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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클럽발 감염 “‘인구밀접·무증상·연락두절’ 3대 대규모 감염조건 갖췄다”

[헤럴드경제=김태열 기자] 이태원 클럽발 ‘집단감염’ 사태가 우려를 넘어 ‘2차 신천지급’ 파급력을 가져올지에 대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아직까지는 신천지 교회 발병률에 미치지 못하지만, 발병 초기 단계이고 잠복기가 지나지 않은 상태에서 연일 확진자가 증가하고 있어 불안감은 증폭되고 있다. 또한 이들 확진자 상당수가 밀폐된 공간에서 밀접한 노출, 마스크를 쓰지 않았기 때문에 많은 노출이 이뤄졌을 것으로 보인다고 방역 당국은 판단하고 있다.

방역 당국은 이번 클럽발 집단감염의 불씨가 대규모 집단감염의 3대 조건인 ▷서울 등 대규모 인구밀집지역에서 발생한 점 ▷‘무증상 확진자’가 많은 점 ▷감염원이 불확실하고 밀폐된 동일 장소에 있었던 접촉자들의 동선 확인이 안 되는 점을 고루 갖추고 있다고 봤다.

이동반경 넓은 20~30대 클럽 방문 3000여명 연락불통

이태원 클럽을 방문한 20~30대 젊은 층은 활동성이 높고 이동반경이 넓은 것이 특징이다. 불과 며칠 사이에 여러 클럽과 주점·수면방 등을 출입하고 강원도 등 지방여행까지 다녀온 터라 이들이 감염된 상태에서 머문 지역사회에서 빠르게 코로나19를 전파할 위험이 있다. 얼마나 빨리 숨어 있는 감염자를 찾아내느냐에 따라 이번 클럽발 집단감염 확산 규모가 결정된다. 코로나19는 감염됐더라도 증상이 없거나 약해 증상만으로 감염 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운 만큼 클럽 방문자들의 자진신고와 이들을 찾아내는 역학조사 속도가 방역 대응의 성패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12일 중앙방역대책본부와 지자체에 따르면 황금연휴 동안 클럽에 방문한 5000여명 가운데 3000여명이 ‘연락 불통’ 상태다. 방역 당국이 이태원 클럽 출입명부를 파악한 결과, 방문자 수는 5517명이고, 그중 2405명이 서울시와 전화통화했다. 검사를 받은 인원은 2456명이다. 하지만 클럽 출입 때 적는 방문 기록과 연락처가 거짓으로 적혀 있거나 연락이 닿지 않는 경우가 부지기수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한 이들 확진자가 다녀간 클럽 가운데 성 소수자가 자주 이용하는 시설이 포함돼 있고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에 클럽에 갔다는 비난이 커지면서 방문자들이 신분 노출을 꺼리는 분위기다. 방역 당국과 지자체는 이들을 찾는 데 총력을 쏟고 있다. 서울시는 ‘익명검사’ 카드도 꺼냈다. 신분 노출을 꺼리는 이들이 자발적으로 검사에 응하게 하려는 조치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9일 오후 시청에서 긴급 브리핑을 열고 이태원 클럽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를 계기로 시내 모든 유흥시설에 대한 집합금지 명령을 발동했다. 사진은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가 다녀간 서울 용산구 이태원의 한 클럽의 9일 오후 모습. [연합]
확진자 중 무증상 감염자 35%에 달해

코로나19에 감염됐어도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은 것도 문제다. 지금까지 방역 당국이 밝힌 확진자의 34.8%는 ‘무증상’이다. 증상이 겉으로 안 나타나면 감염자 스스로 경각심을 갖기 어렵다. 이런 ‘신분 노출 회피’, ‘무증상 감염’이라는 변수 때문에 감염자들이 지역사회에 숨게 되면 코로나19는 빠르게 확산할 수밖에 없다.

감염 초기에 전파력이 높아 확진자 중에는 가족, 지인, 동료 등에게 이미 병을 옮긴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전날 오전까지 확인된 2차 감염 사례는 23명에 달한다. 이런 전파 양상은 시간이 지나면서 3차, 4차 등 ‘N차 전파’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감염자가 늦게 발견될수록 확산 규모가 커질 수밖에 없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서울 구로구 콜센터 집단감염이다. 서울 구로구 콜센터에서도 증상이 있는 직원이 확진 전까지 한 달간 출근하면서 166명이 감염됐다. 감염자 가운데는 콜센터 확진자가 방문했던 경기 부천 생명수교회 신도도 포함돼 있다. 감염자에 오랜 기간 무방비로 노출되면서 사람 사이에 ‘연쇄 감염’이 일어나고, 다른 집단으로까지 전파가 이어진 것이다.

결국 클럽발 집단감염 노출자를 찾아내 진단검사를 받게 해 확진되면 지역사회와 격리하는 작업을 서둘러야 한다. 방역 당국은 카드 사용 조회, 폐쇄회로(CC)TV 자료 등을 토대로 이들을 추적하고 있지만 시간이 걸리는 만큼 이태원 방문자들의 자진신고가 절실한 상황이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클럽발 집단감염 규모가 어느 선에서 마무리될지는 노출자를 얼마나 빨리 찾아내는지 시간과의 싸움”이라며 “확진자가 수도권뿐만 아니라 전국에 흩어져 있고 추적이 어려운 만큼 노출자 스스로 외출을 삼가고 진단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감염원 ‘불확실’…질본 ‘염기서열 분석’ 방법도 시행 중

이태원 클럽발 확진환자는 5월 6일 첫 확진 환자가 발생한 이후 현재까지 86명으로 늘었지만 아직 지표환자(초발환자)인 경기 용인시 66번 환자의 감염 경로를 파악하진 못한 상태다. 이태원 클럽발 확진 환자는 5, 6개 정도의 클럽에서 발생하고 있다. 확진 환자들의 클럽 방문일도 1~5일로 다양하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11일 오송 질병관리본부 청사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확진자 중 이태원 6개 클럽 방문자가 지금 제일 많고, 그중에서는 2일과 5일 방문자가 많은 상황이다. 아마 2일에 노출된 감염자가 5일에 전파했을 가능성을 보고 있다. (코로나19) 잠복기가 매우 짧기 때문”이라며 “지금은 연결고리에 대해서는 말씀드리기 어렵고 이 집단 내에서는 지속적인 감염 전파가 있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이태원 클럽 확진 환자들의 바이러스를 연구해 유럽발 바이러스인지, 미국발 바이러스인지, 중국발 바이러스인지 특징을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태원 클럽 확진자들의 바이러스가 뚜렷한 공통 요인을 갖는다면 해당 지역을 토대로 추적조사를 통해 감염원을 찾는 것도 가능하다. 정 본부장은 “염기서열 분석 결과를 갖고 바이러스가 어디서 유행(지역)하고 좀 근접성이 있는지 그런 부분들은 분석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kt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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