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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포럼] ‘한중 신속통로’로 열릴 새로운 韓中 협력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 기업에 지난주 ‘가뭄 속 단비’와 같은 희소식이 들려왔다. 그동안 굳게 닫혀 있던 중국이 한국 기업인의 입국을 허용하고 격리기간도 최소화하는 ‘한중 신속통로’가 지난 1일자로 신설된 것이다.

중국 정부가 3월 28일 모든 외국인에 대해 전면 입국금지 조치를 내린 가운데 한중 신속통로는 중국을 방문하는 외국 기업인에 대한 입국절차 간소화가 제도화된 첫 번째 사례다. 중국과 밀접하게 연결된 우리 경제와 기업인들에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신속통로 개설로 정체기에 있던 한중 관계가 개선되고 한한령(限韓令)이 해제되는 등 양국 경제협력이 다시 활발해질 것이라는 기대감도 크다. 특히 한중 양국이 힘을 합쳐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고 올해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방한까지 성사된다면 새로운 한중 경제협력의 시대가 열릴 것이다.

한중 신속통로가 불러올 경제협력은 양국 산업구조 변화에 맞춰 미래 지향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우선 5세대 이동통신(5G), AI,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 분야에서 상호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한중 양국이 중점적으로 육성하고 있는 첨단 미래산업은 상당 부분 중첩돼 있다. 그대로 나뒀다가는 치열한 경쟁으로 양국 모두 피해를 볼 수 있는 양패구상(兩敗俱傷)의 위기에 빠질 수 있다. 상호 보완적 기술협력과 연구·개발을 통해 한국과 중국이 국제표준을 주도하고 글로벌 시장을 선점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의 서비스·투자 분야 후속 협상 속도를 더욱 높여야 한다. FTA라는 제도적 틀 안에서의 경제교류 확대는 사회, 문화, 정치, 외교 분야로 확산돼 양국관계를 전반적으로 발전시키는 계기가 된다. 제3국에 공동으로 진출할 수 있는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 한국의 신북방·신남방정책, 중국의 일대일로 등 양국의 대형 프로젝트를 연계해 제3국 진출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사업의 규모만 다를 뿐 적극적인 투자로 아세안 등 제3국 시장에서 선점적 지위를 획득하겠다는 방향성은 일맥상통한다. 특히 일대일로는 60여개 국가가 참여하는 중국 최대 전략사업이며 많은 재원과 역량이 투입되는 만큼 불확실성과 위험성도 크다. 한중 양국이 서로의 비교우위를 활용해 전략적으로 협력한다면 상호 보완적 시너지를 낼 수 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보건, 의료, 전염병 예방, 환경 등과 같은 새로운 분야에서 협력을 확대해야 한다. 단순히 전염병인 줄로만 알았던 코로나19가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심각했다. 세계무역기구(WTO)는 팬데믹의 영향으로 올해 세계 무역량이 최대 32%까지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충분한 역량을 갖춘 한국과 중국이 힘을 합친다면 국제사회의 논의를 주도해 언제 또 닥칠지 모르는 위기에 대응할 수 있다.

명나라 시대의 각종 격언과 속담을 모은 ‘고금현문’에 보면 ‘꽃 한 송이 피었다고 봄이 온 것이 아니라 온갖 꽃이 만발해야 비로소 봄이 온다(一花獨放不是春, 百花齊放春滿園)’는 말이 있다. 신속통로 개설로 하루아침에 한중 관계가 개선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얼어붙었던 사이를 녹이는 따뜻한 봄날의 물줄기라는 점은 분명하다. 이제는 한국과 중국이 변화된 패러다임에 맞는 정책적 소통과 경제적 협력을 더욱 확대해 나가야 할 때다.

한진현 한국무역협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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