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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찰 물리력 사용 규칙’ 제정 1년…긍정 평가 속 인권위 제동에 위축되기도
경찰청, 규칙 제정 통해 물리력 사용 적합 사례 공개
지난해 5월 23일 제정… 물리력 사용에 자신감 붙어
인권위에 제동도…‘물리력 사용 경찰관’ 금주 징계위
경찰 로고. [헤럴드경제DB]

[헤럴드경제=박병국 기자] #1. 지난 1월 ○○일 오후 3시께 수도권 지역의 한 주택. 훈계에 격분, 칼을 휘둘러 아버지를 다치게 한 A 씨가 집안에 숨어들었다. 출동한 경찰관이 집 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 A 씨는 칼을 들고 경찰관을 향해 달려들었다. 경찰은 ‘경고 없이’ 테이저건(전자충격기)를 발사해 A 씨를 검거했다.

#2. 이달 □□일 영남권의 한 지역, 오전 4시 자택에서 동네 후배와 술을 먹다 시비가 붙은 B 씨가 후배를 향해 부엌칼을 휘둘렀다. 후배는 손을 크게 다쳤다. 삼단봉과 테이저건으로 무장한 경찰관들이 현장에 나타났다. 경찰관들은 B 씨를 향해 테이저건을 겨누며 “칼 버려”라고 2회 경고했다. B 씨는 칼을 버렸지만, 흥분한 상태로 경찰관을 향해 달려들었다. 출동한 경찰 8명이 신체적 물리력을 사용 B 씨를 제압했다.

‘경찰 물리력 행사의 기준과 방법에 관한 규칙(이하 규칙)’이 내달이면 제정 1년, 시행 6개월을 맞게 된다. 앞서 언급한 사례는 경찰청이 밝힌 경찰의 물리력이 적법하게 사용된 예다. 규칙 제정 이후 ‘공권력’ 사용에 자신감이 붙었다는 경찰 내부 평가가 많다. 하지만 물리력 사용에 대항하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가 잇따라 나오면서 물리력 사용에 제동이 걸리는 경우도 있다. 실제로 경찰서 안에서 담배를 피며 소란을 피우는 피의자를 제압한 한 경찰관에 대한 징계위원회가 이번 주에 열린다.

27일 경찰에 따르면 첫 번째 사례의 경우 기준에서 명시하고 있는 ‘치명적 공격’으로 권총 사용까지 가능한 단계다. 칼을 들고 경찰관을 위협했기 때문이다. 물리력 사용 기준은 경찰은 대상자의 행위를 ▷순응 ▷소극적 저항 ▷적극적 저항 ▷폭력적 공격 ▷치명적 공격, 5단계로 나눈다. 경찰의 물리력 사용도 이 단계에 맞추도록 하고 있다.

이 중 ‘치명적 공격’은 대상자가 ‘총기류·흉기·둔기’를 이용해 경찰관이나 제3자에 대해 폭력을 행사하거나 발생이 임박한 경우로 경찰은 테이저건, 권총 등을 사용해 대상자를 제압할 수 있다.

두 번째 사례는 대상자가 경찰의 ‘언어적 통제’에 순응한 경우다. 따라서 테이저건도 사용하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흉기를 들었다고 해도 무조건 테이저건을 사용하지 않고, 경찰의 말에 순응할 경우 그 단계를 낮춰 대응한 사례”라고 했다.

경찰 내부에서는 물리력 사용 기준 마련으로 공권력 행사에 자신감이 붙었다는 평가가 많다. 테이저건, 권총 등이 지급돼 있어도 이후 ‘뒷탈’이 생길까봐 물리력 사용에 주저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권총은 용의자를 던져서 맞추라고 사용하는 것”이라는 자조섞인 푸념도 과거 경찰 내부에서 나왔다. 한 경찰 관계자는 “예전에는 테이저건이나 물리력 사용을 할 경우 뒷탈이 생길까 주저했지만, 물리력 사용 기준이 마련된 뒤 공권력 사용에 자신감이 붙었다”고 했다.

하지만 경찰의 물리력 사용 기준이 인권위의 권고로 제동에 걸리는 경우도 있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소속 경찰관 C 씨를 대상으로 이번주 징계위원회를 연다. 지난 3월 인권위가 주취 소란 혐의로 체포돼 조사를 받던 한 여성을 조사하던 경찰관이 과도한 물리력을 사용했다며 이 경찰관에 대한 징계 권고를 내렸기 때문이다.

당시 인권위는 “이미 체포·호송이 완료된 C 씨가 조사대기실 의자에 한쪽 수갑이 채워진 상태에서 추가적으로 수갑을 사용할 필요성, C 씨의 행위에 대한 적극적인 맞대응으로 진정인의 다리를 걷어차고 목덜미를 잡아 제압하는 수준으로까지 물리력을 행사할 필요성이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다른 경찰 관계자는 “경찰서 내에서 담배를 피우는 등 소란을 피우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행위”라며 “억울한 측면도 있을 것이다. 일단 ‘경징계’ 수준으로 권고했지만 징계위 최종 결과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

coo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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