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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더스칼럼] 위기의 꽃

완연한 봄이다. 그러나 올해 봄은 여느 해 봄에 비해 많은 것이 달라졌다. 사회적 거리 두기로 거리에는 유동인구가 크게 줄었고, 자유롭게 외출을 하지 못하고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코로나19’로 인한 우울감을 호소하는 ‘코로나 블루’라는 용어까지 생겨났다.

무엇보다 소비가 침체되면서 국내 산업 전반이 큰 타격을 입고 있다. 화훼업계도 예외가 아니다. 오는 5월은 여러 기념일이 몰려 있는 가정의 달이자 화훼 성출하기이지만, 예년 같은 기대를 하기는 어려운 분위기다. 올해 4월 중순까지 aT화훼업센터의 경매실적을 살펴보면 절화류와 관엽류, 난류의 경매물량과 금액이 지난해에 비해 7~17% 가까이 감소했다. 온라인 개학, 종교활동 제한, 대규모 행사나 모임 취소 등 화훼 소비처가 많이 줄어든 영향이다. 꽃을 사기 위해 직접 꽃시장을 찾는 소비자들도 많이 줄어들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기업체 등에서 ‘화훼농가 돕기 꽃 소비 릴레이’를 이어가고 있으나 침체된 화훼 소비를 단기간에 회복하기 쉽지 않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코로나 사태가 끝난다고 해서 곧바로 화훼업계의 위기가 끝나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 2005년 1조원을 넘어섰던 국내 화훼 생산규모는 2018년 5385억원으로 감소했다. 2017년에 소폭 증가한 것을 빼면 2005년 이후 13년째 감소하는 추세다. 원가 상승, 해외 로열티 부담, 시설 노후화 등 생산 여건이 점차 악화하는 데다 수입산 저가 화훼까지 가세하면서 문을 닫는 화훼농가가 늘고 있다. 가뜩이나 어려운데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한 소비침체까지 겹치며 화훼업계가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위기의 화훼산업을 살리기 위한 해법으로 빠지지 않는 것이 경조사 등 ‘특수 소비’ 위주의 꽃 소비를 ‘일상 소비’로 전환하자는 지적이다. 올 8월 시행 예정인 ‘화훼산업발전 및 화훼문화진흥에 관한 법률’도 생활 속 꽃 소비를 확대하기 위한 제도적 노력이다. 물론 제도적 장치보다 중요한 것은 인식 전환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2014년 실시한 ‘화훼 소비행태 조사’에 따르면, 36%가 넘는 국민이 “꽃을 돈 주고 사는 것이 아깝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의 인식 변화가 단시일 내에 이뤄지기는 어려운 만큼 장기적인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예술공연이나 취미생활처럼 꽃을 문화로 즐길 수 있도록 일상생활 속에서 새롭고 다양한 교육·체험 프로그램을 확대해나가야 한다.

변화하는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화훼업계의 노력도 필요하다. 코로나19 사태에서도 드러났듯이 온라인시장의 유연성과 확장 가능성은 우리가 예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크고 빠르다. 그동안 꽃은 ‘눈으로 보고 사야 한다’는 인식 때문에 오프라인을 중심으로 거래가 이뤄졌지만 소비자들의 편의성과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앞으로 온라인 플랫폼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아울러 품종 개발, 물류 시스템 개선 등을 통해 새로운 꽃을 개발하고 유통 과정의 선도를 높이려는 노력도 지속돼야 할 것이다.

사람들은 즐거울 때도, 힘들 때도 꽃을 주고받는다. 생일처럼 축하할 일은 물론이고 병상에 있는 이들이 쾌유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도 꽃을 선물한다. 꽃의 시각적 아름다움은 물론이고 꽃이 지닌 상징성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재능을 꽃피우다’, ‘기다림 끝에 만개(滿開)하다’는 표현처럼 꽃은 발전이나 완성, 성취를 상징한다. 우리 화훼산업이 지금의 위기를 딛고 다시 꽃을 활짝 피우기 위해서는 새로운 도전이 절실하다.

이병호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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