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쏠림’있으면 반드시 규제…명확한 신호
8월 전 밀어내기 물량, 비규제지역 새 아파트로 투자 몰릴 수도
경기침체속 거래위축 더 심화 우려도 제기
전문가들 “규제 계속 이어질 수 있어”
[헤럴드경제=민상식·양영경 기자] 정부가 ‘투기와의 전쟁’을 위해 재차 칼을 빼들었다. 이번에는 법인과 분양권 거래를 정밀 타격해 매매·청약시장에 유입된 투기적 요소를 걸러내기로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시장 분위기가 가라앉은 가운데서도 ‘쏠림’이 있으면 반드시 규제가 따라간다는 신호를 명확히 준 것으로 풀이된다. 규제에 따른 풍선효과가 생기더라도, 이를 막기 위한 규제가 또 등장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11일 수도권과 지방의 분양권 전매 규제를 강화하고 법인의 주택 편법거래를 막기 위한 대책을 내놨다. 8월부터 조정대상지역 등 규제 지역이 아니더라도 수도권과 지방 광역시 대부분 지역의 민간택지에서 공급되는 주택의 분양권 전매가 금지된다.
부동산 투기 및 탈세 통로로 악용되던 법인을 비롯해 미성년자, 외지인의 이상거래에 대해 집중 조사를 벌인다. 법인이 주택을 거래할 때 별도의 신고서식을 제출하도록 하고, 거래 지역이나 가액과 상관없이 자금조달계획서 제출을 의무화한다.
전반적으로 투기적 가수요 근절을 위한 특단의 대책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연합뉴스] |
▶이어지는 규제…실효성 있을까= 시장에서는 전매 제한이 강화되기 전까지 현재 거래 중인 분양권 가격이 급등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건설사들은 전매 제한 강화 시점인 오는 8월 이전에 밀어내기 분양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부동산 플랫폼 직방 조사에 따르면 정부의 전매 규제가 강화하기 이전인 5∼8월 분양을 앞둔 예정 단지 규모는 13만7698가구에 달한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 “전매 제한 강화 방안이 당장 이번 달부터 시행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건설사들이 8월 이전에 물량을 쏟아낼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건설업계는 상황을 지켜보자는 분위기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여러 행정 절차 등으로 분양 시기를 앞당기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급 위축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수도권에서는 새 아파트에 쏠리는 수요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양지영 양지영R&C연구소장은 “공급 부족이라는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이상 새 아파트의 인기를 막기는 어렵다”면서 “앞으로 공급이 더 줄 수 있다는 불안심리가 커진 가운데 기존 재고시장의 비규제지역 새 아파트로 투자수요가 몰릴 수 있다”고 했다.
투자자들이 분양권 전매가 여전히 가능한 지방 중소도시로 몰려가는 풍선효과가 발생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집값 상승세를 보이는 충북 청주·전남 순천 등 일부 중소도시가 새로운 투자 지역으로 거론된다. 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투자자들이 규제지역에서 제외된 지방 중소도시로 옮겨갈 수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 주택 구입 목적의 법인 설립이 어려워지면서 침체한 경제상황 속에서 주택 시장이 더욱 위축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고 교수는 “법인이 투자하려면 자금조달계획서를 제출해야 하는 등 투자자들의 손목을 묶어놓고 있어 투자를 덜하게 된다”면서 “최근까지 법인 거래가 급증했는데, 이번 대책으로 법인 설립과 거래량이 줄어들면 주택 시장 상황이 더욱 안 좋아질 수 있다”고 봤다.
▶투기와의 전쟁은 현재진행형…다음 카드는= 정부는 부동산 시장의 트렌드로 떠오른 법인과 분양권 거래를 정밀 타격함으로써 ‘투기와의 전쟁’에서 끝을 보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김영한 국토부 토지정책관은 이번 대응에 대해 “자금조달계획서를 제출하지 않는 거래건이라도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이는 것이 아니며, 엄격하고 철저하게 검증한다는 정부의 일관된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풍선효과가 발생하더라도 언제든 또 규제가 들어올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이미 나올 수 있을 만한 것들이 다 나왔다고 생각하지만, 이전에 내놨던 규제를 더 강화하는 방향으로도 갈 수 있다”며 “이번 대책에서는 제외된 지방 중소도시 등으로 전매제한이 더 확대될 수 있다”고 봤다.
정부의 전매 규제 강화 전인 8월 분양권이나 입주권 투자가 달아오를 경우 시행 시기를 앞당기거나, 규제 대상이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투자 수요가 다시 기존 재건축 아파트에 쏠릴 수 있다는 점에서 재건축 연한 연장, 안전진단 요건 강화 등도 여전히 쓸 수 있는 카드로 언급된다.
권대중 명지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경제 상황을 봐가며 규제도 나올 것으로 예상되지만, 종합부동산세 인상이나 전월세상한제 등 시장에 영향을 줄 만한 규제들이 줄줄이 대기 중인 상태”라고 말했다.
y2k@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