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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천화재 유가족 “2주가 다 되도록 기다리기만”…답답함에 靑청원까지
“잘못했으면 본인이 해결하고 반복않는 건 4살배기 딸도 아는 것”
“2주째 아무런 진척이 없는데다 벌써 잊혀지는것 같아 힘이 빠져”

지난 12일 경기 이천시 모가면 소고리 물류창고 화재 현장 앞에서 희생자 유가족들이 부둥켜안고 울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38명의 사망자를 낸 경기 이천시 물류창고 화재가 발생한 지 2주가 됐지만 화재 원인 조사는 제자리걸음이다. 일부 유가족은 “저희는 기다리기만 하는 입장”이라며 답답한 마음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청원 글을 올리기까지 했다.

희생자 류모 씨의 며느리 전모(27) 씨는 지난 11일 ‘한익스프레스 이천물류창고화재사고 빠른 해결을 위해 나서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 글을 올렸다. 전 씨는 “이번 이천 물류창고 화재는 틀림없는 국가적 재난”이라며 “안전관리 하나 제어되지 않는 일터에서 힘없이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는 우리의 가족이 운 없으면 그냥 죽고, 죽었구나 하고 아무렇지 않게 지나쳐야 하냐”고 호소했다.

유가족들이 바라는 것은 재발 방지와 책임자 처벌이었다. 전 씨는 청원 글에서 “2008년 이천에서 이번 사고와 똑같은 사고가 있었다고 한다. 같은 원인으로 또 다시 사고가 반복된다”며 “말로만 죄송하고 시정 조치가 아무 것도 없다”고 했다. 이어 “현재 발주·시공·감리업체 전부 분향소에 한 번 오지도 않았다”며 “잘못을 했으면 본인이 더 나서서 해결하고 난 뒤 앞으로는 그러지 않도록 하는 건 4살인 제 딸도 아는 것”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유가족들은 이천시 창전동 서희청소년문화센터에 마련된 합동 분향소에서 2주째 생업을 미룬 채 화재 원인 규명, 재발 방지,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고 있지만 달라지는 것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전 씨의 남편인 류모(38) 씨는 13일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저희는 기다리는 입장”이라며 “화재 발생 2주째인데 아무런 진척이 없으니 아무래도 힘이 빠진다”고 털어놨다. 이어 “어떤 기사나 댓글을 보면 (여전히)저희 목소리를 내주시기도 하지만, 2주 만에 (이천 물류창고 화재가)벌써 묻힌 것 같다”며 “이렇게 많은 사상자가 나왔는데 말이 되냐. 유가족 중에 ‘우리만 분향소에서 이러고 있다. 어디 가서 시위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말하는 분들이 있을 정도”라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지난 10일 경찰에서 유가족들을 대상으로 수사 상황 브리핑을 했지만, 질타만 부추겼다는 것이 이들의 지적이다. 류 씨는 “구체적으로 이야기 나오는 것도, (경찰이)해 주는 것도 없고, 오로지 추측뿐”이라며 “경찰이든 국회의원이든 누가 온다고 하면 유가족들은 기대를 하는데, 와서 아는 얘기, 뻔한 얘기, ‘죄송하다’는 말만 하고 돌아간다. 국가든 발주처든 시공사든 지켜보기만 하고 책임 회피를 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고 했다.

앞서 경기남부지방경찰청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지난 12일 오후 화재 현장에서 합동 감식을 벌였다. 유가족 30여 명도 현장을 찾아 물류창고 건물 지하부 출입구 바로 앞에서 내부를 살펴보며 오열했다. 유가족 측은 “조만간 생존자 기자회견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address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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