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원 수용률 2.4%…정부 원칙 재확인
은마아파트 일부 가구 10만원 상향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집값이 내리는 와중에 공시가격이 뛰었으니 주민들이 부글부글 끓는 거죠… 이번에는 거의 반영이 안 됐다고 하는데 추가로 이의신청할 기회가 있으면 무조건 할 겁니다.”(서울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재건축조합 관계자)
주민 1600여명의 서명을 받아 지난 8일 “공시가격을 내려달라”는 내용의 집단민원을 넣었다는 이 조합 관계자는 다소 격앙된 말투로 이같이 말했다.
올해 급격히 뛴 공동주택 공시가격에 불만을 제기한 의견제출 건수가 약 3만7000여건으로 13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지만, 수용된 사례는 전체의 3%에도 못 미쳤기 때문이다. 최근 코로나19 확산으로 주택시장도 침체 분위기가 역력한 가운데 공시가격 상승으로 보유세 부담마저 커지면서 집주인들의 불만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 아파트 밀집지역의 모습 [헤럴드경제DB] |
29일 헤럴드경제 취재에 따르면 공동주택 공시가격 의견청취기간(3월19일~4월8일) 중 집단민원을 넣은 172개 단지 중 114개 단지가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에 몰린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9억원 이상 아파트 위주로 공시가격을 끌어올리자, 고가주택이 몰린 강남권에서 “공시가격을 내려달라”는 움직임이 활발했던 것이다.
서울과 지방에서는 각각 141개 단지, 31개 단지가 집단으로 총 2만5327건의 의견을 제출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따라 개별 접수를 포함한 전체 의견제출 건수는 3만7410건으로 13년 만에 최대치를 나타냈다.
하지만, 의견이 반영돼 공시가격이 조정된 사례는 915건으로 전체의 2.4%에 그쳤다. 지난 2018, 2019년 20%대에서 크게 떨어진 수치다.
공시가격을 내려달라는 의견이 시세 ‘9억원 이상’ 주택에서 78%가 나온 것과 반대로, 하향 조정된 사례의 78% 이상은 9억원 미만 주택이었다. 고가주택이 몰린 강남권 단지는 해당 사항이 많지 않았다는 말이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강남권에서는 공시가격이 급격히 올랐으니 낮춰달라는 민원이 대부분이었다”며 “이런 요구는 수용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일대 [헤럴드경제DB] |
집단민원으로 공시가격을 내려달라고 요청한 단지 중에서는 지난달 19일 공개된 열람안 대비 공시가격이 오른 곳도 있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의 일부 가구는 공시가격이 10만원 더 올랐다.
시세반영률이 다르다는 의견이 있어 이를 토대로 미세한 조정을 거쳤다는 게 국토부의 설명이다. 최근 실거래 사례가 없는 특정 가구는 주변 시세를 끌어와 적용하는 과정에서 소폭 조정이 이뤄졌다.
물론 이런 과정을 거쳐 공시가격이 일부 내려간 고가 단지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강남구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와 도곡동 ‘타워팰리스’, 마포구 공덕동 ‘공덕파크자이’, 용산구 이촌동 ‘동부센트레빌’ 등에서도 일부 가구의 공시가격이 100~1000만원 조정됐다. 대체로 보유세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을 정도의 조정은 아니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최근 집값이 하락기에 접어들면서 공시가격과 시세의 역전현상도 우려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날부터 내달 29일까지 진행되는 이의신청에도 적지 않은 인원이 몰릴 것으로 보인다.
다만, 지난해 기준으로 보면 수용률은 의견제출 때보다 더 낮아 조정 대상은 일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의견제출과 이의신청 당시 수용률은 각각 21.5%, 0.8%였다.
이의신청은 앞서 진행된 의견제출과 달리 집단민원이 불가능하다. 각 단지에서 단체로 추진한다고 하더라도 접수는 소유자가 개별적으로 해야 한다.
송파구의 엘리트(엘스·리센츠·트리지움) 단지 인근 공인중개사는 “지난 의견제출 기간에도 일단 다 민원은 넣자는 분위기였다”며 “지금 정책기조라면 크게 반영이 안 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지만, 주민 입장에서는 뭐든 해봐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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