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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번방 잠입’ 언론인·경찰도 보고 흔적 없으면 처벌될 수도”
“추적단 ‘불꽃’처럼 잠입 정당성 납득돼야”
텔레그램 성 착취 단체 대화방인 ‘박사방’의 운영자 조주빈의 주요 공범으로 지목된 ‘부따’ 강훈이 지난 17일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강훈은 만 18세로, 미성년자다. 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헤럴드경제=윤호·박상현 기자] 최근 MBC 현직 기자가 미성년자 등의 성 착취 영상물 유포방인 '박사방'에 유료회원 가입을 시도한 정황이 포착돼 경찰이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 이외에도 ‘n번방’이나 유사 대화방에 잠입하는 언론인과 “제보를 위해 들어갔다”고 주장하는 일반인이 늘어나면서, 이들이 과연 어느 정도 면책을 받을 수 있는지에 대해 세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25일 경찰과 복수의 관련 전문가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언론인의 경우 취재 지시나 보고 등 구체적인 흔적이 있어야 하며, 일반인은 보다 엄격한 요건에 따라 위법성 조각 사유가 될 수 있을뿐이라고 입을 모았다. 서울지방경찰청 관계자는 “사람의 마음을 진술만으로 어떻게 판단하겠나. 언론인이든 비언론인이든 (스스로 내사에 착수한)경찰이든, 본인이 고의가 없다는 것을 입증하려면 면책을 따지기보다는 빨리 자진 신고하는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언론인은 ‘취재 흔적’ 중요…경찰도 마찬가지=기자나 PD 등 언론인의 경우 이 사건 발생 이후에 관련 취재 지시나 내부 데스크로부터 지침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자발적 취재라면 그에 대한 보고나 회의 결과라도 있어야 한다. 이은의 이은의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는 “단지 기자라는 신분이나 소속된 언론사 등 단체에 의해 소명되는 게 아니라, ‘취재를 하는 중’이었다는 것이 명확하게 소명돼야 한다”며 “잠입 취재를 행하고 기사를 쓰지 못한 경우, 그런 내역들이 증빙돼야 위법성 조각 사유로 기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련 법무법인 온세상 대표 변호사도 “공익적 목적으로 잠입 취재를 하는 경우라도 소극적으로 n번방 내에서 이뤄지는 활동에 대해 취재하는 것을 넘어, 적극적으로 성 착취물을 업로드하거나 다운로드받아 회사 이외의 제3자에게 유포하는 행위 등은 곧바로 범죄 행위가 된다”고 했다.

이은미 국선 전담 변호사는 “취재를 위한 구체적인 행위가 무엇인지 따져 침해되는 사익보다 공익이 큰 것이 분명해야 하며, 취재 수단은 불가피했는지 침해를 최소화하려 노력했는지 등이 확인되지 않는다면 위법성 조각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이 내사를 위해 잠입한 경우에도 수사 내역이나 첩보 내역이 명확히 있어야 한다. 경찰청 관계자는 “원칙적으로는 n번방 또는 유사 방에 대한 관할이 뚜렷하다고 볼 수 없다”며 “이에 따라 자발적으로 잠입한 경찰이라도 범의를 오해받지 않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증빙 내역이 있거나 자진 신고를 행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보자를 자처하는 일반인, 엄격한 위법 조각 사유 필요=일반인이 ‘n번방’ 또는 유사 대화방에 가입한 경우는 원칙적으로 범죄의 구성요건을 충족하는 행위로 봐야 할 것이며, ‘순수한 제보’의 목적임이 입증돼도 엄격한 요건 하에 위법성 조각 사유 또는 양형 사유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김 변호사는 “n번방의 불법성에 관해 문제의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1차적으로 수사기관에 신고를 하거나 언론에 제보 등을 하는 방식을 통해 ‘불법 여부’에 관한 취재 혹은 수사가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 시민의 권리임은 분명하다”며 “다만 수사기관 등에 고발 조치가 가능함에도 그러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불법적인 n번방에 어려운 회원 가입 단계를 거쳐 들어가는 행위는 면책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은의 변호사도 “‘그냥 나는 너무 분노해서 들어가 봤다’ 등의 말을 피해자가 원하겠나. 위법성이 단순하게 조각될 일이 아니라는 얘기다”며 “추적단 ‘불꽃’처럼 기사 공모전에 텔레그램 성 착취 실태를 취재한 기사를 출품하는 등, 잠입 정당성 자체가 누가 봐도 납득할 만한 수준이 돼야한다”고 했다. 이어 “특히 자기 면책 사유는 자기 입증 책임이 피의자에게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며 “범죄 성립 자체는 검사한테 입증 책임이 있지만, 면책 사유는 자기가 입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youkno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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