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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번방’ 사건 계기 법무부, 기소 전 환수 ‘범죄수익’ 기준 완화 추진
독립몰수제, 입증 책임 검찰에서 피고인에게로
범행기간·범죄개연성만 입증하면 몰수·추징 가능
법무부 현판. [연합]

[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 검찰 기소나 유죄 판결이 없더라도 몰수나 추징이 가능하도록 법률 개정이 추진되는 가운데, 피고인이 보유한 자산이 범죄수익인지를 입증하는 기준도 완화될 전망이다.

12일 법무부 등은 최근 ‘n번방’, ‘박사방’ 등 디지털 성범죄 사건을 계기로 독립몰수제를 도입을 추진하면서 범죄의 개연성만 입증되면 몰수·추징이 가능하도록 하는 규정을 포함할 계획이다. 독립몰수제는 유죄 판결이나 기소가 없어도 검찰의 청구가 있으면 법원의 결정을 통해 범죄수익을 몰수하는 제도를 말한다. 유죄 판결이 없어도 범죄수익을 몰수할 수 있어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라는 평가를 받지만, 입증 기준을 어느 수준으로 두느냐에 따라 실효성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법무부는 범죄수익 입증 책임을 검찰에서 피고인으로 두되, 무죄추정의 원칙에 반할 수 있다는 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이른바 ‘민사몰수’를 통해 범죄수익을 몰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민사몰수는 피고인에 대한 ‘합리적 의심’을 넘어서야 하는 형사처벌 기준과 관계없이 불법 또는 범죄와 개연성이 일정 수준 확인돼도 재산을 민사소송을 통해 박탈하는 것이다. 입증 기준이 가장 완화된 형태다. 입법기관이 범죄 개연성이 있다고 판단하면 몰수가 가능한 ‘행정몰수’는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재경지검의 한 검사는 “민사몰수의 경우 범죄수익을 ‘합리적 의심을 넘어’ 입증할 필요없이 범죄와 개연성과 관련성을 제시하는 것만으로도 몰수가 가능해진다”며 “그동안 부진했던 몰수 집행률도 높아질 수 있다”고 밝혔다. 승재현 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민사몰수를 추진할 경우, 무죄추정의 원칙에 반한다는 논란을 피하고 범죄수익을 몰수할 근거를 마련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독립몰수제는 피고인의 재산이 범죄에 제공된 것이라는 입증범위를 특정하기 어려워 도입되기 어려웠다. 현행 몰수·추징제도는 유죄선고를 전제로 하고 있어 범인이 사망하거나 도주해 기소가 불가능한 경우에는 범죄로 벌어들인 재산을 환수할 방법이 없다. 지난달 29일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이는 허위영상물(딥페이크영상물) 등의 반포죄도 범죄수익 몰수가 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지난해 4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범죄수익은닉규제법 개정안은 기소 전 범죄수익에 대한 동결(보전명령)을 가능하게 하는 데에 그쳤다.

법무부가 그동안 밝힌 독립몰수제 규정은 피의자가 해외로 도피하거나 사망한 경우 기소나 유죄판결 없이도 몰수·추징을 따로 청구해 법원이 결정하도록 하고, 범행기간에 취득한 재산도 범죄수익으로 추정하는 규정을 신설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기소 전 몰수·추징할 수 있는 범죄수익을 ‘범행기간’으로 특정했지만 입증기준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지난달 24일 송기헌 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범죄은닉규제법 개정안도 기소 전 몰수·추징할 수 있는 범죄수익 기준을 ‘범행기간’으로 특정하고 있다.

munja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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