청의 재공시 명령을 따르고 외부 회계 감사를 거쳐 공개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14일 국세청 홈페이지 공익법인공시에 따르면, 정의연의 2019년 ‘연간 기부금 모금액 및 활용실적 명세서’의 목적지정 기부금 외 연도별 일반기부수입 중 피해자지원기금 항목 지출액은 2433만8700원으로 집계됐다. 공시된 수혜 인원 23명을 기준으로 이를 계산하면 피해자 한 명당 약 105만원이란 결과가 나온다.

같은 해 지급된 ‘김복동 장학금’의 경우, 25명의 대학생에게 각각 200만원씩 총 5000만원이 전달됐다. 장학생 모두 시민사회단체 활동가의 자녀로, 대다수가 진보 성향 단체인 것으로 나타나 문제가 제기되기도 했다. 김복동 장학금은 2016년 5월 김복동 할머니가 직접 “재일 조선학교 학생들에게 써 달라”며 5000만원을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현 정의연)에 기부하면서 기금 활동이 시작됐다. 이후 조총련계 재일 조선학교 학생 17명에게 25만엔씩 장학금이 지급됐다.

2018년 김복동 장학금은 ‘김복동의 희망’으로 명칭이 바뀌며 윤미향 전 정의연 이사장이 초대 재단 대표를 맡았다. 지난해 1월 김 할머니 타계 후 정의연은 김 할머니의 조의금 중 일부를 평화·인권·여성·노동단체 등 활동가 자녀에게 별도 지급할 수 있게 장학금을 확대 개편했다. 일반 기부금이 아닌 조의금을 장학금으로 사용한 것이지만, 공시상으로 피해자들이 받는 지원 금액에 비해 두 배 가까운 돈이 사회시민단체 자녀들에게 지급된 셈이다.

정의연의 후원금 사용 논란은 이달 7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 생존자 이용수(92) 할머니가 대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의연이 성노예제 피해자 할머니들을 위해 후원금을 쓰지 않고 있다”고 말하면서 시작됐다.

이에 맞서 정의연은 이달 11일 회견을 통해 “지난 3년간 목적이 지정되지 않은 일반 기부금 22억1900여 만원 중 41%인 9억1000여 만원을 피해자 지원 사업에 썼다”며 “피해자 지원 사업은 후원금을 할머니들께 전달하는 사업이 아닌 할머니들의 의료 지원, 인권·명예 회복 캠페인 지원, 정기적 방문 상담을 통한 정서적 안정 지원 등의 내용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해명했다.

당시 회견에서 정의연은 “김 할머니의 장례를 치르고 나서 할머니께서 평상시에 쌍용차 해고 노동자, 사드 반대 투쟁, 재일교포 노동자 등 어려운 상황에 처한 분과 연대하셨고, 할머니 스스로도 공부하고 싶었지만 못했다는 말씀을 계속하셨다”며 “애초 10명의 학생을 선발해 장학금을 전달하려 했으나 심사 진행과정에서 27명의 학생이 신청해 운영위원 논의를 통해 3000만원을 추가해 5000만원을 25명에게 전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여성 운동 등 오랜 기간 헌신하신 활동가 자녀에 대해 200만원의 장학금을 전달한 게 무엇이 문제인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당시 회견에서 정의연은 김 할머니의 유언장이나 공증 내용 등의 자료를 공개하지는 않았다.

후원금 논란이 지속되자 이나영 정의연 이사장(중앙대 사회학과 교수)은 13일 서울 종로구에서 열린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1439차 정기 수요시위에서 “정의연에서는 개인적 자금 횡령이나 불법 유용은 절대 없다”며 “우리의 투명성을 다시 한번 입증하고 악의적 왜곡 보도에 정면 대응하기 위해 다수의 공인회계사에게 기부금 사용 내역에 대해 검증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이사장은 이날 오전에도 YTN 라디오 ‘노영희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공신력 있는 외부 회계사를 통해서 감찰을 받고 기부해 주시고 마음을 모아 주신 사람들이 다치지 않는 범위에서 법적인 상담과 적절한 조언을 통해 (회계 내역을)공개하려 한다”고 말했다.

poo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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