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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큰 정부’ 시대의 귀환…재난에 맞선 ‘국가의 역할’ 재조명
세계 각국 GDP 최대 10% 이상 동원
전대미문 위기에 천문학적 재정 투입
‘의료민영화’ 미국 현실이 ‘반성 기폭제’
‘작은 정부’ 한계 인식 전세계로 확산
‘재정 악화’ 위기 관리는 새로운 과제

‘코로나19’ 대확산 사태라는 전대미문의 전염병 위기에 대응해 세계 각국이 천문학적 규모의 재정을 투입하면서 ‘큰 정부’의 시대가 다시 오고 있다. 1980년대 이후 신자유주의 바람 속에 규제완화와 민영화 등을 중심으로 하는 ‘작은 정부’가 각광을 받았지만, 이번 사태를 계기로 자연재해·기후변화 등 항시적 재난에 대응하기 위한 국가의 역할이 재조명받고 있는 것이다.

특히 그동안 만능으로 치부됐던 시장 기능으로는 시시각각 닥쳐오는 각종 대형 재난에 대처하는 데 명백한 한계가 있다는 인식이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광범위하게 확산하고 있다. 방역·보건을 비롯한 재난대응 및 안전시스템의 강화는 물론, 이로 인한 실업대란과 실물경제·금융시스템 위기 등 사회·경제적 충격의 최소화와 피해계층 지원 등 사회안전망 강화까지 국가 역할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이번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한 각국의 재정투입 규모와 지원 방식은 지금까지의 사례와 상상을 뛰어넘는다. 일부 국가의 경우 막대한 재정적자에도 불구하고 국내총생산(GDP)의 10%를 넘는 재정·금융지원에 나서고 있고, 국가가 전국민 또는 피해계층에 현금을 지원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미국의 경우 지금까지 발표한 재정지원 규모가 2조2343억달러(약 2748조원)에 달한다. 사실상 전국민을 대상으로 한 현금·식품 등 생계지원으로 3015억달러, 고용지원에 2500억달러, 중소기업 대출과 대기업 지급보증 등 기업지원에 8500억달러, 의료지원에 1237억달러, 세금 유예와 주정부 지원에 7081억달러 등을 투입하고 있다. 총 재정투입 규모는 지난해 미 GDP의 10.4%에 달한다.

일본은 저소득층 현금지급 등 총 39조5000억엔을 지원할 계획이다. 이는 지난해 일본 GDP의 7.1%에 달한다. 프랑스와 독일 등 유럽 국가들도 피해계층에 대한 현금 지원 등 생계지원을 비롯해 임대료·의료지원 등으로 GDP의 2% 가까이를 투입하고 있으며, 향후 더 늘어날 가능성이 많다.

중국도 사회·의료보험료 인하, 실업보험 확대, 방역 및 백신개발 지원 등에 3조위안에 가까운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지난해 GDP의 2.9%에 달한다. 싱가포르는 전주민을 대상으로 한 현금 지원을 비롯해 자영업자와 기업 지원, 생계·고용지원, 치료·방역 지원 등으로 GDP의 7.9%를 투입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지금까지 정부가 발표한 재정·금융지원 규모는 총 245조원으로 지난해 우리나라 GDP(1914조원)의 12.8%에 달한다. 방역과 자영업 지원 등 1~3단계 종합패키지로 32조원, 유동성 공급과 금융안정 패키지로 135조원, 기간산업 지원 40조원, 긴급재난지원금과 고용 패키지 등 보강대책으로 41조원을 투입키로 했다. 전례를 뛰어넘는 엄청난 재정이 투입되는 것이다.

세계 각국의 막대한 재정투입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제·사회적 피해가 그 만큼 심각하다는 의미이기도 하지만, 대형 재난과 사회·경제적 피해 지원을 위한 ‘최후의 보루’로서 국가의 역할을 재정립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사실 예기치 못한 전염병 사태나 지진·태풍 등 자연재해, 기후변화 등 항시적인 위기와 그 피해 지원 및 복구를 시장에 맡길 수는 없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며 의료와 건강보험 민영화에 앞장섰던 미국이 극히 취약한 모습을 보인 것은 이러한 반성의 기폭제가 되고 있다.

‘큰 정부’의 귀환은 글로벌 분업체계의 붕괴 및 자국 중심주의 강화, 미·중 두 강대국(G2)의 신냉전 기류 등과 맞물리며 더욱 뚜렷해질 가능성이 많다. 동시에 각국의 지출 확대로 인한 재정악화가 새로운 위기의 도화선이 되지 않도록 재정관리를 강화해야 하는 과제도 던져주고 있다. 또 큰 정부가 시장 기능을 약화시키지 않도록 함으로써 사회·경제적 효율성을 높여야 하는 과제도 제기하고 있다.

이해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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