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 공급효과 큰 재건축 배제
공공주도 재개발 임대공급 주력
수익성 악화 조합원 수용 미지수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정부가 서울의 주택 공급에 속도를 내기 위해 ‘공공 주도 재개발’ 카드를 꺼내 들었다. 사업이 지지부진한 재개발사업에 공공이 개입해 빠른 사업 추진을 돕는 대신, 임대주택을 더 많이 지을 수 있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다만 이런 방식의 사업성과 현실성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또 단기 공급 효과가 있는 재건축은 활성화 대상에서 배제돼 실효성 논란도 더해졌다.
정부가 수도권 주택 공급기반 강화방안을 발표한 6일 서울 송파구 한 재건축 아파트 현장에서 건물이 철거되고 있다. [연합뉴스] |
국토교통부는 6일 ‘수도권 주택공급 기반 강화 방안’을 통해 서울 도심에 7만가구를 공급할 부지를 추가로 확보하고, 2023년 이후 수도권에 연평균 25만가구 이상의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세부 방안은 ▷공공성을 강화한 재개발 활성화(4만가구) ▷유휴 공간 정비·재활용(1만5000가구) ▷용산 정비창 부지 등 도심 내 유휴 부지 추가 확보(1만5000가구) ▷3기 신도시 등 기존 수도권 공급계획 조기 추진(77만가구) 등이다.
이 중 용산 정비창 철도부지 개발과 공공 주도 재개발은 서울의 공급을 늘릴 핵심 방안으로 꼽힌다. 용산 정비창 철도부지에는 8000가구의 아파트와 오피스텔이 들어선다. 이 중 5000~6000가구는 일반 분양, 나머지 2000~3000가구는 임대주택으로 공급될 계획이다. 하지만 일대가 국제업무지구로서 기능을 상실할 가능성과 주민 반발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정부는 사업 추진이 더딘 재개발사업에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등이 참여하면 조합원에게 분담금을 확약해주고, 모자라는 사업비는 공공이 부담하기로 했다. 사업기간도 종전 10년에서 5년으로 단축한다. 일부 재개발 구역은 ‘주택공급활성화 지구’로 지정해 분양가상한제를 배제하고 용도지역 상향, 용적률 완화 혜택을 주기로 했다.
다만 이런 혜택은 전제는 공공임대 공급 등 공공성 확보다. 주택공급활성화 지구는 조합원 물량을 제외한 50% 이상을 공적 임대(공공임대·공공지원임대)로 공급하되, 최소 20% 이상을 공공임대로 제공해야 한다. 영세 상인을 위한 공공임대상가도 조성해야 한다.
이 때문에 사업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공적 임대 공급량이 많은 만큼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는 데다 조합원이 얼마나 호응할지 의문”이라며 “가로주택정비사업 등 소규모 사업장 위주로 제한된 효과를 볼 것”이라고 내다봤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민간과의 갈등이 커질 소지도 있다”고 봤다. 일각에서는 사업성을 고려하기보다는 정비사업 시장에서 정부의 역할을 확대하려는 의도가 더 크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사업기간 단축 그 자체가 혜택이 되면서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사업심의 단축 자체가 목적이 되면 주변 환경과의 조화, 교통, 도로 등 다양하고 복합적으로 검토해야 할 사안들이 빠질 여지도 크다”며 “실제 고밀도 개발이 이뤄지면서 발생하는 일조권 침해 등의 문제가 대표적”이라고 말했다.
정비사업의 양대 축인 재건축에 관한 대책이 미흡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그간 재건축은 단기간 공급 효과가 큰 사업으로 꼽혀왔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당장 서울에는 대형 단지를 조성할 만한 큰 부지가 없는 상황”이라며 “재건축이라는 큰 축을 제외하고 어떻게 공급을 늘릴 것인지 의문스럽다”고 말했다.
두성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공급의 핵심인 재건축에 대해서는 기존 규제를 유지하는 상황”이라며 “재건축도 규제 완화를 통해 전반적으로 활성화가 이뤄질 수 있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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