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세상속으로] 엔지니어링산업의 ‘제값 받기’

엔지니어링산업은 우리가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는 최소한의 환경을 보장하는 동시에 쾌적하고 편리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막중한 역할을 하고 있다. 지하철을 타고 한강을 가로지르는 대교를 지나 출근하는 것, 수도꼭지를 틀어 상수관을 통해 깨끗한 수돗물을 쓰고 마시는 것, 발전을 통해 생산된 전기를 이용해 각종 기기를 사용하는 것은 엔지니어링을 통해 우리가 영위하고 있는 기본적인 일상이다.

도로, 교량, 항만, 발전, 플랜트 등 인프라 시설들은 기획, 타당성 조사, 기본 설계, 상세 설계, 시공, 감리, 유지 보수 등 복잡한 과정을 거쳐 완성되는데 시설물을 실제로 짓는 시공을 제외한 모든 과정이 엔지니어링이다. 이러한 엔지니어링산업의 중요성에도 정작 우리 엔지니어어가 받는 대우는 열악하기 그지없다. 예산 절감이라는 미명하에 적정 사업비 이하의 금액으로 발주예산이 편성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저가 입찰을 유도하는 제도로 엔지니어링기업의 수익성은 악화 일로를 걷고 있다.

기업의 수익성이 악화되면 엔지니어의 처우에 영향을 끼쳐 고급 인력이 이탈하고 우수한 신규 인력의 확보에 어려움을 겪게 돼 결국 산업의 경쟁력이 약화되는 악순환을 초래한다. 이것이 오늘날 엔지니어링산업의 현실이다. 일한 만큼 보상을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인데도 제값을 받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상황에 봉착한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이번에 발표된 ‘엔지니어링산업 혁신 전략’에서는 적정한 대가를 위해 제도를 보완하고자 하는 정부의 의지가 엿보인다.

먼저 표준품셈 확대를 꼽을 수 있다. 엔지니어링 표준품셈은 설계나 감리 등 엔지니어링사업 수행 시 필요한 엔지니어의 수를 말한다. ‘엔지니어링사업 대가의 기준’에 따르면 엔지니어링 대가의 산출은 실비정액가산 방식을 적용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사용상의 편의 등을 이유로 공사비 요율 방식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공사비 요율 방식은 공사비에 일정한 요율을 곱해 대가를 산정하는 방식으로, 요율이 분야별로 세분화되지 않아 업무의 특성을 반영하기에는 미흡하고 사업의 난이도를 반영하지 못해 일률적인 대가 산출만이 가능하다.

반면, 실비정액가산 방식은 투입인원수와 노임단가를 곱해 산출한 직접 인건비와 직접 경비, 제 경비, 기술료를 합산해 대가를 산정하는 방식으로, 엔지니어링사업의 적정 대가를 보장할 수 있는 방식이다. 그동안은 직접 인건비의 기초 자료인 표준품셈이 부족해 실비정액가산 방식을 사용하는 것에 애로가 있었던 만큼 엔지니어링 표준품셈이 확대됨에 따라 점차 실비정액가산 방식이 확산될 것으로 기대된다.

기술력 중심의 평가제도를 정착하기 위한 방안 마련도 환영할 일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발주제도는 기술력보다는 가격이 낙찰자를 결정하기 위한 주요 요인이 되고 있어 업계의 기술경쟁 유도에 한계가 있다. 특히 종합심사낙찰제는 애초 기술력을 중심으로 사업자를 선정하고 발주처와 업체 간 공정거래를 보장하기 위해 도입됐으나 현재 운영 방식을 보면 중요한 알맹이는 빠지고 업체 간 출혈경쟁을 심화시키는 형태가 됐다. 따라서 종합심사낙찰제의 기술배점을 상향하거나 상대평가를 강화함으로써 기술력 있는 업체가 선정될 수 있도록 개선된다면 기술변별력도 확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저가 입찰을 근절시켜 합리적인 수준에서 대가를 보장받을 수 있을 것이다.

‘엔지니어링산업 혁신 전략’의 수립으로 엔지니링산업이 도약하기 위한 토대가 마련됐다. 마침 기획재정부에서도 설계 등 지적 서비스에 대한 대가를 합리화해 관련 산업의 성장을 촉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앞장서고 있는 만큼 실질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협회도 힘을 보태겠다. 그리하여 이른 시일 내에 엔지니어가 적정한 대가를 받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고 엔지니어링산업이 제대로 대우받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해경 한국엔지니어링협회장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